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에서 달이 뜨네(泥裏月出)" 군 입대
1966년 문경 김룡사에서 성철 스님께서 해인사에서 총림을 하니(1967년 개설) 같이 가자고 하시기에, “제가 군에 안 갔다 와서 영장을 계속 기피하다 보니까 순경만 오면 숨어야 되고 해서 불안합니다.” “아직 군에 안 갔다 왔나? 그럼 갔다 와야지. 군에 갔다 와서 꼭 해인사로 오너라. 나는 해인사로 간다.” 성철 스님은 그해 가을에 해인사 백련암으로 가셨고, 나는 군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도경비사로 배치를 받았는데, 경복궁 안에 있는 30대대로 청와대 경호부대였습니다. 나중에 제5공화국 대통령이 된 전두환이 대대장이고, 장세동이 인사과장, 안현태가 1중대장이었습니다. 신병 훈련 받고나서 처음에 위병소에 가서 합격이 돼야 그 다음에 배치를 받는데 거기서 불합격하면 전방 오지로 쫓아버렸습니다. 처음 위병소에 가서 위병소장한테 물었습니다. “위병소장님! 대통령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많은 수행원하고 같이 오는데, 대통령한테만 ‘근무중 이상무!’ 하면 되지 다른 수행원한테 다 그렇게 할 필요 없다.” 하기에 ‘아~ 그렇구나!’ 하고 있는데, 청와대에서 자가용이 한 대 들어왔습니다. 가만히 서서 보니 육영수 여사가 먼저 차에 수행원을 태우고 나오는데, ‘대통령한테만 경례하라고 했는데 이걸 해야 되나 안해야 되나’ 망설이다가 육여사가 손을 흔들기에 엉겁결에 나도 따라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니 싹 지나가는데, 전두환 대대장하고 장세동 인사과장하고 죽 서서 큰 소리로 경례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전두환씨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대번 벌써 알고 아직 대통령은 안 들어왔는데, “야! 위병소장 이리 와!” 위병소장이 가니 대번에 그냥 때리고 들고 차더니, “저 놈은 어디 놈이야? 너 이 새끼가 어떻게 가르쳤길래 저런 놈이 다 있어?” 내가 꼼짝없이 지적을 당했습니다. “대통령 나오겠다. 안 되겠다. 좀 이따 다시 보자!” 이러니 위병소장이 다시 뛰어오면서 나를 노려봤습니다. “너 이 새끼 두고 보자!” 조금 있으니 봉판(鳳版)이 달린 대통령 차량이 나오는데, “근무중 이상무!” 절도 있고 우렁찬 경례 소리와 함께 대통령이 부대로 들어와서 시찰을 하고 나서 다시 청와대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유도가 5단, 태권도가 5단에 검도가 몇 단인 위병소장이 “야! 들어와!” 해서 들어갔더니, 대번에 차고 때리고 들고 던지고 하는 데, 어찌된 건지 하나도 안 아프고 다친 데도 없었습니다. 상부에서 인사과로 연락해서 그거 어느 중대 놈이냐고 그런다기에, ‘이제 전방으로 쫓겨 가는구나’ 생각했는데 ‘재교육’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재교육’이라는 게 15일간을 기합으로 시작해서 기합으로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전방으로 바로 보냈으면 오히려 만사만생(萬死萬生)하는 무간지옥 고통을 안 받는 건데, 밭에 기어가기, 물속에 원산폭격 등등 150여 가지 기합을 매일 받았습니다. 경복궁 안에 있는 향원정(香遠亭) 못의 얼음을 깨고 거기에 옷 벗고 들어가라고 합니다. 추울 때 전부 들어가라고 하면 차라리 나은데, 반만 들어가라고 하고는 자기 손가락을 보라고 합니다. 그때도 손가락 법문을 하더라고요. “이것 봤어?” 손가락을 까딱하고 내리면 물에 들어갔다 까딱하고 올리면 나와야 하는데 칼로 살을 도려내는 것 같습니다. 변소 청소도 담당자가 있는데도 나보고 다 하라고 했습니다. 여름에 재래식 변소 청소를 하는데, 바깥에는 아무리 청소 잘해도 변소 구멍 옆에 어쩌다 똥이 조금 묻어있으면 와서 보고는, “이리와 엎드려! 핥아!” 