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뇌만의 세상…“닐바나 같은 경험”
뇌졸중으로 좌뇌 정지된 뇌과학자 체험
테일러 박사가 2008년 테드 토크에서 뇌졸중이란 주제로 열강하고 있다. /출처=Ted Talk
하버드의대에서 뇌과학을 연구하던 30대 학자에게 좌뇌 대출혈로 뇌졸중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좌뇌 기능이 멈추고 우뇌만 작동하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우뇌만의 세상… 훗날 그는 “행복이 넘치는 침묵의 바다를 유영했다”고 표현했고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닐바나)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표현했다.
37세이던 질 볼트 테일러 박사는 어느날 아침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좌뇌 기능이 멈추면서 언어・인지・운동 능력 등의 마비가 찾아왔다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을 인식할 수 없었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신체 경계와 시공간 구별능력도 사라져 갔다.
좌뇌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 언어 처리, 수학과 관련이 있는 반면, 우뇌는 창의성, 직관, 시공간적 기술, 예술적 능력과 관련이 있다.
다행히 발병 4시간만에 병원으로 후송돼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뇌는 온전했다. 좌뇌 기능이 상실됨으로써 홀로 활성화된 우뇌의 세계는 환상적이었다.
평소 좌뇌가 쉴새없이 주던 정보・재잘거림 등이 멈추고 끊기면서 고요한 침묵의 세계가 찾아왔고 한없는 평화와 기쁨, 행복을 느꼈다.
며칠 뒤부터는 기본적인 숫자, 언어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아기로 돌아가 걷는 법, 말하는 법, 읽는 법, 쓰는 법, 퍼즐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침대에서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법, 일어서는 법, 첫발을 떼는 법 등도 배웠다.
몸에는 뇌졸중이 발생해 심신이 반신불수가 됐지만 정서적으로는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더없는 평온과 희열을 느꼈다.
“나는 말하지도, 말을 알아듣지도, 글을 쓰지도 못했고, 걷는 것은 물론 몸을 구부리는 것도 불가능했는데, 흥미롭게도 나는 내가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내가 예전보다 못한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좌뇌의 부정적 판단이 사라지고 우뇌의 긍정적 정서가 지배했다.
두개골 수술을 마친 후 인지능력과 감정도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다시 좌뇌가 말을 걸기 시작했고 불안·두려움·조급·미움·분노·수치감·욕망 같은 ‘인간적’ 감정들이 나타났다.
그때 그는 차라리 우뇌만 작동하는 상태로 그냥 남아있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장장 8년에 걸치는 피나는 재활과정이 이어졌다. 새로 숫자와 단어를 익히고, 세수하는 법, 그릇 찾는 법 등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학습해 나갔다. 뇌과학자로서 뇌에 대한 지식, 호기심과 재활에 대한 열정이 겹쳐 나날이 발전할 수 있었다.
4년간 손에 아령을 들고 하루 5km씩 걸었다. 4년째부터는 덧셈, 5년째는 나눗셈을 하면서 수학적 능력을 회복했고 6년차가 되자 바위 위를 뛰어다니거나, 계단을 2개씩 오를 수 있게 됐다.
완치뒤 그는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뇌졸중 경험에서 얻은 통찰(My stroke of insight)>이란 제목으로 2008년 TED 강연에서 소개해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타임지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뇌졸중 경험으로 얻은, 축복에 가까운 깨달음은, 바로 누구든 언제라도 깊은 마음의 평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반과도 같은 경험이 우뇌 의식 속에 존재해 언제든지 접속하면 된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도…”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재활을 통해 누구나 정상인이 될 수 있다 ▲뇌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인간의 기쁨이나 행복을 외적 환경과 관계없이 스스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삶의 여러 고난도, 궁극적으로 각자 내면의 힘을 통해 극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을 가져본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