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처를 인정해 우리 삶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사실을 받아들이고 또 그 상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을 대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용서 과정의 둘째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제부터 나는 용서 과정을 온전함에 이르는 과정이라 부르고자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온전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용서는 상처가 치유됨으로써 온전함에 이른다.
이 둘째 단계에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의 진상을 알아보는 것이다. 우리가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아는 것 전부이기도 하다. 대체로 가해자는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므로 전적으로 그에게 탓을 돌리기를 꺼려 한다. 그리하여 곧 잘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상처를 초래할 무슨 짓인가를 한 것이 틀림이 없어. 분명히 내게 잘못이 있었어. 어쩌면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인지도 몰라.’
때로는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하게 얽히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혼이나 해고를 당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식으로 내 탓을 하기가 쉽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단계에서는 개인의 책임이 이유 없이 과장되기 일쑤다. 또한 그것은 도피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피해자가 잘못을 탓할 대상도 없고 그 결과 용서할 대상도 없게 된다. 그리하여 그냥 그 자리에 머물면서 계속 피를 흘리는 것이다.
소속 주교에게 공공연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한 사제는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사목을 그만두어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 몇 해를 고민 속에 보내야 했다. ‘혹시 내가 그리스도와 더불어 불의를 이겨내도록 부르심 받은 것은 아닐까? 부당한 고통과 상처를 참을성 있게 견디지 못함으로써 순명의 서원을 깨뜨린 건 아닐까? 이런 물의를 일으킨 것은 내 책임이 아닐까? 그냥 눌러 있었던 것이 좋지 않았을까?’
이 사제는 내 탓에 매달림으로써 이 단계에서 으레 드러나는 공통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일을 빈틈없이 해내려는 완벽주의자가 되었다. 매사를 올바르게만 하면 아무도 (특히 상관들은) 그에게서 허물을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완벽주의가 지나치게 비타협적이어서 해고되었다는 점이다. 그의 정신은 비관적 각본을 반복해서 보여주되 한 번씩 되풀이될 때마다 과거가 달라지고 내용이 바뀌는 그런 비디오테이프처럼 되어버렸다. 그는 걸핏하면 풀이 죽고 대장염과 편두통에 시달리다가 급기야는 술로 모든 것을 잊어버릴 지경까지 되어 자존감이 파괴되어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이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냥 알고’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저 옷을 입고 일하며 살았고, 그리고 패배자가 되었다.
이 같은 내 탓에서, 열등의식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바람직한 것은 첫 번째 이 단계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일 그대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이해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그대 안에 존재하는 어린아이를 위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대는 이해와 격려와 위안을 얻어 누릴 자격이 있다는 사실, 그대가 이런 것들을 자신에게 부여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내 탓과 열등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과는 정반대다. 그대가 그 어린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라. 선물이나 영화도 좋고 울 수 있는 공간도 좋다. 그 어린아이가 소중하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해보라.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꽃다발을 보낸다’라고 했다.
기도 중에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위대한 가치를 생각하며 하느님과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 하느님이 그대 편이시라는 사실을 하느님께 (그러고 나서 그대 자신에게) 일깨우도록 하라. 하느님과 함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보라. 그들은 스스로 박해받는 소수인종의 일원으로 비하하기는커녕 검은 것이 아름답다며 형제애·자매애를 재확인함으로써 서로를 격려했다.
참조 문헌:용서의 과정 윌리엄A. 메닝거 지음-바오로딸-
첫댓글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