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인생꿀팁] “善과 惡 개념 너머에 너른 들판이 있다”
17년 승려로 수행한 서양 청년 체험기
26세 대기업 간부 시절, 모든 것을 버리고 태국 밀림에 들어가 수도생활을 시작한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출처=데일리 메일 온라인
스웨덴 청년의 17년 수도생활에 관한 책을 읽어보게 됐다. 제목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거짓과 위선, 독선과 오만이 당당하게 판치는 세태에서 눈에 번쩍 들어오는 제목이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26세 나이에 이미 다국적기업 임원을 거치고 스웨덴 굴지 회사의 최연소 중역으로 입성을 앞둔, 성공가도를 달리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선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소리들로 가득차 있었다.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에서부터 여자 친구와의 헤어짐 등 소소한 일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떠올리든 불안과 걱정, 허탈감과 무력감이 엄습했다.
십수년전 우울증으로 심하게 고생할 때 내 내면의 모습과 비슷했다.
결국 그는 결국 사표를 내고 삶의 대전환을 감행하게 됐다. 태국 밀림 불교 사원에 들어가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된 것이었다.
고된 수련 생활의 시작이었다.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시작한 명상은 고통만 줄 뿐이었다.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쉼 없이 떠들고 울먹이고 비난하고 비판하고 독설을 날리고 의문을 제기하고 불평을 일삼는 내 생각과 홀로 마주하는 것, 그것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수도생활을 통해 세월을 보내면서 아우성치던 마음속 잡음・소음은 잦아들고 단순화되면서 조금씩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발견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느날 그는 13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 루미가 남긴 구절을 보고 눈이 번쩍 띄었다.
“악행과 선행이라는 개념 너머에 너른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을 만날 것이다.”
그가 자라면서 얻은 교육과 경험을 통해 체득한 ‘옮고 그름’, ‘선과 악’에 대한 판단들. 그것들이 실은 자신을 옥죄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미움이나 (자신에 대한) 죄의식으로 발전시키고,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이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조금씩 판단을 내려놓는 법을 실천했다. 그가 수도생활 중 화두처럼 여기던 진리는 영국인 주지스님으로부터 얻었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진심으로 되뇐다면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혹독하게 대하던 자신에 대해 보다 너그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타인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보기 시작했다.
수도승 생활 17년을 마치고 그는 환속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가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이상, 신분이나 거처가 문제되지 않았다. 그는 스웨덴으로 돌아가 평상인의 삶을 살았다. 자기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상담하고 강의했다. 다시 여자친구도 사귀었다.
“17년 동안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에 매진한 결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은 초능력입니다.”
2018년 그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근육이 위축되고 운동신경이 소멸되는 치명적 병이다. 그는 담담하게 처음이자 마지막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집필하고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2022년 1월 안락사를 택했다. 나이 60세.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