하고 똥을 핥으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별별 기합을 다 받았습니다. ‘아하! 내가 무간지옥이 어딘가 했더니, 여기가 무간지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교육이 끝나고 나자, “요번에 나가서 너가 불합격하면 전방 오지에 가서 죽었다고 복창해라!” 그래서 다시 나가서 위병을 섰는데, 이번에는 합격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청와대 경호실로 파견을 나갔습니다. 경호실에서 근무하면서 다시 사복입고 권총을 안에 차고 정보파견을 나가고 그랬습니다. 군에 가서는 정말 요만큼도 한만하게 딴 생각할 여가가 없었고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됐습니다. 나는 군에 가서도 화두를 놓치지 않고 했는데, 어딘가 밤에 간첩이 온다고 해 가지고 산에 파견 나갔는데, 산에 가서 보초 서면서 화두 참구를 했는데, 밤에 주번사관이 순행 돈다고 오면 “정지!” 하고 수화를 해야 되는데 화두 드느라고 몰랐습니다. 주번사관이 옆에 와서 자는가 하고 보고 가만히 있으니 한 대 때렸습니다. 맞고 정신을 번쩍 차리고 총을 들고 자세를 잡으려니 목에다 뭘 갖다 대면서, “넌 죽었어. 임마!” 그런데 화두가 제대로 골똘하게, 정말 정신 초롱초롱하게 알 수 없는 의정이 돈발해서 가만히 있을 때는 주번사관이 건드리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공부가 되는 건지 망상인지 어중간하게 있으면 반드시 옆에 왔습니다. 제대로 공부가 되면 아무 탈이 없이 그냥 지나가고 무사했습니다. 그래서 일상생활 속에서 초롱초롱한 살아 있는 화두가 중요합니다. 또, 최전방에 가서 특수훈련을 받는데, 철책선에 호(壕)가 있는데, 그 당시에 그 호(壕)에서 잤다고 하면 적이 뚫고 들어와서 목을 끊어가 버리거나 자살해 죽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 호(壕)에 아무도 안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대장이 날 보고 거기 가라는 겁니다. 나는 '내가 가지 뭐' 하고 갔는데, 자면 죽는데, 아무리 눈을 떠도 자꾸 졸음이 옵니다. 그래서 내가 가만히 앉아서 반야심경을 3편 하고는 ‘무엇인고~’하고 돌이켜서 화두를 참구했습니다. 지극하게 화두를 참구하고 지나갔는데, 나는 아무 일이 없었는데, 바로 옆 호에 있던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그 호에 간 사람은 아무도 안 죽었습니다. 그 호에 붙어있던 죽은 영혼이 천도가 된 것입니다. 내가 반야심경 3편하고 ‘무엇인고’ 하고 화두를 드는 데서 일체가 다 무너지고 없는 겁니다. 귀신도 무너지고, 원혼도 무너지고, 선악 시비도 무너지고, 부처도 조사도 무너지고, 천당도 지옥도 무너집니다. ‘이 무엇인고’ 하는 화두 하나가 일체를 다 녹이고 일체를 다 살려내는 겁니다. 1968년, 군 복무 막바지에 이르러 제대특명을 받아놓고 있는데, 갑자기 북한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서 무장간첩단을 서울로 침투시켰던 ‘김신조 사건(1.21사태)’이 일어나는 바람에 제대를 못하고 복무기간이 석 달 연장되었는데, 그때 새로 생긴 유격훈련을 받으라고 해서 유격훈련을 받는데, 무간지옥 맛을 아주 톡톡히 봤습니다. 게다가 엄청나게 군기가 센 전두환씨가 대대장이고 공수부대에 있다가 온 분이라 지독하게 훈련을 시키는데, 쓰러져 죽어도 관계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죽는 건 장부가 아니다! 장부가 여기서 죽을 수 있느냐? 헤쳐 나가야지!” 이러면서 훈련을 시키는데, 배낭을 짊어진 채로 물에다가 원산폭격을 시키니 코로 물이 다 들어가고, 절벽을 타는 훈련을 하면서 별별 기합을 다 받았습니다. 밥도 조금밖에 안주니 허기가 져 가지고 산에 있는 풀도 뜯어서 씹고 이러는 판이었습니다. 