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네요. 그냥 이 자리에 새 야구장을 지어도 될 것을…." 공사 현장을 바라보는 노(老) 야구인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여기가 우리나라 야구 메카였잖아요? 예전에 이 앞에서 엿도 사먹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장훈(70), 일본 통산 최다안타(3085개) 기록을 보유한 그가 1일 옛 동대문야구장 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야구의 전설'은 "아쉽다"면서도 "1958년에 처음 왔을 땐 정말 볼 게 없었는데 이젠 일본과 별 차이가 없다"며 뿌듯해했다.
■이승엽이 5000만엔짜리?
"요미우리 이승엽 이 몇 년 전 한창 잘 칠 때는 정말 좋았어요. 올해 롯데 김(태균) 선수도 잘 해주고 있죠." 후배들의 활약상을 거론하던 그는 이승엽에 대한 충격적인 얘기를 전해줬다.
"이승엽의 올 연봉이 6억엔이라고 들었습니다. 본인은 내년에 3억엔 정도로 낮춰 다른 팀으로 이적할 생각인 것 같지만 일본 야구계의 평가는 다릅니다. 2개 구단에서 '5000만엔이라면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해요."
5000만엔이면 한국 돈으로 약 7억원이다. 장훈은 "그런 대접을 받고 일본에 있을 필요는 없다"며 "협상 과정에서 (연봉이)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일본에 남는 것보다 빨리 돌아와 한국 야구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장씨는 하라 요미우리 감독이 충분히 기회를 주지 않아 이승엽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라 감독이 내게 '믿고 내보냈지만 못하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홈런 타자는 기다려줘야 해요. 세 번 삼진 당하고도 네 번째 역전 만루홈런을 치는 게 홈런 타자 아닙니까?"
그는 "일본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왕정치)도 한때 팬들로부터 '삼진왕'이란 야유를 많이 받았지만 감독이 믿어줘 극복했다"면서 "이승엽은 많지 않은 기회를 살리려는 마음에 겁이 나 더 못 치는 악순환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류현진·이대호는 메이저리그급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일본에 진출하길 바라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뜻밖의 답을 내놨다. "해외 진출보다 한국 야구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지요. 잘하는 선수가 자꾸 외국 나가는 건 좋지 않아요. (자국) 리그가 죽잖아. 자기 나라에 남아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후배들이 따라옵니다."
일본 NHK의 한국 야구 특집 프로그램 촬영차 내한한 그는 "한·일 간 야구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힘에서는 일본 선수들보다 낫습니다. 류현진 · 이대호 는 미국 선수들에게도 절대 뒤지지 않아요."
장씨는 우리 고교 야구팀 수가 53개라는 말을 듣고는 "그렇게 적은가? 200개는 된다고 들었는데"라고 했다. "일본은 4000개가 넘어요. 그런데도 한국이 일본 대표팀과 비슷하게 싸우는 걸 보면 역시 한국인은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