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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그림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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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에 맥주 파는 동네서점이 있다. 북바이북(Book By Book)이라는 곳으로 단지 책만 파는 동네서점도 흔치 않은데 이곳에서는 커피는 물론 맥주까지 판다. 집집마다 운 닿는 대로 조금씩 재개발이 진행 중인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으나 한 번 찾으면 '발견의 기쁨'을 두고두고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서점을 운영하는 젊은 처자들(자매)이 어찌나 상냥하고 예쁜지 송창식의 '담뱃가게 아가씨'라는 노래가 절로 생각날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네 총각들 설레게 하는 미모는 기본이고 책을 고르고 배열하고 홍보하는 감각과 취향까지 훌륭하다.
책을 파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이자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애정이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 곳이랄까? 심지어 66㎡(20평)도 채 안되는 조그만 공간에서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북콘서트를 여는 배짱과 수완까지 겸비하고 있다. 덕분에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책과 음악으로 지친 영혼을 달래려는 이들의 작은 아지트이자 '상암동의 보석'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비유하자면 '서촌'을 띄운 제2의 '대오서점'인 셈이다.
파리의 전설적인 영어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1919년 파리에 오픈한 것도 여성이었다.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 파리에 온 미국인 여성 실비아 비치. 그녀 역시 단순히 책만 파는 서점 주인이 아니었다. 파리와 문학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겁도 없이 젊은 처자의 몸으로 서점을 연 그녀는 무명의 가난한 작가들에게 외상으로 책을 빌려주며 뜨거운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때문에 헤밍웨이나 앙드레 지드가 사랑한 서점으로서 전설을 쌓을 수 있었다. 심지어 실비아 비치는 일개 서점 주인의 몸으로 당시 풍기문란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던 제임스 조이스의 문제작 <율리시즈>를 출판하는 엄청난 일을 도모하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서점 문을 닫게 됐지만 10년 후 미국인 방랑시인 조지 휘트먼에 의해 젊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방 한쪽에 숙소까지 마련한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명맥이 계속 이어져 오늘날 파리의 중요한 관광 명소가 됐다.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에 밀려 서점이 대표적인 사양산업이 됐지만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정신을 잇는 동네서점들이 애틋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책 더미 속의 밤'을 마련하는 어느 서점처럼 말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한 이 서점 주인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서점에 침대 몇 개를 들여놓고 침대마다 작은 전등 하나씩을 놓아준다고 한다. 서점 문을 닫고 서점 주인은 집으로 가고 미리 신청한 사람들은 문 닫힌 서점 안에서 밤을 보낸다. 책들을 꺼내다 침대 옆에 쌓아두고 열심히 읽는다. 아침이 되어 서점 문을 다시 연 주인장은 밤 사이 파손된 책이 한 권도 없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는 얘기.
나는 사소하지만 잊을 수 없이 감동적인 그 얘기를 <제3의 공간>이라는 책에서 읽었다. 트렌드 분석가이며 무드 매니지먼트의 대가로 알려진 크리스티안 미쿤다가 쓴 책이다. 그에 의하면 1980년대에 들어 감각적인 체험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등장하면서 대중들이 이용하는 상업 공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호텔은 더 이상 잠만 자는 장소가 아니고 상점은 더 이상 물건만 파는 장소가 아닌 시대가 도래한 것. 기분 좋은 정서적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곳, 재충전은 물론 잠시나마 영혼의 도피처로 삼을 수 있는 곳, 내 집도 아니고 일터도 아니지만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곳. 심지어 관광 명소로서의 가치를 지닌 상점이나 호텔. 미쿤다는 그런 공간을 '제3의 공간'이라고 명명했다. 말하자면 진보적인 브랜드나 상점들은 이제 너나없이 단지 빨리 팔아치우려고 하는 대신 세련되게, 혹은 세심하게 연출된 공간에서 뭔가 체험할 만한 이야깃거리나 흔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을 완전히 사로잡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거 낭패다. 북바이북의 자매 사장님 얘기(동생 김진양씨)를 들어보니 '마케팅 전략'을 운운하는 나 자신이 왠지 좀 멍청이처럼 느껴진다.
"아, 북콘서트요? 작으면 작은 대로 서점 운영 하면서 저희가 좋아하는 책의 저자도 만나고 작은 음악회도 열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뭐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거죠. 아버지께서 저희 북바이북의 '비밀요원'이 아니라 '비닐요원'으로 활동 중이세요. 책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버지가 집에서 입고되는 모든 책마다 비닐 포장을 하고 계시거든요. 그런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일을 위한 마음요."
