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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토머들에 대한 3권의 책
이번 추수감사절 휴일에는 3권의 책을 읽었다.
1, <살인자의 건강법(Hygine de l’assassin)> 아멜리 노통브 지음
2. <공중곡예사(영어 명 Mr. Vertigo)> Paul Auster 지음
3. <캐비닛>
이 책들은 내가 읽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 아니고 한국 방문 때 아들 며느리, 특히 며느리가 보던 책으로 비행기 속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책들이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내가 독서, 소위 베스트 셀러에 매우 뒤늦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들은 한국에서 얼마
동안인지 베스트 셀러였다고 한다.
이들 책들은 우연히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었다. 이들 소설의 주인공들이 매우 특별한 사람들로 ‘징후를 가진 사람들’ 혹은 ‘심토머 (Symptomer)”라는 이상한 징조나 징후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소설의 소재가 괴이하고 신기한 것을 선호하는 것이 요즈음의 작품이고 또한 독자들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베스트 셀러가 꼭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기억해야 할 일이다.
1. <살인자의 건강법>
이 소설은 아주 놀랍도록 깜찍하다. 내용도 그렇지만 책 속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엄청 재미있다. 대화를 간략하게 엮어서 줄거리를 소개해본다.
대문호 프레덱스타 타슈가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속칭 연골암)에 걸려 생을 2 개 월 정도 남겨놓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전 세계 언론이 이 노작가가 죽기 전에 인터뷰를 하자는 주문 이 쇄도한다.
스물 두 권의 책을 쓴 작가의 비서는 인터뷰를 할 다섯 기자를 선정했다. 기자 선정과정에서 외국어신문이면무조건 대상에서 제외했다. 왜냐하면 죽어가는 선생이 불어밖에 할 줄 모르는데다 통역가들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색인종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도 사절했다. 이유인즉슨 나이가 들면서 작가 선생이 인종차별적인 말들을 하기 시작해서다. 끝으로 텔레비전 방송사들이며 여성잡지들이며 정치적 성향이 있는 신문은 사절했다. 선생은 여성을 험오했다. 의학 잡지 역시 어떻게 해서 대 문호가 그런 희귀한 병에 걸렸나를 케내려 하기 때문에 제외 되었다.
첫번째 인터뷰 –
“타슈 선생님, 전세계가 선생님의 결단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거부하셨다지요. 이제 첫번 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하십니까?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소.”.
“언제 절필 하셨지요?”
“쉰 아홉 살에”
“선생께서 전쟁 중에는 무슨 일을 하셨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도 모르오.”
“어떻게 그런 말씀을?”
“사실이오. 스물세 살 때부터 쉰 아홉 살이 될 때 까지는 하루하루가 다 비슷했소. 그 삼 십 육 년간은 서로 날짜가 뒤바뀌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엇비슷한 나날들의 연속이었지. 일어나면 글을 썼고 글쓰기를 끝내면 잠자리에 들었소,
“왜 절필하셨어요?”
“모르겠소. 폐경기가 오는 것과 같았지 그래서 미완성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한편 남기게 되었소.
“그러면 그 후 이 십 사 년 간은 뭘 하셨습니까?”
“말했잖소. 미식가가 되었다고..
“병 원인이 뭡니까?”
“아직 의문이요,. 하지만 음식과 무관한 것은 사실이요.
“기자들에 대해서 왜 그리도 사납게 구십니까.?
”기자들에 대해서가 아니요. 당신에 대해서지.”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해도 너무했지. 계속 나를 모욕했잖소. 메타포를 쓴다고 하질 않나. 악취미라고 비난 하질않나, 그렇게 못생긴건 아니라고 하질 않나,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날 이해한다고 하질않나.”
“하지만 달리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요?”
“그야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지. 당신이 기자지 내가 기자요?”
두번째 인터뷰 –
“걸프만 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 생각 없소.”
“그럴 리가요.”
“아무 생각 없다니까.”
“관심 없으신가요?”
“천만에, 하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소. 걸음도 못 걷는 뚱보한테 그런 걸 물어보면 안되지. 난 장군도 평화주의자도 구조대원도 이라크인도 아니란 말이요. 대신 내 술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답해드리리다.
