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새해 신년 첫 산행을 경남 거창군 가조 일대에 있는 산으로 무박으로 간다. 신년 첫 산행이라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는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생각했지만 줄 긋는 사람 마음대로. 오지에는 거창군이 고향인 분들이 더러 있다. 온내님, 바로 가조 출신인 아부라백작임, 그리고 지금은 작고 하신 분이 있다고.
금요일 밤 오지로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날씨도 차고, 오늘 밤 미국팀과 해결해야 할 일도 있고. 추운 날씨에 그래도 올 사람들은 다 왔다. 올 것으로 예상된 산정무한님과 수담님을 아주 잠시 예의상 기다리고는, 백구두 기사님이 운전하시는 오지버스는 가장 안전한 고속도로인 경부선으로 달려간다. 맨 뒷자리 트렁크에서 올라오는 찬바람으로 등과 하체가 시려서 잠을 못 이룬다. 가지고 있는 옷들과 수건 모자 등을 이용해 의자사이 구멍들을 메꾸고, 핫팩 4개를 뜯어 찬기운이 있는 곳에 두고 누우니, 견딜만 하다. 미국팀에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문자가 새벽 1시 48분에 도착했다. 이제 맘 편하다. 자다 깨다 반복하여, 거창군 가조면 기리에 도착한다. 들머리는 기리이고 날머리는 도리이다.
날씨는 아주 차다. 영하 8도 이다. 동네 개들 짖는 소리를 뒤로하며, 오모님의 가이드로 오지로 다 같이 들어간다.
숙성산으로 오르는 길은 계속이어지는 꽤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다. 얼은 땅 위에 바싹 마른 낙엽으로 접지가 쉽지않아 산 오르기가 여간 성가시다. 차라리 배낭이 무거워 발 딛는것이 조금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너무 차가운 날씨라, 벙거지 모자쓰고 아우터 모자 써도, 땀이 나지 않는다. 이것이 한 겨울산행이다. 오르막에서도 전혀 땀이 나지 않는 칼바람과 추위의 콜라보!
날씨가 추워서인지 손동작이 매끄럽지 않다. 오뎅 끓일 준비하다 내 손톱으로 내 손등에 생채기를 낸다. 손등 피부가 두 군데 벗겨져 피가 흐른다. 이런 생채기는 자칫하면 흉터를 남긴다. 영희언니 도움으로 대충 조치하고 리엑터에 불 붙이는데, 지난주 부터 급격히 출력이 떨어지더니 오늘은 불꽃이 파랗다. 저기 가조 지평선을 붉게 달구는 저정도의 불꽃 색깔이 정상인데.
날이 시리도록 차가울 수록 해돋이의 색깔은 진하다. 저기 멀리서 느껴지는 빨간 기운이, 거대한 에너지 처럼 다가온다. 빠알갛다고 해야하나 붉다고 해야하나, 이런 붉은색은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짙붉다. 찐붉다. 흑붉다.
숙성산에 올라 해가 올라오는 것을 보려 했으나, 너무나 강한 바람과, 추위로 인해 손 발이 얼얼하다. 팀원들 다 모이기도 전에 후딱 사진한컷 찍고 내려온다.
숙성산을 뒤로하고 미녀봉으로 향한다. 길게 떨어지고, 또 오르고, 짧게 내리다, 또 오르고, 계속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한다.
미녀봉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건너편 능선들도 아름답다. 왼쪽으로는 덕유산 자락들이 희미하지만 높게 보이고, 앞으로는 가야산 자락들이 펼쳐져 있다. 바로 앞은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들도 멋있게 흘러간다.
오늘은 신가이버대장님은 맛있는 김치전과 돌배주를 준비해 오셨다. 돌배주 한모금이 어질하다. 혀가 풀어지며 장난기가 돈다. 김치전에 오징어가 들어갔다면 좋겠다고 했더니만, 추운 날 고갱이로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고, 다들 웃는다. 재밌다. 산행중에는 산 이야기만 진지하다. 나머지는 그냥 흘러버리는 실없는 이야기들이다.
오모육모님은 오지에 2016년 카페를 보고 스스로 오지팀에 찾아왔다. 전국에 다닐 수 있는 산들은 거진 다녀보았는데, 더 가보고픈 산들은 접근이 쉽지 않아, 이렇게 오지를 다니는 팀을 찾아왔단다. 스스로 지도도 보고, 산행실력도 처음부터 대단했다. 지금은 더덕실력도 수준급이다. 이러한 오지산행에 진심인 그는 참으로 특이하고 가끔은 가학적인 산행코스를 짜는 신공이 있다. 대부분 그랬지만, 오늘은 역대급이었다. 하산완료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부터 다시 2개 봉우리를 올랐고, 얼어있는 계곡길을 그것도 우거진 잡목구간이 꽤 있는 2.5Km 를 걸어야 했다. 나는 사실 말이없어졌다. 이제 오모님도 60줄에 들어서니 오모가 아니라 육모로 불러야 하나?
여기에서 모현정으로 다시 걸어내려가 백구두 오지버스를 타고 가조면으로 간다. 오늘 거의 17km 이상을 걸었다. 도상거리 12Km 미터라던 오모육모님의 가학적인 줄긋기 신공으로 인해 뱃살이 홀쭉 들어간 느낌이다. 나쁘지많은 않다.
실로 오랜만에 동아목욕탕에 왔다. 목욕비가 4천원으로 올랐다. 마지막에 3천 5백원이라고 여주인장에 말하니, 정말 오랜만에 오셨군요 한다. 전국최강의 목욕비다. 그리고 여기는 물도 온천수다.
백작님이 예약하신 울산식당으로 식사하러간다. 오모님과 긴 시가 더덕 찧어 더덕 주스 마신다.
첫댓글 역시 무물님
산행기가 작품입니다
일출의 색이 환상적입니다
추울수록 색은 예뻐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