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기 시작한 계엄령의 이면, 윤석열 대통령을 찔러 움직이게 한 것은 음모론 좋아하는 정치계 유튜버였을 가능성 / 12/8(일) / JBpress
■ 맨처음 군을 투입한 곳이 중앙선관위였던 이유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실패한 계엄령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로 보수층 일각에서 지적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보내 서버를 수색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5일 밤 지상파 방송사 SBS가 비상계엄령이 발표된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장 군인이 투입됐다며 단독 특종했다. 보도에 따르면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국회의원들이 모여 있던 국회보다 이른 시간대에 계엄군이 투입된 곳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였다"고 한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SBS 취재진에게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실시된 2020년 4월 총선에 대해 투개표 직후부터 부정선거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0년 4월 총선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진보세력이 180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103석으로 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였지만 두 정당의 전체 득표율을 보면 49.9% 대 41.4%로 차이가 불과 8.5% 포인트였다.
소선거구제인 한국에서는 선거구마다 최다 득표자 1명만 당선되는데, 이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전투표'였다. 우세한 것으로 보였던 보수 후보들이 사전투표함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민주당 후보들에게 간발의 차로 역전당해 낙선한 것이다.
이 때문에 보수 정치 유튜버들이 중심이 돼 '중앙선거위원회가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권에서 선거를 관할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진보적인 인물이 많았던 시절이다. 여기에 접전 지역의 표차가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통계 전문가까지 등장해 의혹을 부추겼고, 선거에서 패한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주목할 만한 재판 결과는 무혐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치 유튜버들과 일부 보수 지지자들은 문재인 정권 하에서의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 극우 유튜버에게 직접 접촉하는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은 2022년 5월 대선에서도 다시 불거졌다. 당시는 '코로나 정국'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격리돼야 했던 시기다.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투표소가 따로 마련됐지만 계원들의 경험 부족으로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기표된 투표용지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비닐봉지 안에 넣었다거나, 유권자들에게 기표를 위해 나눠준 봉투 안에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 있었다는 '의혹'의 현장 사진이나 동영상이 SNS상에 다수 올라와 또다시 부정선거론이 강하게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수 지지자들은 부정선거론을 믿지 않는다. 원래 사전투표는 보수층보다 진보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사전투표에서 진보 후보의 표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투표를 획책했다는 발상 자체가 민주화되지 않은 정치후진국형 발상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 후진국적 발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은 보수 정치 유튜버의 열렬한 시청자"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윤 대통령은 유튜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밌었다"고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식 당시에는 수많은 정치계 유튜버를 국회에 초청했는데, 거기에는 보통 한국인들이 '극우'라고 부르는 유튜버도 여럿 있었던 것이다.
■ 이태원 사건 '음모론' 가능성 배제하지 않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태원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이) 나는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는 핼러윈 행사에 모인 군중에 의해 발생한 혼잡사태 사고인데, 보수 유튜버들은 때마침 사고 현장 부근에 민주노총 소속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민주노총이 사고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또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인파 속에 섞여 있었다"며 "종북세력의 기획"이라고 주장하는 유튜버도 있었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이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걱정한 것이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놀랐다. 극우 유튜버의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며 "'그런 영상은 제발 보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계엄령 사태에서는 계엄령 선포 불과 7분 만에 경기 과천시에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300여 명의 계엄군이 들이닥친 것인데, 이 역시 부정선거 의혹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정치계 유튜브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선관위는 보통 계엄 상황에서 장악해야 할 권력기관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 극우 유튜버와 같은 주장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 때 반복적으로 사용한 '종북세력' '반국가단체'라는 단어 역시 보수 유튜버의 상용 댓글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보 유튜버가 국민의힘을 '친일세력'으로 공격하듯 보수 유튜버는 민주당을 '종북세력'으로 공격한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계엄령 이후의 사태 수습을 위해 대통령과 마주 앉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대표를 향해 종북세력을 척결할 수 있도록 탄핵을 막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대표는 6일 오전 국민의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어젯밤 지난번 계엄령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고교 후배인 여송현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들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체포하라고 지시한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다는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며 새롭게 드러난 사실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5일까지 탄핵 반대 의견으로 통합됐던 국민의힘도 탄핵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단숨에 높아졌다. 7일 오후 국회에서 평결이 이뤄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20여 명으로 알려진 친한계 의원들이 찬성하면 통과될 것이다. 한국 정치권은 다시 8년 전 12월로 되돌아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