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랑
엄마의 암투병 으로 인해 백령도에서 군복무 중이던 큰아들이 특별 휴가를 얻어 달려왔는데 그의 손에 한권의 책이 들려 있었다.
“엄마 병원에서 심심할까봐!” 하며 아들이 내민 책 제목은 김남준 목사님의 ‘자기자랑?’ 이었다
책을 보는 순간 얼마 전에 이용규 선교사의 ‘내려놓음’을 읽고 무얼 내려놓아야 하나 계속 묻고 있었는데 아들이 들고 온 ‘자기자랑’ 이라는 책에서 답을 찾았다.
그러고 보니 내려놓으려고 애쓴게 아니다 번번히 내려 놓음을 당했다 내가 내려 놓았으면 내공로 내자랑거리기 되었을 것이다
더 좋은것을 주시기위해 내려 놓을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이번에도 몰고 가셨다 그리고 곧 내가 붙잡고 있었던 것이 배설물임을 깨닫게 하신다
나는 또한번의 내려놓음을 당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고3이 모든 즐거움을 잠시뒤로 미루고 오직 공부에만 몰두하듯 종말론적인 긴장감으로 못해본 것들은 천국가서 하기로 잠시 미루어 놓고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가 포함되지 않고 다른 어떤 이물질이 끼지 않은
순전한 사랑이어야 하듯이 아이들과 나와의 관계가 친자 이상으로 순전한 사랑으로 충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아들, 내가 벌 받나 보다’
‘어무이 그런 말이 어딨습니까? 우리 하나님 그런 유치한 하나님 아니시거든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세요.“
특별히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없어져야만 했는데, 자기자랑에 맛 들여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한때 나는 선행을 통해서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열심히 수고하며 성실하고 올바른 성품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하나님의 성령이 내 마음속에 들어오셨을 때 ‘죄는 살아나고 나는 죽었으며’ 내가 선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악했음이 드러났다 내가 거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가장 선한 행위들도 죄악임을 , 나의 기도마저 하나님의 용서 아래에서만 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또한 나는 , 내가 율법의 행위로 구원을 얻으려 했고 내 모든 선행도 스스로 구원을 얻으려는 교만과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하나님께 받아들여질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 극한의 상황에서 주께서 친히 내게 임하여 나 자신을 당신께 온전히 맡기게 하셨다
원주기독병원에서 적어준 진단서를 들고 찾은 곳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이었다
입원실이 없다며, 보통 한달정도 대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3일동안 응급실로 통근치료 하며 줄곧 검사만 받으면서 든 생각은 ‘수술도 못 받고 이러다 죽는 구나’ 잠시 불안에 잠겨 있을 때였다,
아들은 백령도에서 휴가 나오자마자 그날 새벽 2시에 SNS에 엄마의 사연을 올렸고 대학 선배가 평소 잘 보지 않던 SNS를 우연히 보게 되었단다, 선배가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당장 가자며 선배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달려 오셔서 119구급차를 대기시켜 MRI 찍다 실신한 나를 이송하기에 이른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아들과 선배의 주고받는 말을 듣는다.
선배 아버지의 죽마고우인 의사 선생님은 뇌종양의 권위자라고 소개 받았다. 속저속결로 입원을 할 수 있었다
수술을 앞두고. 살려 달라는 기도 보다는 찬양이 먼저 터져 나왔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
내가 믿고 또 의지함은 내 모든 형편 잘 아는 주님 늘 돌보아 주실 것을 나는 확실히 아네.
왜 내게 굳센 믿음과 또 복음 주셔서 내 맘이 항상 편한지 난 알 수 없도다.‘
함께 누워 있는 환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았다.
백혈병 수술로 앞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9살 가은이와 아가사키병인 8살 동희를 그리고 바로 내 옆자리에 나처럼 뇌종양으로 두 차례나 수술 받고 왼쪽 전신마비로 누구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못하는 40대 후반의 아주머니를 위해 기도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 씩 날 찾는 손님들이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무신론자인 그녀가 한마디 한다.
“나도 교회나 다닐 껄 불교를 믿으니까 내 손님들은 하나도 나 위해 기도도 안 해주고 가네“
하며 우수개 소리를 한다.
난 얼른 종이를 집어 들어 그 여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수희님!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고 ’ 그런 노래 알아요? 당신을 만난 것은 우리 병실 모두의 축복입니다.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분위기를 가끔씩 한바탕 웃음의 도가니로 몰고 가 잠시나마 아픔을 잊게 하고 있잖아요. 우리 모두 당신을 웃음의 치료전도사로 임명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한평생 살다가 죽는 것은 정한 이치이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길이지요
내세를 믿으십니까?
지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죽은 후에 내가 어디에 머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우리 옛 속담에 “ 쇠똥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저승은 고통스럽다는 얘기겠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거 같아요. 저를 병문안 오는 분들이 어떻게 위로하고 가는지 아세요?
‘이봐요 잘못되면 죽기까지 밖에 더하겠어요? 죽으면 바로 천국인데 마음 편히 가져요.“
네 맞아요, 기껏해야 죽기까지 밖에 뭐가 더 있겠어요. 천국에 대한 소망이 우리를 죽음에서까지도 자유 하게 합니다 저는 수희 님 이 모든 것에서 자유 하길 바래요. 자신의 생각 속에서까지도 자유 하세요.
저는 이제 두 번째의 수술을 앞두고 뭐라고 기도 하는 줄 아세요?
‘하나님 제병 빨리 고쳐주세요’ 그랬을 거 같아요? 아니 예요, 앞에 있는 가은이 밤새 수혈하는 모습 지켜보며 그 아이를 위해 기도했고 아가사키로 고통하는 어린 동희 그리고 수희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인생을 멋지게 사신 수희님 이렇게 누워서 인생을 끝낸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으세요?
일어나세요,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멋진 인생을 다시 시작해보세요
그렇게만 된다면 수희님의 삶의 가치는 더 빛날 것이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저를 위해 쉬지 않고 불 밝히고 릴레이 기도를 쉬지 않는 많은 지체들 때문에 저도 사랑의 빚 진자로 수희님을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인은 환하게 웃으며 나도 언니처럼 그 사이버나이프 라는 거 한번 만 맞아보면 소원이 없겠어요.
난 이미 너무 많은 방사선을 투여해서 더 이상은 효과를 볼 수가 없다 네요.‘
하면서 수술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을 통해 사이버 나이프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 여인은 이런 중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보험 하나 들어놓지 않은 나를 측은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런가? 하고 그 여인의 말에 동조하는 나를, 아들은 하나님이 책임져 주실 거라며 믿음과 기대를 품고 끊임없이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했다. 아들의 눈에는 하나님의 선하심밖에 보이지 않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