“왜 금속 잔을 쓰세요?”
“난 투명한게 싫소. 그래서 내가 이렇게 뚱뚱한거요. 남들에게 내 속을 들여다 보게하는게 싫어서.”
”하루의 일상에 대해..”
“자고 일어나고 먹고 싸고 그런 다음 간호사가 온다오, 내 몸을 벌거 벗기고 이 잡년은 제법 사무적인척하나 아주 색골 같은년이오..”
“좀 진지하게 답해주셨으면..”
“뭐라? 아뭇짝에도 쓸데없는 사람 같으니..”
기자는 노작가의 철퇴를 맞고 도망쳤다.
세번째 인터뷰 -
“이제 전쟁이 시작됐소?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꼭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난 약속을 어기는 것은 질색이거든. 웬 허풍생이가 15일
“이락 전쟁에 찬성하십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 어떻게 전쟁을 좋아할 수 있소? 그런 질문 보다는 아침에 뭘 먹었냐는 질문을 하시오.
“선생님에 대한 평판에 대해..
”그 평판이란 게 대체 뭐요.
“젊은이들을 사랑하신다고 하셨는데?..
“내가 젊은이들을 사랑하는 건 그들이 나랑 정반대이기 때문이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사랑과 찬탄을 받아 마땅하지.”
“병세에 대해”
“내 병은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이라는 영광스러운 병이라오. 난 주 그리스도를 경배하오. 하지만 전능하신 그분께서도 연골암으로 세상을 뜰 수는 없었지”
“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흔해빠진 형벌이었던 십자가형으로 죽은 것과 희귀한 병으로 죽는게 같은거라고 생각하시요?”
“선생은 대화할 때 상대방을 모욕하기만 하십니까?
“모욕한적 없소.
“총명한 사람도 때로는 설명을 듣고 싶어합니다.
“ 불쌍한 양반 같으니,,”
“제발 선의를 보여 주시어 설명을 좀..
“정말로 지적이고 총명한 사람들은 이렇게 설명해달라고 애원하지 않소. 변변찮은 자들이 뭐든 설명해 주길 바라지. 설명되지 않은 것 까지도, 어차피 설명 해봐야 멍청한 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영리한 사람들은 설명 해 달라고 하지 않는데 내가 뭐 하러 설명 같은걸 하겠소?”
“그런 식으로 행동하시면 남들의 호감을 살 수 없습니다.”
”호감을 사? 내가? 살다 보니 별 말을 다 듣는군. 당신이 뭔데 내게 와서 훈계 하는거요 이제 가시오 성가시니까.”
네번째 인터뷰---
“이제 전쟁이 시작 됐소?
“아, 예 시작 됐죠. 첫 번째 미사일이..
“잘 됐군.”
“정말이십니까?”
“나는 젊은 사람들이 빈둥대는 꼴은 보기 싫소. 드디어 젊은 녀석들이 재미를 볼 수 있게 됐단 말이지..”
“선생님의 책이 전세계에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저 중국에까지도.. 그 이유를 따져보고 싶지 않으세요?”
“군수업자들은 매일 세계 전역에 수천 대의 미사일을 팔아먹고 있소. 그렇다고 해서 미사일이 잘 팔리는 이유를 따지지는 않소.”
“상관없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나는 상관관계가 분명하고. 사재기라는 말도 그렇고 군비 경쟁이라는 말이 있소. 그러니 문학경쟁이라는 말도 있을 수 있는 거요. 힘의 논리를 보여주는 것이지. 민족마다 대표작가라며 기관총을 휘두르듯 휘둘러대는 작가가 꼭 한 사람 이상은 있잖소.
“다행이도 문학은 전쟁만큼 해롭지않잖습니까?”
“내 책은 전쟁보다 해롭다오. 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니까. 반면에 전쟁은 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않소,”
”역설이 심하시군요. 혹 다른 작가를 만나 본적이 있으세요?”
“없소. 나는 인간을 싫어한다오.”
“왜 인간을 험오 하십니까?”
“허위니까. 허위는 불성실하거나 이중적이거나 사악한 것 보다 더 나쁘지. 허위는 우선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오, 체면이니 자존심이니 하는 말로 장식되는 졸렬한 자기 만족을 맛보기 위해서..”