샤롯 브론테가 한 말이 떠오른다. '인간의 심장은 보물을 숨기고 있다'는. 그 보물을 귀히 여기며 누구에게든 기꺼이 손 내밀 수 있다면 스스로 보물이 되리.
<김경 칼럼니스트>
위로는 구름이 스르르, 아래로는 얼음이 사르르.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 어여 건너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이곳 담양이 고향인 손택수 시인의 '담양에서'라는 짧은 시다. 개에게 목이나 축여주려 냇가에 한번 갔다가 듬성한 얼음조각을 보았다. 어린 시인을 업고 건넜던 냇물인가. 쩡쩡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입추 지나면서 더 요란해졌을 것이다. 밤길에 목격한 노루는 한밤중에 몰래 찾아와 물로라도 배고픔을 달랬으리라. 얼음물을 좋아하는 수선화 알뿌리는 어디에서 또 고운 노란빛을 감추고 있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터키 소설가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의 단편 '제비꽃 피는 계곡'에도 시냇물이 흘러나온다. "제비꽃. 사방에서 제비꽃 향기가 났다. 길 한가운데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어제저녁 집에 올 때 우리가 이 시냇물을 건넜던 걸까? 그런데 발도 젖지 않았구나… 우리는 시냇가를 걸었다. 바이람은 밭에서 곡괭이로 상추를 뽑고 그의 부인은 아욱을 수확하는 것 같았다… 아래 계곡에 5월의 날을 두고 걸어가자 채찍 같은 2월이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봄을 시샘하는 2월의 바람은 냉랭하고 매서워라. 하지만 불을 때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꽃향기가 맡아지곤 한다.
잘츠부르크에 가지 않아도 FM에선 적당한 음악을 들려주고 화보집을 꺼내면 샤갈의 그림이 바로 여기 풍경. 얼기설기 지어진 집들과 상단부터 하단까지 가르는 시냇물. 공중에서 본다면 정말로 아름답겠지. 마르크 샤갈의 그림 가운데 '마을 위를 날아서'(1915)는 샤갈과 그의 연인 벨라가 하늘을 나는 그림이다. 샤갈의 마을이 멀지 않은 바로 이곳임을 뉘라 모를까. 사람이 욕심을 버릴 때 하늘을 날게 된다. 천사는 날개가 필요하나 사람은 욕심만 비우면 돼. 솜털처럼 가벼워지고 시냇물처럼 자유로워지리라. 호주머니에서 구린 돈 냄새 말고 제비꽃 향기를 꺼내주길. 욕심 없는 사랑으로 얼음세상이 어서어서 녹아 흐르기를. 총리는 욕심쟁이들이나 좋아하시고 우리는 모두 마을 위를 날아가 버리자.
<임의진 목사·시인>
[한겨레]
지난 9일 언론에 실린 기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증세 없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복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과 교육비로 인한 가계 빚은 최고조에 달하고, 청년 일자리는 최저임금조차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만 수두룩한데다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국민들의 부담이 최대화되어 있는데도 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말만 되풀이한다. 대통령이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염치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았고, 대통령이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는 국민이 '우리' 같은 서민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 기반인 대기업과 고소득자들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이 반성 없는 말을 되풀이할 때마다 배신감이 든다. 그러니 제발 국민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말이라도 되풀이하지 않으면 좋겠다.
며칠 전, 공부방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한 뒤, 공부방 자원교사로 활동하던 대학생이 어두운 얼굴로 공부방에 와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모, 저 당분간 공부방 활동을 못할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평일뿐 아니라 주말 아르바이트도 해야 돼요. 세 모녀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고 해서 기다렸더니 올 7월이 돼야 법이 시행된대요. 게다가 부양의무제가 완전 폐지 된 게 아니라서 저는 혜택받을 가능성이 없대요."
그 대학생은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기초생활수급권자였다. 그래서 어려운 형편에도 대학 진학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문대를 졸업한 언니가 취업을 하고, 재혼한 어머니의 재산이 사회복지통합전산망에 잡히는 바람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취업한 언니가 버는 돈으로는 언니의 학자금 대출금을 갚고 방세를 내기도 벅차고, 오래전 재혼한 어머니로부터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대학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그 대학생은 공부가 아닌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한다.
