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로 간 달팽이 24
수를 놓는 소년
[서지 사항]
박세영 장편 소설 | 135x210㎜ | 무선 | 208쪽 | 값 13,000원
초판 발행일 2023년 10월 16일 | ISBN 978-89-6319-530-8 (43810)
[분류]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국내도서 > 한국 문학 > 한국 소설 > 한국 청소년 소설
[주제어]
#꿈 #성장소설 #자존감 #노력 #병자호란 #소현세자 #전통자수 #박세영 #북멘토
책 소개
《수를 놓는 소년》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중국 심양 땅에 피로인으로 끌려간 한 조선인 소년의 삶을 통해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자수처럼 섬세한 작업으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박세영 작가는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린 한 소년의 고난과 역경, 그것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보편적인 주제를 자수 예술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담아냈다. 이 소설은 조선에 실제로 존재했던 남성 자수장을 모티브로 한 독창적인 인물을 통해 자수가 흔히 규방 여성들의 예술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환기하며, 자수라는 섬세한 예술 세계의 특성을 탄탄한 이야기 구조 속에 잘 녹여내어 마치 한 폭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독자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너머에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더 큰 세상이 있을지도 몰라.
언젠가는 그 아름답고 큰 세상을 자수로 담아내자.
거기에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너는 수를 놓는 거야.
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글로 쌓아 올린 이야기에 푹 빠져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은 병자호란 당시 적국에 끌려간 한 소년의 눈으로 그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낸 역사 소설이자,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자수를 제대로 알려 주는 친절한 안내서이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보물인 전통 자수가 독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기를 소망한다.
_손경숙(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자수장 전승 교육사)
가혹한 현실 위에 한 땀 한 땀 꿈을 수놓아 나가는
조선 자수장 소년의 고난과 역경, 꿈을 다룬 이야기
《수를 놓는 소년》은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체되는 동아시아 격변의 시기,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일어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조와 조선 조정은 남한산성에서 마지막까지 항전을 벌였지만 45일 만에 항복을 선언한다. 임금은 삼전도까지 걸어가 청나라 황제 앞에 삼배구고두례 올린 것을 굴욕이라 여겼으나 전쟁에 패한 나라의 백성은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수십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피로인으로 청나라에 끌려갔다. 붙잡혀 간 조선 백성 가운데 일부 종실과 양반의 부녀는 많은 돈을 주고 풀려나기도 했지만 가난한 양민은 비참한 삶을 살다가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평안도 안주에서 어머니, 누나의 바느질 일을 도우며 살던 열다섯 살 윤승은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청군의 손에 부모를 잃고 압록강에서 누나와도 헤어져 청나라 심양에 피로인(포로)으로 끌려온다. 심양의 큰 상인인 강 대인의 집에 노예로 팔려 오게 된 윤승은 모진 노동과 가혹한 학대에 시달리던 중 강 대인의 두 번째 부인인 진씨의 눈에 띄어 자수 일을 시작하게 된다. 윤승의 자수 솜씨가 뛰어난 것을 알게 된 진씨 부인은 그를 가까이 두고 일을 시키기 위해 만수각 공방의 자수장 서 사부에게 윤승을 맡겨 자수 기술을 배우도록 한다.
소수 민족 출신으로 명 황실 자수장까지 지냈으나 부패한 황실과 관료들의 전횡에 지쳐 떠돌다 심양에 정착한 서 사부는 윤승의 자수 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게 되자 윤승에게 여러 가지 자수 기법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르침을 전한다. 한편, 진씨 부인은 볼모로 잡혀 온 소현 세자의 세력 기반이 되어 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밀한 거래를 하다가 청 황실에 발각되자 큰 위기에 처하고 윤승 또한 사건에 휘말려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자수 놓는 재주를 통해 세자빈과 진씨 부인의 일을 도와 헤어진 누나를 찾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윤승은 한순간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 윤승은 과연 무사히 누나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포기할 수 없는 희망,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꿈을 이야기로 수놓다
자수는 천에 색실로 그림이나 글자를 바늘로 떠서 놓는 작업으로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물건에 장수나 복을 기원하는 길상문을 자수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민족의 정서와 미감을 담아낸 자수 작업은 여인들의 규방 예술로 여겨지곤 하지만 평안남도 안주 지방에서 생산되는 안주수는 특이하게도 남성 장인들이 전문적으로 자수품 제작에 참여했다. 꼬임이 굵은 실로 속수를 두텁고 힘있게 놓는 것이 특징인 안주수는 채도가 낮은 색상의 실을 사용해 부드럽고 세련된 미감을 드러내며 질이 좋고 튼튼한 고급 상품 자수로 왕실에 헌상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직접 수놓는 작업을 할 정도로 자수에 관심이 많은 박세영 작가는 자수를 전문적인 직업으로 삼은 남성 장인을 모티브로 이 책의 주인공 윤승이라는 인물을 창조했다. 작가는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마치 큰 폭의 천 위에 수놓은 자수 작품처럼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당시 청나라는 조선을 침략한 적국이었지만 세계 각국의 우수한 문화와 사상, 예술이 흘러드는 문물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황제든 노예든,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모두 똑같이 귀하고 평등하다’는 《천주실의》의 사상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동서양의 자수에 모두 조예가 깊었던 서 사부는 《천주실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윤승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윤승은 스승의 가르침을 깊이 되새기며 꿈의 반경을 넓혀 나간다. 그 과정에서 위험한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위기에 처하면서도 윤승은 삶을 향한 의지와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는다.