”예를들면?”
“현대여성들의 처지를 보시오.”
“무엇을요?”
“나는 여자들을 싫어한다오. 무엇보다도 우선 여자들은 추하기 때문이요, 여자보다 더 추한게 어디있소? 젖가슴이니 엉덩이니 기타 등등 같은 것을 어떻게 달고 다닐 수가 있느냐고.”
”젖가슴은 아름답습니다.”
“말도 안 되는소리.”
“그거야 선생님의 취향이지요.”
“옳거니. 그럼 정육점에서 파는 고깃덩어리를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해도 되겠구먼. 취향대로라면 .
“상관없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실례지만 선생 자신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덩어리의 돼지 비계지. 뻔한 것 아니요?”
”그럼 남자들은 잘생겼습니까?”
“그렇게 말한 적 없소. 여자들보다는 덜 흉측하게 생겼다는 그거지.”
“보기 좋은 사람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까?”
“아니오. 몇몇 어린이들은 예쁘지. 슬프게도 그런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오.”
“….? “
이번 기자도 멍텅구리소리를 들으며 쫒겨났다.
다섯 번 째 인터뷰
“당신은 누구요? 나는 여성잡지기자는 쫒아내라고 했는데”
“나는 여성잡지기자가 아닙니다.
“뭐요? 남성 잡지사에서도 암컷들을 고용한단 말이요?”
“노벨상수상자께서 그런 고상한 말을 다 하십니까?”
”노벨 문학상이지 노벨 평화상이 아니거든. 천만다행이지.
“아주머니께서 이제 겨루기를 하겠다?”
“미혼입니다.”
”미혼이라고? 허 그렇겠구려. 아무도 덤벼드는 남자가 없었을 테니. 키스도 못해봤겠구려.’
타슈 선생님, 2분을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사과를 안 하신다면 저는 이 집을 나가겠습니다.
“시간이 다 되었군요. 저는 갑니다.”
“아니, 잠깐. 가지 마시오.”
“그러면 사과를 하시는 겁니까?”
“젠장 내 생애에 사과를 다 하다니..”
’여성을 그렇게 무시하신다는데..”
”내 이데올로기에는 여성이 존재하지 않소.”
”전입가경이네. 노벨상 심사위원들이 일사병에 걸렸던 게 틀림없어요. 선생 같은 분을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게..”
“이번 한번만 내 생각과 일치하는 군.”
“고백하세요. 왜 미완성의 소설 <살인자의건강법>을 남겼는지? 끝맺음이 어려웠나요?”
“천만에 노 작가에게 힘든 일이란 없소.”
“그 집의 화재는 당신의 작품이지요? 레오폴단은 어떻게 죽였나요”
“그 책<살인자의 건강법>을 제대로 읽었나 보군. 취재를 많이 했구료.
”당신이 살았던 동네에 아직 증언자가 남아있더군요.”
“그건 내 사진 아니요?”
“그러니 변명할 생각은 마시오. 당신의 사촌 누이 동생 레오폴단을 죽인 건 당신이지?
”그건 레오폴단이 원한 것이요.”
“14살의 네오폴단이 죽음을 원해?”
“기자양반, 그렇다오. 사춘기에, 어른이되 기전에 죽는 죽음은 완벽한 거 라오. 그 앤 내 뜻을 알아 채렸는지 평온했다오. 난 그 애의 두 눈꺼풀에 더없이 부드러운 입맞춤을 했고 모든 것이 삽시간에 끝나버렸다오.”
“궁금한 게 있어요. 왜 목조르기를 하셨지요?”
“그 애의 목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요.
“레오폴단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 순간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워요. 황홀했소. 내 손아귀에서 그 부드러운 연골이 가만히 스러져 내릴 때의 느낌이라니..”
“연골로 죽인자 연골로 패하리니...”
”아, 그것을 어찌 알았소.”
“타슈 선생님, 선생님을 은유 행위 현행법으로 체포 합니다.”
“레오폴단을 목 조르면서 내가 그 애를 진정한 죽음으로부터, 즉 망각으로부터 구해주었다오.
”어처구니 없는 늙으니..”