그런 훈련장에도 장사꾼들이 들어와서 빵 같은 먹을 걸 얼른 팔고 도망가고 그랬는데, 내 앞에 가던 친한 친구가 얼른 빵을 사서 혼자 먹는 걸 보고 내가 가서 “내가 좀 얻어먹을 수 없을까?” 하니, “안 되겠다. 내가 죽는데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 이러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숨이 넘어가 죽는 지경을 당해서, 만약 이걸 먹으면 산다고 할 때, 누가 옆에서 그걸 달라고 하면, ‘나는 죽을 테니 너는 이걸 먹고 살아라.’하고 척 내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자신은 생각하지 않고, ‘네가 이걸 먹고 살아서 편안해 진다면, 나는 죽더라도 너에게 준다.’는 그런 대심(大心)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체 중생을 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군 복무를 하던 청와대 경비대대 대대장이었던 전두환씨가 나중에 대통령을 하고 나서 백담사 가 있을 때, 다시 만나서 네 시간을 독대하고 이야기를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분이 말하길, 자기가 청와대에 있을 때 밑에 비서를 보고 “이름은 조남희인데, 그때 그 사람이 어디 가 있는가?” 물으니까 어디 스님이 됐다면서 잘 모른다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러고 말았는데, 왜 자기가 청와대에 있을 때 연락하거나 찾아오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진작 내가 스님을 만났었더라면 불교도 발전이 있었고 나에게도 도움이 됐을 텐데요.” “그렇다고 해서 찾아가고 그러면 못 씁니다.” 내가 그때 백담사엘 가니, 법당 정문은 스님만 들락거리는 문인데, 정문에 신발 두 개가 있고, 양쪽에 권총을 찬 비서가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하길, “정문은 스님들이 다니는 곳인데 여기 왜 속인 신발이 있느냐?” “조용히 하세요!” 하면서 손으로 권총을 뺄까 말까 이러는 걸 내가 한 대 때리고, “이놈아! 여기 절법도 모르고 여기 있어? 절의 법이 어떤 법인데 절법을 무시하고 그래?” “조용히 하세요!” 그래서 내가 정문을 확 열고 들어가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이 탁자 앞에 먹물 두루마기를 입고 앉아 있다가 움찔하면서 놀랍니다. 거기 정문 열고 들어간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내가 과감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놀랐겠지요. 그리고 나왔는데 주지 도후 스님이 그분을 모시고 와서 인사를 시켰습니다. “학림사 조실스님이시고, 고암 스님의 전법을 받으신 훌륭한 큰스님이십니다. 저에게는 사숙이 됩니다. 인사를 하십시오.” “스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나는 두륜산에서 왔어요.” “두륜산? 두륜산은 처음 들어보는 산인데 그게 어디 있는 산입니까?” 내가 얼굴을 아래위로 보면서 말하길, “위에도 산이고, 밑에도 산일세요.” 그랬더니, “예. 알겠습니다.” 하면서 가버렸습니다. 조금 있다가 총무스님이 오더니, “요번에 오신 김에 전두환 각하하고 서로 좋은 대담이나 하면 어떨까 바라고 있었는데, 저를 보고 오라고 해서 갔더니, “도대체 어디서 온 중이야?” 옆에 있던 비서는, “혹시 그 스님이 약간 이상한 사람 아닌가요?”하고, “점심 오찬이나 함께 하려고 했더니, 이상한 말을 하고 정신 이상하지 않아?” 그런 말을 합니다.” “그래? 그럼 가서 이야기 해! 나는 전두환 거사를 소인으로 보고 대한 게 아니고 대인으로 보고 상대를 했어. 그런데 대인이 그와 같이 이야기 한다면 이해가 안 가네. 달마 스님이 양무제를 만나서 서로 소통을 못하고 소림굴로 돌아간 일이 있지만, 오늘 그와 비슷한 짝이 나네.