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서~~
문재인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세상은 잔인하면서도 아름답다.”는 말이 생각나는 책입니다. 젊을 땐 소설이 재미있더니, 나이가 드니 자전 에세이나 회고록 같은 실제 삶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힘들었던 시절 선의와 악의가 뒤섞인 세상을 살아온 남의 삶의 우여곡절이 내 삶의 우여곡절과 공명하며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이 책은 열다섯살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해 전맹이 된 후천성 시각장애인 조승리 작가의 자전 에세이입니다.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수필부문 대상을 받은 이후 드디어 첫 에세이집을 냈습니다.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따뜻한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상처 많은 고단한 삶을 이토록 꿋꿋하고 담담하게 쓸 수 있는 정신력이 놀랍습니다. 이렇게 꿋꿋하고 담담해지기까지 남몰래 흘린 눈물이 얼마일까 싶습니다. 점자 키보드를 더듬으며 글을 쓰는 일도 쉽지 않을텐데 유머와 재미까지 더한 글솜씨가 대단합니다.
실명중이라는 청천벽력의 진단을 받은 15살 중학생 소녀가 캄캄절벽같은 상황에서 한 일은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시력이 남아 있을 때 읽고 싶은 책들을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교 대신 도서관에 파묻혀 종일 책을 읽었고,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 집에 돌아가 제발 책 좀 읽지 말라는 엄마의 야단을 견뎠다고 합니다. 그 같은 눈물겨운 의지와 독서의 힘이 오늘의 조승리 작가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첫 에세이집을 축하하며, 좋은 글로 계속 만나길 기대하면서 큰 소리로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