여기자는 힘들여 뚱보선생을 양탄자 위에 내던지는데 성공했다. 선생은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말했다.
”도와주시오 제발, 젠장! 금방이라도 질식 시킬 것 같구먼.”
“이제 질식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시겠네요. 여자아이를 질식시킨 적이 있으니.”
“그건 그 애를 구원하기 위해서였고.”
“전 선생이 죽음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좋은 것이지. 그러나 지금 당장 죽고 싶지는 않소,”
“아,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을 왜 뒤로 미루시려는지?”
“왜냐하면 방금 뭔가를 깨달았기 때문이요.”
“살인자의 눈엔 모든 살인이 멋있게 보이는 법이죠. 불평은 희생자가 하는 것이고. 지금도 죽음이 예술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신경이 쓰이십니까? 고백 하시죠?”
“고백 하오. 제발 나를 뒤집어 주시요. 숨막혀 죽겠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죽는 게 죽기보다 힘들다는 거였고.”
“그게 다입니까? 남들은 갓난아기 때부터 알고 있는 사실을 선생님께서는 여든하고도 세해나 걸려서 알아내셨군요.”
여기자가 다시 힘들여 뚱보를 돌려놓았다.
”난 그 사실을 몰랐다오. 죽기 전에 이르러서야 난 죽음이 끔찍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소. 죽어가는 순간이 끔찍하다는 걸 지금 깨달았소, 정말이지 죽는 건 죽기보다 힘들군, 다른 사람들은 선견지명이 있어서 알았는데 나는 몰랐던 거요.”
이 소설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죽음을 앞둔 대 문호와의 인터뷰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제각기 재기발랄하고 논리에 뛰어난 기자들 이지만 노작가 앞에서 주눅이 들고 허를 찔리고 인터뷰에 번번이 실패한다. 노 작가는 촌철살인 같은 언변과 뚱보 답지않은 기민함으로 기자들을 쫒아 버린다.
그러다가 다섯번째 여기자의 출현으로 반전된다. 여기자는 대문호의 어린 시절과 그 동네를 두루 탐사 하고 작가의 사촌 여동생을 살해 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미완의 작품이라는 <살인자의 건강법>이 품고 있는 비밀을 밝혀낸다.
추리소설 같기도 한 이 소설은 우선 책 읽는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 노작가의 비만은 모호함과
욕망 등의 추한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대화 속에 무엇인가를 밝혀내려는 집요함, 추리력,
넘겨짚기, 업어치기 등의 재기 발랄함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2. <공중곡예 (Mr. Vertigo> by Paul Auster
이 소설은 ‘내가 물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열두 살 때였다’로 시작된다. 소설의 첫머리가
매우 충격적이다. ‘내 이름은 이스마엘’이라고 시작하는 허만 모빌의 소설 <백경>의 서두와
비슷하다.
이야기는 원더보이 월터가 9살 때 세인트루이스의 길거리에서 푼돈을 구걸하고 있을 때
예후디 사부(월트가 그를 사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가 그를 도시의 구정물에서 건져내어
먹이고 입히면서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유테인 랍비 일 것 이라는 예후디
사부는 월터에게 공중에 뜨는 공중 부양술을 가르친다.