《수를 놓는 소년》은 수많은 땀이 모여 온전한 자수 작품을 이루는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 내는 소년과 색실처럼 다양한 주변 인물들 이야기를 아름답게 엮어 보여 준다. 자수틀에 붙들린 미약한 실오라기처럼 인간의 삶 또한 거대한 현실 위에 얽매여 불완전하게 흔들릴 뿐이지만, 세상의 부당함 한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실이라는 자수틀 위에 자신의 꿈을 한 땀 한 땀 수놓아 나가는 소년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뜨거운 감동과 아름다운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소개
글 · 박세영
서울대학교 미술 대학에서 동양화를,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2012, 2014년 Bologna Children’s Book Fair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75인’에 선정되었고, 2018년 Sharjah Children’s Reading Festival에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2위를 수상했다. 그린 책으로 《벼알 삼 형제》 《하루와 미요》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 《처음 배우는 3·1 운동과 임시 정부》 《처음 배우는 4·19 혁명과 민주주의》 《처음 배우는 동학 농민 운동과 차별 없는 세상》 《처음 배우는 제주 4·3사건과 평화》가 있다.
차례
수를 놓는 소년
살길을 열어 줄 비단실
금사가 불러온 불행
심양관의 조선인 노예들
다시 만난 진씨 부인
뛰어난 자수 장인
뜻을 품은 그림 문자
발각된 밀서
드러난 진실
자수로 펼치는 꿈
작가의 말
본문 속으로
p.9
‘넌 원하는 곳은 어디든 아무 데나 갈 수 있어서 좋겠다.’
윤승의 두 눈이 빨려 들어가듯 나비에게로 향했다. 검은 점이 콕콕 박힌 노란 나비는 누나가 즐겨 수놓던 나비와 똑 닮아 있었다. 누나를 잠깐 떠올린 것만으로 윤승의 마음은 방금 파낸 땅처럼 헤집어졌다.
p.20
윤승이 쥔 바늘이 비단옷 위를 오르락내리락하자, 나비의 날개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윤승은 황토색 실을 다시 바늘에 뀄다. 바늘이 새롭게 지나간 자리마다 날개에 음영이 생겼다. 팔랑거리며 당장이라도 날갯짓을 할 것 같았다.
p.21
처음에는 그저 아픈 누나 대신 어머니를 돕기 위해 실을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느질이, 특히 수를 놓는 게 즐거웠다. 현실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색색의 실만 있으면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 좋았다.
p.37
윤승은 할 수 있다고 계속 고집을 부렸고 기어코 모란 수를 뜯어냈다. 새로 수를 놓을 땐 꽃잎 가장자리에 짙은 붉은색 대신 보색에 가까운 청록색 실로 수를 놓았다. 그랬더니 꽃이 더 화사해 보였다. 또 다른 꽃에는 붉은색과 청록색 실을 꼬아 만든 꼰사를 사용했다. 이렇게 꼰 실은 조금 떨어져서 보면 마치 자색처럼 보였고 꽃에 입체감을 더해 주었다. 윤승은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등잔불 아래서 실을 꼬고 수를 놓았다.
p.51
윤승은 꽃잎의 갈라진 부분에 기준이 되는 땀을 놓았다. 한쪽 면을 채웠다. 짧게, 길게, 다시 짧게, 그리고 길게. 땀의 길이에 변화를 주며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그런 뒤 좀 더 진한 분홍색 실을 뀄다. 누나를 향한 그리움이 깊어지듯 연분홍에서 진분홍빛으로 꽃잎의 빛깔도 짙어졌다.
p.52
꽃잎이 한 장씩 비단실로 채워지고, 서서히 입체감이 드러나면서 모란꽃에 생기가 감돌았다. 꽃이 모두 완성될 때까지 윤승은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오롯이 수놓는 일에만 집중했다.
p.53
바구니 안에서 금사가 감긴 나무 실패를 집어 들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윤승은 금사를 적당한 길이로 자른 다음 징그는 실로 금사를 고정했다. 금박이 벗겨질까 봐 동작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모란 꽃잎 가장자리를 둘러 가며 일정한 간격으로 금사를 징겄다. 특히 바깥쪽에 달린 꽃잎에는 금사를 한 바퀴 돌려 징거 주었다. 그렇게 하면 꽃잎 끝에 물방울이 맺힌 것처럼 싱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윤승은 모란꽃을 모두 금사로 징근 후, 끝점에 남긴 금사를 힘 있게 천 아래로 잡아당기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 냈다. 마지막으로 뒷면의 실밥까지 꼼꼼히 정리했다.
p.101
머릿속에 모란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녔다. 눈감고도 수놓을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것들. 윤승은 모란과 나비가 글자의 획 안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이렇게 하면 그림이 글자가 되나?
