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이정호
골목에 들어서면
아내는 아직도 "엄마-" 하고 부른다
습관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
집은 그대로다
천 리를 달려와도
공백이 먼저 문을 연다
노인 한 분 없을 뿐인데
한 사람이 한 채보다 크다
그해 노을은 유난히 붉었다
어머니와 장모님
같은 해, 같은 하늘로
붉은 저녁마다
하늘이 두 분을 닮는다
세상이 거들떠보지 않던
작고 늙은 사람들이
왜 이리 크게 그리운가
그리움은
곁에 있을 때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랐고
나와 아내는
소리 없이 그분들 나이 속으로 걷는다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의 공백이 된다
해운대 산기슭
장모 없는 처갓집
불 꺼진 채 서 있다
말없이, 그러나
할 말이 너무 많은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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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빈집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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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06 08:2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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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감있는 삶이 곧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시에 머뭅니다
장모 없는 처갓집에 다녀왔습니다.
빈 공간이 마음을 허전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