유난히 인기작이 많이 몰려있었던 어제.... 나 역시 약간의 무리를 해서 3편을 봤다. 미이케 다카시 특별전중 대표적 하드고어물 '이치,더
킬러' , 최근 장국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도공간' , 그리고 이번 영화제 최대의 화제작 중 하나인 '링'의 감독 나카다 히데오의 '검은 물밑에서' 이다. 상영관 이동을 하지 않고 한 곳에서 세 편을 연달아서
봤는데 역시 모두 기대한만큼 만족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 이치, 더 킬러 >
피로 시작해서 피로 끝나는 피바다 영화.... 사람의 신체가 김장철 무우 자르듯 잘리는건 기본이고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의 고문장면이 영화내내 끊이지 않는데.... 워낙에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탓에 영화
중간중간에 고개를 떨구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거액의 돈과 함께 사라진 보스를 찾기위한 안조파의 중간보스 가키하라와 그와 그의 조직을 죽이기 위해 등장하는 킬러 이치의 이야기다.
가키하라는 보스의 실종과 관련된 인물들은 모조리 잔인한 방법으로
고문, 살해하며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전형적인 새디즘과 메조키즘의
소유자다(생긴게 꼭 일본축구선수 나카타 닮았다). 반면에 이치는 순한 겉모습과는 달리 자페증을 앓고 있으며 지지로라는 인물에 의해
킬러로서 사육되고 있다. 평소에는 내성적이고 겁많고 잘 우는 겁쟁이지만 살인충동을 느끼는 순간엔 무시무시한 살인병기가 된다. 그의
무기는 단 하나, 신발뒤에 달려있는 칼날.... 그 칼날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고 토막내버린다.
계속되는 피튀김 탓인지 영화보면서 조는 간 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화가 원작인만큼 과장되고 희화화된 살인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관객들은 웃고 놀래는 일을 반복하며 보게 된다.
하드고어의 극한을 달리는 영화답게 다양한 고문, 살해장면이 나오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사람의 몸을 정확히 좌우대칭으로 베기, 얼굴에 수십개의 바늘 관통시키기, 한쪽 다리를 정확히 반토막내서 뛰어다니게 하기, 몸에 낚시바늘을 꽂아 매단뒤에 끓는물 부어버리기,
앉은 자리에서 칼로 혀 잘라버리기, 얼굴 표피벗겨내기 등등.... 좀 잔인하죠??
< 이도공간 >
홍콩 출신 나지량이 감독했고 장국영, 이자웅 두 과거 홍콩영화스타가 나오며 신인배우 임가흔이 장국영의 상대역을 맡았다.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온 얀은 첫날부터 귀신을 보게 되며 공포의 나날을 보내다 형부의 소개로 정신과의사 짐을 소개받는다. 짐은 얀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과거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억때문에 귀신을 보게 된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치료에 주력하게 된다. 얀의 치료가 거의 이루어질 무렵 둘 사이에는 사랑이 싹트는데....
이제는 반대로 짐이 다른 존재를 느끼게 된다. 짐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심리 호러물이긴 하지만 그다지 무섭다는 생각은 안든다. 나중에 귀신이 나오기도 하는데 첨엔 좀 무섭다가도 나중엔 오히려 웃기더라...^^ 감독은 귀신을 보여주기보다는 인간의 연약한 내면을 주 테마로 잡고 이야기를 전개시킨것 같다.
이 영화 감독인 나지량과 임가흔이 상영장을 찾아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마련했다. 사진은 임가흔이 관람객들에게 사인해주는 모습.... 임가흔 앞에서 실제로 보니 진짜 얼굴도 조막만하고 이쁘게 생겼더라....
물론 저두 사인받았어요....^^
< 검은 물밑에서 >
남편과 이혼 조정중의 요시미는 어린시절 이기적인 어머니때문에 버림받은 기억때문에 자신의 딸만큼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키워야겠다는 일념으로 친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딸과 함께 입주한 낡은 아파트.... 근데 집 천장에서 계속 물이 새고 있다. 아파트 관리인에게 항의도 해봤지만 시큰둥하고 참다못한 요시미는 윗층에 올라가 문을 여는데....
이 영화 역시 '링'과 마찬가지로 옴 몸을 휘감는 공포뒤에는 가슴아픈
사연이 숨어있다. 예상대로 관객들은 온통 비명을 지르기에 바빴고,
피한방울 보여주지 않은채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최근들어 아파트나
학교같은 인공물이 공포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사용되는데.... 참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 영화보고 나면 수도꼭지 물떨어지는 소리에도 놀라고 밤에 가급적
엘리베이터는 타고 싶지 않을지도..... 글구 역시 공포영화는 영화볼때의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는걸 다시금 느끼게 만든다. 영화보다 옆에서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더 놀란 내 가슴....ㅎㅎㅎ 관객들의 반응이
어느 영화보다 좋았던 만큼 이번 영화제의 가장 유력한 관객상 후보작이 아닐까 생각됨.
이 영화의 교훈 하나.... 지 배로 난 자식 버리지 말고 사랑으로 키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