‘나는 생가죽 채찍으로 얻어 맞았고, 질주하는 말에서 떨어뜨려졌고, 외양간 지붕에서 내
던져진 체 이틀 동안 음식은 커녕 물 한 모금 얻어 마시지 못했다. 또 살갗에 꿀을 발라
스며들게 한 다음 8월의 땡볓 아래서 수천 수만의 파리와 말벌들이 달려드는 가운데
벌거벗은 채 서 있었고, 하룻밤 내내 온몸이 그을려 물집이 생기도록 불길에 둘러 쌓여
앉아 있기도 했다. 나는 여섯 시간 동안 계속 욕조를 가득 채운 식초에 거듭거듭 빠뜨려졌고,
벼락을 맞았고, 소 오줌을 마셨고, 말똥을 먹었다. 또 칼을 내리쳐 내 왼쪽 새끼 손가락의
끝 부분을 잘라 냈고, 사흘 밤 낯을 다락 방 서까래에서 늘어뜨린 로프에 묶여 고치처럼
매달려 있기도 했다. 나는 예후디 사부가 그런 일을 하라고 했기 때문에 했지만 , 내가
해야 할 일인듯해서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무런 예고 없이 어느 추운 날 아침 어떤 느낌이 조금씩 조금씩 몸을 타고
내려갔다. 가슴 속에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아무 예고도 없이 그 일이 일어나려 한다는
최소한의 인식도 없이, 내 몸이 아주 천천히 바닥에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1인치나 2인치…
그 후 삼일 뒤에는 30센티는 드디어는 1미터는 족히 떠오를 수 있었다…
그로부터 예후디 사부와 흥행이 시작 되었다. 큰 극장에서 무대에서 공중 뜨기를 하고 관중
석까지를 날고… 돈도 벌고 인기도 끌고 신나는 생활을 하다가.. 비극이 몰려왔다. 12살의
사내애가 성자나 예언자들이 했던 일을 지켜본다는 것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비극의
시작은 무대에서 관중석으로 몸 뛰우기를 할 때였다. 어떤 호기심 많은 사람이 ‘확인’을
목적으로 월터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는 떨어졌고, 머리를 심하게 부딛쳤고.. 그는
머리가 터져나가는 고통을 받는다. 그 후 그는 다시 예전의 거렁뱅이로 돌아 갔다가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도 행복한 생활을 하려고 할 때 아내가 죽는다.
월터는 다시 방랑자가 되고, 예후디 사부의 후원자였던 부인과 재회하고, 그의 죽음을 지켜보고
장례를 치루어 주고, 그러는 중에 원더보이도 늙는다. 그러나 예후디 사부와 지내던 시절
공중공예사 시절이 있어서 그의 노후는 행복한 나날이다.
폴 오스터의 <공중 곡예사>는 허무맹랑한 소설 같지만 작가의 능수능란한 구성과 필치에
독자들은 이야기의 허구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월터가 공중에 뜨는 일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월터가 자연스럽게 느꼈던 것처럼 독자들도 그렇게 느낀다. 실지로 소림사
수도승들의 염력에 의한 공중 부양술이 텔레비전에 방영되기도 하고 히말라의 요기들의
공중 부양술은 아주 흔한 예로 되어있어서 어린 월터의 공중 부양술이 그리 신기하고
불가사의 한 것처럼 느끼지 않게 된다.
공중곡예사 월터의 파란만장한 삶은 마크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릴핀의 모험>을 연상하게 된다.
작가는 마크트웨인의 미국 소설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깊은 인간 내면의 세계를 파고드는
뛰어난 구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문헌에 나타난 공중곡예사의 예를 들고있다. 19세기 초 어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공중 부양자기 있었고 그 전에는 루이 14세 시대에 활동했던 프랑스사람 앙투안 뒤부아라고
말하고 있다. 공중부양자 역시 보통 사람들이 아닌 심토머들인 것이다.
3.< 케비닛 >
제목 <케비넷>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평범한 케비넷 허잡스레를 넣어두는 그런
케비넷을 상상하면 된다. 그러나 평범한 케비넷에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가득 차있다. 세상에는 왜 그리 이상한 일이 많은가. 휘발유를 음료수 대용으로 마시는
사람, 유리를 주식으로 하는 사람, 쇠붙이를 먹는 사람, 신문지를 먹고사는 사람등의
이야기들이다. 이들에 대한 마땅한 정의가 학계에 나와있지 않아서 ‘징후를 가진 사람들’ 또는
심토머(symptomer)라고 하고있다. 심토머들은 생물학과 인류학이 규정한 인간의 정의에서
벗어나있다.