‘아니야. 획이 뚜렷하게 남아 있으면, 그냥 글자 옆에 그림이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게다가 모란과 나비는 이 글자들의 뜻과 아무 상관도 없잖아.’
윤승은 종이를 끌어와 붓을 들고 서신에 적힌 두 글자를 커다랗게 따라 그려 보았다. 慕와 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p.117
“질문이 어려우냐? 그럼 이렇게 묻겠다. 너는 무엇을 위해 수를 놓느냐?”
p.119
“세자빈? 조선의 세자빈마마를 위해 그림 문자를 수놓아야 한다고?”
서 사부가 또 윤승의 말을 잘랐다. 목소리에 노기가 어렸다. 조금 전까지 서 사부 얼굴에 있던 웃음기는 사라지고 눈썹이 일그러졌다. 순식간에 방 안 공기까지 차갑게 식어 버린 듯했다. 윤승은 서 사부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네가 세자빈마마를 위해 만들어야 한다는 그림 문자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아느냐?”
윤승은 영문을 모른 채 서 사부를 바라보았다.
“왜 수를 놓는지 아는 거다. 그걸 모르면 재주가 있어도 남들에게 휘둘리기만 하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없다.”
p.136
윤승은 날마다 눈을 뜨면 곧장 만수각으로 향했고 별을 보며 심양관으로 돌아왔다. 밤에는 등잔불을 켜서 다음 날 쓸 꼰사를 만들고, 수놓을 부분을 자투리 천에 미리 연습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것이 서 사부가 말한 나를 위한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것,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은 바람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p.147
“아버지는 늘 우리가 본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셨어. 저 너머에 더 큰 세상이 있다고. 언젠간 그 세상을 자수로 담아낼 거래. 나도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 그곳에…… 너도 꼭 같이 갔으면 좋겠어.”
p.173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똑같이 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누가 자기 신분을 바꿔 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타고난 신분보다 아래로 내려갈 수는 있어도 위로 올라갈 수는 없다. 그것이 윤승이 사는 세상이었고 엄혹한 현실이었다.
“나는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이 귀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야.”
p.184
“야소(예수)라는 분이다. 야소님은 모든 사람이 다 귀하다고 하셨지. 황제도 노예도, 남자도 여자도 모두 똑같이. 바로 이 책, 《천주실의》(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한문으로 쓴 기독교 교리서)에 나온 말이다.”
p.186
“《천주실의》에 쓰인, 모든 사람이 다 귀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정말 있는지 내 눈으로 보고 싶구나.”
p.186
“수놓는 재주는 내가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래도 그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 재주를 갈고닦는 것이 오롯이 나의 책임인 것처럼, 이 재주를 어떻게 사용할지도 내가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황제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 그 꿈이 나의 꿈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p.187
‘자수로 펼치는 꿈이라고?’
윤승은 초상화에 눈을 고정한 채 그 말을 속으로 곱씹었다.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할까? 모두가 귀하게 대접받는 그런 세상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펼치는 일이?
자수에서 없어도 되는 땀은 없다. 땀마다 제 역할이 있어서 어떤 땀이 뜯겨 나가면 구멍이 뻥 뚫릴 것이다. 서 사부가 꿈꾸는 세상이 그런 곳일까? 수많은 땀이 모여 온전한 자수 작품을 이루는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 그 꿈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세상?
p.197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귀하다. 그것이 윤승에게 들어맞는 말이라면 부카에게도 똑같이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윤승은 자기의 삶이 지금과 달라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 어쩌면 그것인지도 모른다.
p.202
“괜찮을 수도 있겠다 싶어. 너와 함께 간다면.”
양양은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이 윤승을 설레게 했다. 그래서 윤승도 따라 웃었다.
“그곳에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너는 수를 놓고. 우리만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거야.”
꿈이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만의 꿈. 윤승은 그 말을 한 번 더 속으로 되뇌었다.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고 그 느낌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지기는커녕 알 수 없는 감정이 잇따라 솟구쳤고 점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것은 윤승이 태어나서 처음 가져 본 자기 삶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p.202-203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야 하는 자수처럼, 내가 선택한 것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꿈꾸던 것을 이루고 언젠간 누나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늘 높이 떠오른 해가 빛을 뿜어냈다. 강렬한 빛의 줄기는 뭉게구름을 만나 주변으로 따스하게 퍼져 나갔다.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강물이 온 힘을 다해 빛을 반사했다. 반짝이는 강물을 보며 윤승은 두 팔을 펴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바람은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윤승과 양양을 실은 배를 강 저 너머로 데려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