작년 연말, 정부와 정치권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구할 세 모녀 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고 으스댔다. 마치 이제 세 모녀의 불행한 죽음은 더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법이 시행되는 것은 올 7월, 그때까지는 부양의무제로 인해 수급권을 박탈당했던 이들이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이번에 손질된 부양의무제에는 여전히 대상자나 부양의무자의 집과 보험, 자동차 같은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조항과 담당 공무원이 근로능력을 추정해 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수급권을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 불법수급 대상자를 줄인다며 강화한 부양의무제 때문에 2010년 155만명이었던 기초수급자는 지난해 134만명으로 20만명이나 줄었다.
2013년 10월, 정부는 복지 축소와 공약 불이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하자 갑자기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초등 돌봄교실 확대와 유치원 누리과정 확대를 공표했다. 예산이나 구체적인 운영 문제는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으로 떠넘긴 채로 말이다. 초등 돌봄교실과 유치원 누리과정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은 작년 한해 동안 언론을 통해서 드러난 대로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무상급식, 무상보육 탓으로 돌리며, 국민들을 염치없이 손만 벌리는 무능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올해부터 3, 4학년까지 확대한다던 초등 돌봄교실은 예산 문제로 없던 일이 되었다. 지자체나 지방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교 내의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계약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막고 있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빼앗고 있으면서 사과 한마디, 변명 한마디 없다. 이제는 거짓말이나 국민을 향한 협박이 아니라 참말을 듣고 싶다.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한겨레]
"우병우의, 우병우에 의한, 우병우를 위한 인사지 뭐~."
6일 발표된 검찰 인사를 두고 새나오는 검사들의 볼멘소리다. 청와대 민정수석에 '젊디젊은' 우병우(48·사법연수원 19기)가 앉다 보니 그 여파가 검찰 인사 전체를 뒤흔들었다는 얘기다. 민정수석은 검찰 간부들에게 은밀하게 협조를 부탁해야 할 일이 많은 자리다. 나이가 어리면 아무래도 말발이 서지 않는다. 우 민정수석이 편하게 일을 하려면 검찰도 젊어져야 하는 것이다.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지만 그만큼 우병우 민정수석이 중요하다는 증거다.
우선 선배인 16기와 17기의 검사장 7명이 옷을 벗었다. '용퇴'는 검찰의 전통이지만 검찰총장이 바뀌는 격변기에서나 볼 수 있는 조직 문화다. 평시에는 그저 자리를 돌려막는 게 보통이다. 채동욱 총장 사태로 큰 폭의 물갈이가 단행된 게 1년 남짓이고 올 연말이면 김진태 총장 임기가 다해 다시 대폭 인사가 불가피하다. 민정수석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대폭 개편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용퇴는 강압적이었다. 신경식 수원지검장의 경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신 검사장이 먼저 모범을 보여달라"고 채근했다고 한다. 신 지검장은 17기 선두그룹에 속해 있으니 그가 무너지면 다른 동기들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한 검사는 "생이빨 7개를 억지로 뺀 셈"이라고 표현했다. 우 수석의 바로 위인 18기는 대부분 물을 먹었다. 다들 서울에서 먼 남쪽으로 남쪽으로 발령이 나 투덜거리며 이삿짐들을 쌌다.
대신 19기와 20기가 전진배치됐다. 특히 우 수석이 맘 편히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후신인 반부패부장에 발탁된 윤갑근이 대표적이다. 둘은 예전에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함께 일한 적이 있는데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한다.
검찰총장 다음 자리라 할 만한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차장에 모두 고향 선배인 대구·경북(티케이) 출신이 기용된 것도 우 수석으로서는 맘 편히 일할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세번 연속, 이명박 정부까지 치면 네번 연속 티케이 지검장이다. 김수남 차장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수사 등을 하면서 종종 청와대와 직거래를 해 대검과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는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티케이와는 결이 다른 부산·경남 출신인 김진태 총장을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민정특보에 이명재 전 검찰총장을 앉힌 것도 우 수석에 대한 깊고도 먼 배려로 보인다. 이 특보는 우 수석의 고향(경북 영주) 직계 선배인데다 김진태 총장이 평소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인물이다. 총장과 거래해야 하는 우 수석에게 이 특보는 찬란한 후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는 모두 김기춘 비서실장이 고안하고 장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토록 자상하고 세심하게 정지작업을 하는 걸 보니 김 실장이 물러나기는 물러나는 모양이다. 어린 세자에게 보위를 물려주기 전 미리 정적을 제거하고 원로대신들에게 간곡한 부탁을 남기는 왕의 심정이 느껴진다. 별 인연이 없던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만난 짧은 기간에 두터운 사이가 됐다고 한다. 일을 밀어붙이는 저돌성에 사태를 완전 장악하는 꼼꼼함까지 성격도 비슷해 우 수석을 '리틀 김기춘'이라 부르는 사람마저 있다. 덩달아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 깊어졌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검찰은 완전히 뼛속까지 멍이 들고 말았다. 한 검찰 간부는 "검사들도 공무원인지라 승진에 목을 매는데, 이번 인사로 다들 권력의 풍향계만 바라보게 됐다"고 한탄했다.
