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영웅 또는 승리자를 기억한다, 혹은 1등만 기억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축구의 역사를 논하자면 당연코, 월드컵을 주제로 할 것이다. 월드컵은 전세계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인류 최고의 스포츠 행사이며, 단일 종목으로서 엄청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월드컵에 승리는 곧 국가의 영광이며 자랑이다. 우리는 월드컵을 통해 펠레, 마라도나, 쥐스트 퐁텐, 레프 야신, 프란츠 베켄바우어, 요한 크루이프, 게르트 뮬러, 파울로 로시, 로타르 마테우스, 호나우두, 지네딘 지단 등 영웅들의 플레이들을 지켜봐왔다. 필자가 언급한 선수들은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거나, 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들이다. 월드컵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뛰었을지언데, 역사가 기억하는건 극소수에 불과하다.
월드컵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는 정말 힘들다. 성경구절을 인용하자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운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힘든 결과를 낸 선수들은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고, 그들은 세월이 흐른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 되고 있다. 월드컵의 강한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또한 선수들 평가할 때에도 기본적인 잣대가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되기도 한다. 지코, 미셀 플라티니, 게리 리네커, 로베르토 바죠, 루이스 피구 등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월드컵 우승 타이틀을 가진 라이벌들에 비해 주목을 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잔인하지만 그것이 바로 역사이다.
[역사의 산 증인들인 "펠레와 마라도나"]
월드컵 역사에서 논하지 않을 없는 국가는 바로 브라질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으며, 월드컵 우승 5회로 최다 우승국의 영예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대표팀 유니폼에 우승을 상징하는 별 5개를 달고 당당하게 A매치를 치루고 있다. 또한 FIFA 월드컵 통산 랭킹에서도 216 포인트로 199점의 독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로선 당분간 브라질을 능가할 국가는 없어보인다. 왜냐하면 브라질은 어김없이 월드컵에 참가할 것이고, 충분한 성적이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라질 국적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는 98년 4골, 02년 8골, 06년 3골로 도합 15골로 월드컵 최다골의 영예를 가지고 있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라고 하지만 다음 월드컵 개최지인 브라질에서 최다 우승국의 영예는 깨지진 않을 것이다. 4회 우승으로 브라질 다음을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우승하더라도 5회로 브라질과 동률이 될 것이며, 또한 월드컵 우승팀은 유럽대륙에서 열릴 경우 유럽팀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릴 경우 아메리카팀이 우승한다는 징크스도 있다. 그 징크스가 계속 성립이 된다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아마도 아메리카 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후보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 팀 중에 우승국가가 나올수도 있는것이다. 하지만 최다 득점자의 기록은 아마도 이 선수에 의해서 깨질지도 모르겠다. 바로 독일의 스트라이커 미하슬라프 클로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통산 14골로 게르트 뮬러와 함께 통산 득점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폴란드 태생인 클로제는 어렸을때 독일로 건너와 Blaubach-Diedelkopf 유스를 거쳐 FC 홈부르그(FC Homburg)에서 본격적인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10경기에 나와 11골을 넣으며 주목받은 클로제는 다음 시즌 곧바로 FC 카이저슬라우테른 합류, 놀라운 득점력으로 분데스리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나이가 되었다. 분데스리가에서의 활약은 폴란드와 독일축구협회에서 자국의 선수로 뛰기위한 경쟁을 야기시켰다. 폴란드 태생이지만 클로제는 제2의 조국이나 다름없는 독일을 선택하였고 당시, 루디 푈러 독일 대표팀 감독은 과감히 클로제를 2002년 한일 월드컵 유럽예선 알바니아 전에 투입했다. 이 경기에서 클로제는 데뷔골을 넣으며 자신을 선택한 루디 푈러에게 보답하였다. 그리고 다음 예선전이었던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도 득점. 월드컵 전 가진 이스라엘과 오스트리아의 평가전에선 모두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월드컵에서 활약을 예고했다.
[5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월드컵 무대에 데뷔]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클로제에겐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대회였다. 비록 우승은 브라질에게 빼았겼지만 클로제는 5골을 넣으며, 역대 대표팀 중 최약체로 평가되던 독일이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로를 세웠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예선전에선 헤딩으로만 3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기록, 월드컵 역사에 유일무이한 기록을 가지게 되었다. 한일 월드컵 이후 클로제는 승승장구한다. 베르더 브레멘에 이적하며 자신의 첫 타이틀인 DFB 리그포칼을 차지했고, 05-06 시즌엔 25골로 리그 득점왕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참가한 자국에서 열린 2006년 독일 월드컵. 그는 또 다시 5골을 넣었다. 독일 대표팀은 3위를 차지했고 그는 또 영웅이 되었고, 대선배인 헬무트 란과 독일의 월드컵 최다 득점자 공동 3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독일 월드컵이 끝나고 한시즌 더 베르더 브레멘에서 뛰었지만,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클로제는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전격 이적하였다. 자국 대표팀 동료들이 많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클로제는 원하던 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된지만, 브레멘시절 보다 득점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2010년 남아공 직전인 09-10 시즌엔 리그 득점이 단 3골에 그치며 자국 언론에 많은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요하임 뢰브 대표팀 감독은 클로제를 전적으로 신뢰하였고 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클로제를 남아공으로 데려갔다. 대회가 개막하자 클로제는 대표팀에선 바이에른 뮌헨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클로제로 다시 부활한 것이다.
