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백(兒白)님? 제가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그녀의 투정 어린 말투에 아백이라고 불린 소년은 그저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조금 다른 일이 생겨서 말이야.
그나저나 이 자식은 뭐야?”
눈살을 찌푸리면서 아백은 죽은 남자의 시체를 발로 걷어 차면서 아랑을 쳐다봤다.
그러자 아랑은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글쎄..바보 같은 마을 인간들이 나를 잡겠다고 부른 도사를 불렀더군요.
그런데 내가 살짝 유혹하니까, 넘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놀아주다가 재미 없어서 정체를 들어 냈더니 도망가더라고요.
덕분에 귀찮아도 이 곳에서 없애 버렸으니 됐죠.”
“그래, 어째든 오늘은 드디어 꽃이 피는 날이니까.”
살짝 미소 짓자, 곧 아랑과 아백은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싸늘하게 죽은 그 남자의 시체는 숲 속의 나무 아래에 둔 체..
……
………사방신 중에서 현무(玄武)가 수호하는 수호군인 현서국(玄書國) 그리고 백강국(白强國)과의 경계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이런 촌구석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외모의 다섯 사람이 마을로 들어 오고 있었다.
그런데 다섯 사람의 행동이 참 특이했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려 보이는 은발의 소녀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처음이라는 듯이 주위를 둘러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머리의 남자가 소녀가 귀엽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고 있는 듯싶었다.
그리고 또 그 옆에는 검은 머리의 남자가 무언가를 찾는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고 기절한 듯한 은발의 소년을 들쳐
업은 푸른 머리의 남자가 옆에 있었다.
와~ 여기가 바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는 곳이구나.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 전에 엄마랑 딱 한번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놀러 갔을 때..
엄마가 울었었어..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추억에 잠긴 채랑을 모르고 주영은 신기해하다가 갑자기 시무룩해하며 발걸음을 멈추는 채랑의
손을 잡아 주며 말했다.
“어디 아파?”
주영의 물음에 채랑은 웃어 보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주영이 채랑의 은발을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우선은 백한이가 정신을 못 차리니까, 오늘은 이 마을에서 잘 여관으로 가자.”
“여관?”
“여행자들이 돈을 내고서 잠시 쉬어가는 집이야.”
주영의 짧고 간단한 설명에 채랑은 곧 무슨 소리인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풍가(風哥) ‘바람의 노래’라는 이름의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은 작고 아담하게 일반 집처럼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예쁜 꽃밭이 만들어져 있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었다.
채랑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자, 1층은 식당인지, 나무로 된 의자와 식탁들이 놓여 있고 한쪽 벽에는 이 곳의 수호신인
현무(玄武)의 초상화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계단 아래로 작은 문이 하나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곳이 주방 같아도 왜냐하면 그 문에서 마침 채랑과 비슷한 또래
로 보이는 초록빛 머리카락의 단발 머리 소녀가 나오고 앞치마에 손을 문지르며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손님이 들어 온 곳을 몰라서 당황해다는 듯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 채랑 일행의 엄청난 외모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채랑은 웃고 있었다.
킥..같이 자란 애들 빼고는 다른 애들은 본 적 없지만..
잰 너무 특이한 것 같다, 놀라다가 금세 얼굴이 빨개지다니..
채랑은 원래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라는 것을 모르고 자랐고..
사방신들이 얼마나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인 것도 잊고 있었다.
어째든 서현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소녀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가계 이름이랑 여관 분위기가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아..네
저희 마을의 자랑이죠.”
“그렇군요, 방이 있나요?”
소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서현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서현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입에 경련도 안 생기나..)
“그렇다면 침대가 3개 있는 방 하나랑 침대가 2개 있는 햇빛이 들어 오는 방으로 하나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서현의 말에 소녀는 문 쪽에 아직도 서 있는 채랑 일행을 힐끔 쳐다보고서 계산대 둿편에 있는 서랍장을 열어
두 개의 열쇠를 꺼내왔다.
