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yilbo.com/sub_read.html?uid=338005§ion=sc30§ion2=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울산대학교병원 소속 전공의 7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뒤 정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수만이 돌아 근무 중이다. 당시 이들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한 울산대 의대 소속 교수 254명 역시 뚜렷한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반발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정부 방침대로 사직 처리했다. 이로써 지난 2월 이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불거진 전공의 사태가 근원적인 해결 없이 물밑으로 가라앉은 모양새가 됐다.
이후 오히려 지방 의료현장에서는 의료 붕괴의 우려가 커졌다. 무엇보다 울산의 경우는 코로나19 재확산 조짐까지 더해지면서 응급 및 상급 의료서비스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더욱 문제는 올해 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사태가 울산대학교병원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신뢰와 믿음에 더 큰 간극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시민들은 현대의 이름을 단 자동차와 배를 만들어 오대양 6대 주로 수출하며 대한민국과 울산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든, 병원이든 현대그룹이 세운 것이면 무한신뢰를 보내며 잘되기를 응원했다.
울산대학교와 울산대학병원에 대한 무한신뢰도 이 같은 뿌리에서 싹 튼 것이다. 그래서 울산대학교를 전국 타 광역 시도와 달리 울산교육 책임지는 국립대학교와 같이 여겼으며, 울산대학교병원도 대학 부속병원이 아니었음에도 대학 부속병원처럼 여기며 이용하고 아꼈다.
더욱이 실질적인 대학교 부속병원 아니었음에도 대학교병원처럼 운영해 왔던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시민들은 크게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서울 아산병원에 나가 있는 울산의대 본과를 울산으로 옮기고 울산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요구가 전부였다.
현대가(家)는 학교나 병원 등 공공을 위한 시설만큼은 울산에서 절대 상업적이거나 사업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현대가에 있어 울산이 가지는 의미를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울산대학교병원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울산시민들은 물심양면으로 응원했다. 그런 만큼 울산대학교병원은 시민들을 위한 울산 최고의 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지난 18일 지역의료계에 따르면 울산대학교 병원이 지난 16일 남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날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기간이 종료됐지만 울산대학교병원의 지원자는 없었다고 한다. 결국 병원 운영에 있어 파행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울산대학교와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을 살았던 서울아산병원, 모태는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출발했지만, 의대 교수들은 각종 명예와 부를 서울아산병원에서 얻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대란 동안 제일 먼저 사직서를 제출하며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이들이 이들이다. 그리고 전공의와 이들이 떠난 자리,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울산시민들의 몫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