김의겸 디지털부문 기자kyummy@hani.co.kr
[경향]법원이 세월호 침몰 당시 부실구조 책임으로 기소된 전 해경 정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광주지법은 전 목포해경 123정장 김경일 경위(해임)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조 업무를 맡은 공무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사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로 평가한다.
재판부는 "김 전 경위는 123정 승조원들에게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건져 올리도록 지시했을 뿐 승객들을 배에서 빠져나오도록 유도하지 않았다"며 "김 전 경위의 과실로 상당수 승객이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하면서 유가족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경위가 123정 방송장비로 퇴선 방송을 하거나 승조원들을 통해 퇴선 유도 조치를 했다면, 일부 승객들은 선체에서 빠져나와 생존할 수 있었다"며 업무상 과실과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다만 세월호 선원이나 청해진해운 임직원보다 책임이 무겁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김 전 경위에게 선고된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의 고통과 분노는 십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형량과 별개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유죄 판결이 나온 것 자체는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법원이 구조 과정의 위법을 인정함으로써, 향후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총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는 사실상 '꼬리 자르기'였다. 30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선장·선원 10여명과 청해진해운 임직원 몇 명, 해경 말단 지휘관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났다. 해경 수뇌부에는 면죄부를 줬고, 청와대와 정부의 보고·대응은 아예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온전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 일은 요원하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조기 가동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방해 책동을 그만두고 세월호특위 출범에 협조해야 한다. 선체 인양 작업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정부·민간 합동조사팀은 이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국민 여론도 인양 찬성이 다수다. 한국갤럽이 지난 6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61%가 인양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303일째다.
[한겨레]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1일 끝났다. 이젠 이 후보자를 국무총리로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물러나게 할 것인가 판단만 남았다. 이틀간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청문회를 하기 전보다 이 후보자에게 실망했다는 여론이 훨씬 높아진 게 현실이다. 이런 사람을 국무총리로 인준하면 앞으로 인사청문회의 기준이 무의미해질 것이란 의견도 많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이완구 후보자에겐 수많은 의혹이 따라붙었다. 병역 기피와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황제 특강, 가족의 건강보험료 미납 등 과거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때마다 단골로 거론됐던 항목이 빠지지 않고 거의 망라됐다. 이 후보자가 여당 원내대표 출신의 중진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 흠집만으로도 그는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이미 사퇴해야 했을 것이다. 여기에 권언유착을 자랑하고 언론을 겁박하는 내용의 수준 미달 발언까지 새롭게 더해졌다.
그런데도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이틀간 인내심을 갖고 지켜본 이유는, 이미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가 중도 낙마한 상황에 이완구 후보자까지 그만두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여론의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터이다.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설 연휴 전에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도 이런 정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스스로 매듭을 풀어야 할 때다.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반전의 기회였다. 청문회를 통해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별것 아니었다는 게 소명되고 그래서 국민 여론이 '이 정도면 국무총리로 행정부를 통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틀 동안의 청문회를 거치며 그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적지 않게 추가됐고 여론은 더 악화했다. 아마 이완구 후보자 자신도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악화할 대로 악화한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오로지 청와대와 여당의 다수 의석에 기대 '반쪽 총리'가 된들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은 여론이 어떻든 단독으로라도 이완구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을 강행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세번째 총리 후보자마저 낙마하면 다음에 누가 총리를 하려 하겠느냐'는 정치적 우려를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국민 판단이다. 과거엔 대통령이 임명하던 국무총리를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 표결까지 거치게 한 이유는, 막중한 자리인 국무총리 임명 과정에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정치적 부담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국무총리를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옳다.
- 끗 -
첫댓글 감사히보고갑니다.
장도리는 무슨은있나요. 요몇일 안나오던데
휴가라고 하더군요.
세월호..말단에게만 업무상 과실치사 지우지 말고 책임질 사람 책임지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