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일 버스여행의 매력은
단순히 도시를 찍고 이동하는 일정이 아니라
창밖 풍경까지 천천히 마음에 담아가는 시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흐린 하늘이 내려앉은 퓌센의 숲길. 짙은 초록 냄새 사이로 마리엔다리를 향해 걸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한 노이슈반슈타인성.
구름 아래 서 있던 성은 마치 동화책 속 삽화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루드비히 2세가 왜 이런 성을 만들고 싶어 했는지 그 자리에서는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었던 한 왕의 외로움과 환상이 알프스 바람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습니다.
마리엔다리 위에서는 모두가 잠시 말을 잊었습니다. 멀리 호수와 초원. 비 내릴 듯한 하늘. 그리고 절벽 위 하얀 성.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공기의 깊이가 있었습니다.
성 내부는 한국어 해설기를 들으며 관람했는데 덕분에 단순히 예쁜 성이 아니라 루드비히 2세의 삶과 음악, 그리고 바그너를 향한 집착까지 이해할 수 있어 더 흥미로웠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을 내려오는 길. 우리는 셔틀 대신 숲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젖은 흙냄새와 초록빛 사이로 트레킹을 즐기는 현지인들도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스틱을 짚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길 아래에서는 관광객들을 태운 마차가 천천히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말발굽 소리가 숲속에 울릴 때마다 마치 시간이 백 년쯤 뒤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주한 또 하나의 성. 아버지성이라 불리는 호엔슈방가우성. 노란빛 성벽이 초록 숲과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루드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라는데 어쩌면 그는 저 창문 어딘가에서 언젠가 자신만의 성을 꿈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뮌헨으로 이동한 뒤에는 독일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시작되었습니다.
호프브로이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천장 가득 그려진 그림들과 긴 나무 테이블 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커다란 맥주잔들이 끊임없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이날 점심의 주인공은 독일식 족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습니다. 짭조름한 육즙에 독일식 머스터드를 곁들이고 훈제 향 가득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시니 왜 독일 사람들이 맥주를 문화처럼 즐기는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뮌헨 마리엔광장에서는 신시청사의 웅장한 건물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5시가 되자 광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 섰고 시청사 인형 퍼포먼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래된 종소리. 천천히 움직이는 인형들. 그 장면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조용히 웃었습니다.
화려한 공연은 아니었지만 수백 년 동안 같은 시간을 지켜온 도시의 숨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밤베르크로 가기 전의 짧은 산책.
조용한 운하 옆으로 물안개가 흐르고 장미정원에는 아직 이른 아침 공기가 머물러 있었습니다. 대성당 내부는 차분하고 묵직했습니다. 돌기둥과 오래된 조각상들 사이를 걷다 보니 독일이라는 나라가 가진 긴 시간의 무게가 천천히 전해졌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가이드가 바뀐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했던 설명과 웃음들 덕분에 독일이 조금 더 가까워졌던 것 같습니다.
버스는 다시 다음 도시를 향해 떠나지만 창밖으로 지나가는 초록 들판과 성들, 그리고 오늘 마셨던 훈제맥주의 향은 한동안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여행은 길위에 스승이고 나를 성장하게하는 묘한 매력을 가고 있네요
루블라냐에서 블레드호수길을 걸으면 나를 투영해보고
골목마다 만나는 정감있는 사람들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주는 따스한 사람들기차안에서는 맛있는거 나누어 먹으며 작은친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인생의 마무리에서. 좀 더 나누며
함께하는 시간들이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