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20) -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
어제(12월 21일)는 일 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 덩달아 전국의 수은주도 영하로 떨어져 몸과 마음이 함께 얼어붙는다. 계절에 맞춰 떠오르는 시구는 동향의 시인 서정주의 동천(冬天), 이를 읊으며 따뜻한 사랑의 기운 힘입어 차가워진 심신을 녹인다.
동천(冬天)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집에서 가까운 청주 무심천의 냇물이 동지를 앞두고 살짝 얼었다
어느덧 올해도 막바지, 교수신문은 해마다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는다. 교수신문이 전국 906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개의 사자성어 후보 중 두 표씩 행사한 총 1,812 표 가운데 32.4%인 588표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글자 그대로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세태를 꼬집은 말이다. 아시타비는 원전이 따로 없이 '내로남불'을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다. 신조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 교수신문
아시타비(我是他非)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21.8%)를 받은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뻔뻔함을 지적하는 말이다. 세 번째는 16.7%의 표를 받은 격화소양(隔靴搔癢), 신발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뜻으로 문제의 본질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표현한 사자성어도 있었다. 답답한 현실을 표현한 첩첩산중(疊疊山中)은 12.7%를 기록했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여 발표한 지 20년, 첫해인 2001년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逕),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20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 등으로 대다수가 부정적이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가 그랬기에, 그에 걸맞은 사자성어가 뽑힌 것이다. 언제쯤 보람된 한 해로 기억되는 사자성어가 등장할까?
* 사흘 후면 크리스마스, 이를 앞두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젊은이들이 코로나로 위축된 국민들에게 뜨거운 승전보를 전한다. 지난주 폐막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대회와 전날 폐막된 시즌 최종 CME 챔피언십에서 김아림 선수와 고진영 선수가 연달아 우승하며 한국낭자들의 기개를 세계에 떨쳤다. 올해 두 차례나 우승한 김세영 선수는 마지막 대회를 2위로 마감하며 올해의 선수상을, 고진영은 지난해에 이어 상금 왕까지 거머쥐기도. 그런가하면 유럽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는 지난 18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개최된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20’에서 한 해 최고의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방탄소년단 등 코로나 스트레스를 날려준 대한의 젊은이들에게 감사와 치하의 박수.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잠언 20장 2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