[월드컵 통산 득점 랭킹 2위에 오른 클로제]
호주와의 예선 첫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자신의 건재를 알렸으며, 남은 2경기에선 침묵하였지만, 우승후보들과의 경기였던 16강 잉글랜드 전에서 1골, 8강 아르헨티나 전에서 2골을 넣으며 독일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14골로 독일의 월드컵 최다 득점자인 게르트 뮬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클로제는 호나우두가 가지고 있는 월드컵 최다골 갱신을 눈앞에 두었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를 대파한 독일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했으며, 클로제는 단숨에 기록을 갱신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비상은 멈췄다. 스페인과 준결승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독일이 패하는것을 지켜봐야했으며, 우루과이와의 3-4위전엔 등부상으로 결장하였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록을 기대하였지만, 아쉽게도 이루워지진 못했다.
이제 선수생활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클로제. 하지만 그는 기록 갱신을 위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도 도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2골만 넣으면 새로운 기록을 가진 영웅의 탄생. 월드컵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는 새로운 이슈거리가 될 것이다. 루카스 포돌스키, 토마스 뮐러, 마리오 고메즈 등 독일의 젊은 스트라이커들이 있기에 세대교체는 언제든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요하임 뢰브 감독은 여전히 클로제에게 무한 신뢰를 하고 있기때문에 쉽게 클로제를 대표팀에서 제외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라이커라면 월드컵 최다 득점자의 영예를 위해 클로제는 위대한 도전을 계속 하게 될지도 모른다. 첫 관문은 아마도 2012년 유럽 선수권 대회. 클로제는 오스트리아, 터키, 벨기에,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과 함께 A그룹에 속해 있다.
[영혼의 단짝, 클로제와 포돌스키]
A그룹에선 아마도 독일이 조 1위로 본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4경기를 치루면서 승점 12점으로 승점 7점과 6점의 오스트리아와 터키를 여유롭게 제치고 있다. 그리고 클로제는 이미 3골을 넣었다. 팀이 얻은 13골중 약체인 아제르바이잔에 6-1를 승리한 경기를 제외하면 그의 득점 비중은 여전히 독일 대표팀에선 절대적이다. 이번 시즌에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은 미비하지만, 국가 대표팀에선 펄펄 나는 클로제.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영혼의 단짝일지도 모르는 루카스 포돌스키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 선수는 클럽에서 활약은 부진했지만, 요하임 뢰브감독의 신뢰속에 대표팀에선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FC 쾰른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포돌스키의 컨디션은 향후 클로제가 대표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라질에서 다시금 그의 비상을 보고싶다]
만약 2012년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클로제와 독일이 좋은 성적을 보여준다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클로제의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이 든다. 또한 클로제는 브라질 행을 위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클럽으로 옮길수도 있다"는 발언을 할 정도로 강한 열망에 차있다. 클로제가 브라질 월드컵에도 출장한다면 현재 월드컵 최다골 보유자인 호나우두의 팬분들에겐 반가운 소식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새로운 기록의 탄생을 기대하게 된다. 역사적인 순간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영광된 일이 아닐가? 클로제의 도전에 힘찬 응원을 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댓글 그러고 보니 1위 호나우두 & 2위 클로제가 모두 나이키 축구화를 신고 뛰네요..ㅎㅎ
이번 월드컵에 정말로 클로제가 기록 깨기를 바랬었는데...저도 클로제를 응원해요~
저두요^^
김민수님 오랜만입니다. ㅋ 아주오래전에 군대가신다고 한 이후로 처음뵙는거 같습니다.ㅋ
으억~ 반갑습니다 ㅠ 버..벌써 6년전인듯? ㄷㄷㄷ
흑흑.... 세르비아전 퇴장과 등부상만 아니었어도 이미 깼을 지도 모르죠.. 퇴장때는 심판에게 너무 화가 났었고, 3,4위전 출전무산때는 너무 가슴아팠습니다.
대단하다 클로제...
제목만 보면 스탯찌질이 같기도 하네요 ㅋ
클로제 정말 잘하면 다음 월드컵도 뛰어서 골 넣주면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