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아무 것도 남기지 말라, 바수구미 선배의 당부요 주문이며 철학이다. 다음달 산티아고 순례길에 짊어질 배낭을 오랜 고민 끝에 어제 구입했는데, 오스프리 케스트럴 48이다. 배낭 안 위쪽에 '아무 것도 뒤에 두지 말라'는 글씨가 준엄하게 새겨져 있었다.
미국 뉴멕시코주 칼스바드 동굴 국립공원의 거대한 동굴 안에 들어가려면 단 한 가지, 생수만 반입 가능하다. 치토스 과자는 금지되는데 최근 탐방객이 이 과자가 가득 든 봉지 하나를 놔두고 가는 바람에 동굴 안의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이 있었다고 공원 레인저들이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미국 CNN 방송이 지난 6일(현지시간) 전한 것이 10일에야 눈에 들어왔다.
공원은 포스트를 통해 '빅 룸'(Big Room)의 트레일 벗어난 지점에서 발견된 쓰레기에 대해 “인간의 관점 차원에서 보면 쏟아진 스낵 봉지는 사소한 일로 보이지만 동굴 안의 생명에겐 세상이 바뀌는 일일 수 있다”면서 "가공된 옥수수가 동굴의 건조함 때문에 부드러워져 미생물과 곰팡이가 숙주로 삼을 만한 완벽한 여건이 됐다. 꼽등이(Cave crickets), 응애(mites), 거미와 파리가 금세 일시적인 먹이 망을 형성해 영양분들을 주변 동굴 등에 퍼뜨렸다. 곰팡이들을 근처 표면으로 끌어올려 죽어 썩어 문드러지게 한다. 그리고 그 순환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공원 측은 레인저들이 동굴 안 표면에서 곰팡이들과 외부 유입 잔재들을 제거하는 데 20분을 허비했다면서 스낵에서 생겨난 생태계의 몇몇 구성원은 “많은 단세포 생명체와 곰팡이들이 아닌 동굴 거주자”라고 지적했다. 그 포스트는 이어 "크건 작건 우리는 어디엘 가든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발견한 것보다 더 나은 곳으로 세상을 물려주자”고 강조했다.
공원 홈페이지는 생수 말고 어떤 것이든 먹고 마시는 일은 동물들을 동굴 안으로 끌어 들인다고 짚었다.
칼스바드 동굴 국립공원의 '빅 룸'은 북아메리카를 통틀어 단일 동굴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상대적으로 평평해 2km 트레일로 접근할 수 있다. 몇백만 년 전에 형성된 이 동굴은 강력한 산의 작용으로 석회암을 녹여 동굴 안에 통로를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