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대해 한은은 국내 기업의 ‘혁신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기업의 경우 전체 연구개발(R&D) 지출 증가와 함께 특허 출원 건수도 크게 늘렸지만 생산성과 직결된 특허 피인용 건수 등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감소한 뒤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혁신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에는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국내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단기 성과 추구 성향 등으로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집중하고 기초연구 비중은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혁신 창업가가 부족해 신생 기업의 출현이 감소한 것도 혁신의 질이 낮아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한은은 “미국 선행연구 결과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창업가는 주로 학창 시절 인지 능력이 우수한 동시에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라며 “하지만 한국의 경우 똑똑한 이단아는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하고, 그 결과 시가총액 상위를 여전히 대부분 1990년대 이전에 설립된 제조업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테슬라나 엔비디아 같은 혁신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