케비넷에는 이런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체불명의 마법에 걸린 채
의료 보험혜택도 마땅한 진료도 상담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새끼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토포러(Torporer– 매우 긴 잠을 자는 사람들이 있다. 2달 또는 3달을 잔다. 자는 동안은 먹지도않는다), 타임 스키퍼(시간을 잃어버리는 사람, 립벤 윙클 같은 사람), 입안에 아주 작은 도마뱀을 키우는 여자, 10년 이내의 것만 기억나는 남자, 남성과 여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창녀, 고양이로 변신하고 싶어하는 남자, 갑자기 증발했다가 나타나는 여사무원, 계집애들한테 강간당한 신부, 다중소속자(multiappearance people)들의 생활, 침대 밑에 악어를 기르는 사람 등등 이야기들은 끝이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이것이 임상실험 보고서인지, 기괴스토리 모음집인지, 추리소설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이다. 구성이 잘 짜여진 소설이다. 이들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는 그것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그들에 각별한 애정을 갖는다. 기발하고 대담한 소설<캐비닛>은 소설 아닌 것처럼 읽다가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게하는 놀라운 소설이다. 글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속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1. <살인자의 건강법>은 아메리 노통브(1967 -)의 데뷰작이다. 1992년 이 책이 발표되었을 때 ‘전재의 탄생’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면서 지금까지 놀란만한 소설을 계속 쓰고 있다. 그는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 상, 샤르돈 상, 르네 팔레상등을 수상했다.
2. <공중곡예사>의 폴 오스터는 현존 미국의 작가일 뿐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사실주의를 표방하면서 또한 신비주의 전통을 포옹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달의 궁전>, <환상의 책>등 다수.
3. <<케비닛>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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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하가 올린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고 이 책에 대한 독후감(부고usa) 쓴게 생각 났습니다.
책에서-허위는 우선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오 체면이나 자존심이니 하는 말로 장식되는 졸렬한 자기 만족을 맛보기 위해서..“내 병은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이라는 영광스러운 병이라오. 난 주 그리스도를 경배하오. 하지만 전능하신 그분께서도 연골암으로 세상을 뜰 수는 없었지”-인간들은 산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아닐까?
앞으로 100년 뒤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소원에 따라 냉동고에 보관되이 있는 사람도 100여명이 있다는데.."세상에 이런 일이" 티브이 인기프로
같이 심토머들의 책이 아주 재미가 있네요..동물원의 원숭이들에게 고구마를 씻어먹는 걸 가르쳐줬더니..어느 날 갑자기 야생의 모든 원숭이도 물에 씻어 먹을 줄 알게 되었다는 게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하는데...심토머들의 얘기처럼 죽음이 아름답고..허구가 현실로 둔갑할 것이 보입니다..허허..
100년 뒤에 살고 싶어 냉동고에 보관되이 있는 사람도 있다고요?
참으로 놀랍군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정말로 놀랍군요.
이러한 것이 사실로 실현이 된다면 미래 인간의 위계질서도 무너지겠네요.
덕분에 사전에도 없는 "symptomer" 란 단어의 개념을 확실히 갖게 되었네요. symptom: 1) a physical condition which shows that you have a particular illness. 2) a sign that a serious problem exists.. 에다가 er 이 붙었으니. 특별한 병의 증상이나 심각한 문제 소지의 징조를 가진 사람... "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이군요. 우리가 항시 열고 보는 문이 아닌, 전혀 다른 문을 열어 보여주는 그 생경한 풍경(?)... 이 작가가 안일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방심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느낌이네요.
호기심에 찬 탐험가나 연구심 불타는 과학자들에게서 우리의 세상이 보다 경이로움으로 열리듯.. 참으로 신기한 언어 조합(?)이란 수단으로 우리 정신의 눈뜸을 도와..그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작가들 또한 존경 받아 마땅하지요. 남 달리 사는 한 symptomer가 자기의 죽음에 이를 병조차도 특별한 것에 자만한다면.. 남 다른 것이 오히려 두려운 자들은 평범한 하루 하루의 삶에도 감사할 밖에 없겠지요./ 며느리와 책을 나눠 보는 수자여사! 그 고부 관계 안 보아도 그 정서의 교류.. 인정의 교감..짐작할 수 있겠네요. 잘 보았습니다.
무수한 작가들의 세상 이야기!
과학문명세계가 발전되어가고 있는 오늘날!
오늘날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공상 영화처럼...
회색 유토피아나 캐비닛이 보여주는 심토머들의 세상이야기는
환경에서 진화의 압박을 받은 우리 인류가,
기존의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구분을 뛰어넘는 해괴(駭怪)한 증상들을
소재(素材)로 한 소설이 각광을 받고 있군요.
수자 덕분에 경이로운 베스트셀러 소개 작 흥미롭게 잘 보았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