“침대 셋은 2층 오른 쪽 끝 방인 203호고요. 침대 둘은 바로 옆인 205호입니다.
“고마워요. 그럼, 시안이랑 주영, 백한은 침대 셋인 203호에서 자.
나랑 채랑이는 205호에서 잘게”
“그래”
주영이 대답하고서 서현에게 열쇠를 건네 받으려는 순간..
주인 아줌마로 보이는 통통한 여자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서 열쇠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채랑 일행을 안내하려는 소녀에게 소리 질렀다.
“내가 아무 손님한테나 방을 내 주지 말라고 했지, 하란아!”
“죄송해요..”
그 모습을 보고서 채랑은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둘이 좀 안 닮았는데.. 설마 모녀지간은 아니겠지?
그런데 원래 여관이라는 곳에서 묵으려면 이래야 하는 건가?
으음..모르겠네..
채랑은 궁금해하면 난처해하는 주영을 보며 서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가 서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야?
우리는 그런 요상한 취미의 손님들은 받지 않으니까, 당장 나가요!"
“저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서현의 말에 주인 아줌마는 서현과 문 쪽에 서 있는 다른 일행들을 위, 아래로 흝어 보며 말했다.
“으음.. 아무리 봐도 저 아이들은 노예 같아 보이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안의 이마에서 빠직 소리와 함께 열 십자가가 생겨났다.
그리고는..
“누구보고 노예라는 거야, 이 녀석들은 이름있는 가문의 자제들이라고!
확.. 이 마을..으…아아아..(당장 이거 못 놔?) "
시안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더 이상 뛰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주영은 이마에 흐르는 땀은 애써 무시하며 입가에
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부인, 저희는 귀령(鬼領)이기는 하지만 정대로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
주영의 말에도 못 믿겠다는 듯이 쳐다보는 주인 아줌마한테 서현이 작게 한숨 쉬면서 품에서 작은 검은 패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자 주인 아줌마도 이제는 믿는다는 듯이 사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사(思)가의 분들이군요.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요즘에 이 주변으로 이상한 일을 하는 놈들이 상당히 많이 오더라고요.”
“그래요?”
“예.. 그런데 다들 이 곳에는 무슨 일로..?”
“이번에 저희는 모두 한군데에서 자란 의형제들인데 그 중에서 가장 어린 이 두 녀석이 성인이 돼서 이번에 성인식
여행을 떠나는 중입니다.”
서현의 능글맞은 웃음과 입담에 이제 주인 아줌마도 믿는 눈치 였다.
한편 채랑은 궁금해하고 있었다.
사(思)가? 그게 뭐지?
음..갑자기 상당히 궁금해지네..
거기다가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것 같기도 한데
그냥, 나중에 편하게 물어 보는 게 가장 편하겠다.
채랑이 이렇게 생각하면서 서현을 쳐다보자, 이미 주인 아줌마랑 자라까지 잡고서 서현은 웃고 떠들고 있었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서현은..?
난 왠지 올라가서 자고 싶은데..아 졸려
서현을 쳐다보는 채랑의 손을 주영이 잡아 주며 왠지 뚱해 보이는 채랑에게 말했다.
“피곤할 텐데, 올라가자.”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채랑에게 살짝 웃어 보이면서 주영은 주인 아줌마랑 수다 떠는 서현을 버린 체 다른 애들이랑
같이 방으로 올라갔다.
위층으로 올라간 채랑은 처음 보는 구조에 신기해 하며 주위를 둘러 보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채랑의 모습에 주영은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이 우리의 계획대로 끝나면 저 아이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둘아 가겠지.
하지만 만약 우리의 계획대로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죽겠지. ‘그’의 손에..
“주영 오라버니 어디 아파?”
어느새 자신에게 다가와 아프냐고 물어보는 채랑을 보며 볼수록 주영은 더욱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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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 전
백호(白虎)의 공주님♡ 21화
하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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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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