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윤애라 나의 땅은 끄트머리 바닥 혹은 맨 뒷자리 유목의 습성인가 주소 없이 집을 짓네 울음이 갇힌 방에서 출렁이는 꿈의 물결 부대낀 내력으로 도도록이 솟은 자국 어설픈 일용직이 발바닥에 집 지었네 숨이 찬 최저 임금에 쪼그리고 앉은 시간 자정 무렵 버스는 노래도 졸고 있다 물꼬 트듯 조금씩 쓰라린 기억 보내면 굳은살 단단한 지붕에 새벽별이 박힌다
역시 나에게는 낮선 이름이라 매력이 더 끌리면서 제목만큼 시가 아프다. 일용직의 비애를 표현하고자 했던 제목 선택이 탁월하다. 보태고 빼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쉬운 문장으로 하고 싶은 물집의 내력을 다 기술하고 있다 현대시조,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라고 하는 명제 앞에서 지금 사이트에 들어와 있는 습작생들에게 본보기의 실물이 될 것 같아 옮겨 본다 정형시조를 아주 자유롭게 쓴다. 꽉 쪼이는 틀이 아니라 매우 넉넉하고 헐렁한 바지저고리 같다 좋은 공부가 되었으면 한다 다른 부분은 군말 보태기가 민망스러운 일이고 다만 탁월한 표현으로 올린 첫 수 초장 이야기를 잠시 하고 싶다 나의 땅은 끄트머리 바닥 혹은 맨 뒷자리
노동현장에서 시달리다가 생긴 물집에 관한 의미를 젤 첫 장에 넣어서 가속 페달을 밟아주고 독자를 끌고 들어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숨이 찬 최저 임금에 쪼그리고 앉은 시간
발바닥 맨 끄트머리에 동그마니 불거진 물의 집을 일컬어 이렇게 '쪼그리고 앉은 시간' 이라고 표현을 하다니! 놀랍다. 그리고 시조문학의 융성이 오래 갈 것 같다. 결국에는 그 아픈 물집이 굳은살이 되고 새벽별을 본다는 희망이 있다.
시조를 아는 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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