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면 참 안 됐네. 가서 그렇게 이야기를 해 줘!” 그러니 가서 전하길, “스님이 각하를 대인으로 보고 상대했답니다. 소인으로 보고 상대한 게 아니랍니다. 대인이라서 그런 말을 했지, 소인이라면 그런 말을 안 한답니다.” “그래? 그런 말을 했어?” “달마스님이 양무제를 만나서 소통을 못했다는 걸 각하께서도 아시지요?” “나도 들은 게 있지.” “오늘도 그런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이럽니다.” “그래! 오늘 점심때 그 스님과 공양을 같이 해야겠다. 가서 승낙을 받아오면 어떻겠소?” 그래서 주지스님이 찾아와서 이야기하기에 같이 점심공양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시예불을 마치고 나서 조그만 방에서 겸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하고 이순자 여사, 나, 주지스님하고 네 사람 분을 차려 놨습니다. 그래서 함께 밥을 먹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야기를 하는데 몇 시간을 끊어지지 않고 계속했습니다. 이야기를 그만둬야 내가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방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안주고 자기만 계속 이야기 하는 겁니다. 한 두세 시간 하더니만 “아~”하고 한숨을 돌리는 순간에 내가, “잠깐 한 말씀 드릴 게 있는데요.” “예. 뭡니까?” “여기서 백일기도하셨다는데, 백일기도 마쳤습니까?” “어제 내가 백일기도 마쳤습니다.” “어제 백일기도 마치셨다면 세조대왕은 아시잖습니까?” “예. 알지요. 역사에 나오는 분 아닙니까?” “그분이 오대산 상원사에 가서 일주일 기도를 해서 문수동자를 친견하고 몸에 창병이 다 나았는데, 그렇다면 거사님께서는 백일동안 기도를 했다면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나요?” 그러니 동작을 딱 멈추더니, “아, 친견 못했습니다.” “그러면 백일동안 기도를 헛했네요?” “친견을 못했으니 헛했다고 봐야지요.” “그러면, 세조대왕은 일주일 해 가지고 친견을 했는데, 백일을 해서도 친견 못했다면 거사님께서는 참으로 잘못된 게 많네요. 앞으로 백일을 더 하세요.” “해야 되겠지요.” “대장부로 태어나서 별 네 개 달기도 어렵고, 별 네 개 달고 나서 나라의 대통령 하기도 어려운 일이고, 대장부로 태어나서 할 일은 다 했잖습니까? 그렇게 하고도 여기 백담사를 왜 왔습니까?” “......” “그래도 이 성지에 와서 머무르게 된 거는 전생에 인연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요. 그러나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됩니다. 왜 여기로 왔는지, 그걸 알려면 거사님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알아야 하는데, 거사님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아시오?” “본래면목이라? 본래 내 얼굴이라 이 말입니까?” “그렇지요. 거사님의 본래얼굴이 어떤 게 본래얼굴이오?” “그건 아직 잘 모릅니다.” “그걸 몰랐기 때문에 여기 백담사에 온 거요. 자기의 진면목을 바로 아는 사람이라면 여기 올 일을 만들지 않지 왜 여기 오겠습니까?” 그러니 대번 자세를 고치더니, “예. 지금까지 많은 스님들, 종단의 큰스님들 다 오셔가지고 저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말을 한 분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주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진면목을 바로 안다면 일을 마치고 나서도 이 세상 모든 천하인이 하늘같이 받들지 왜 여기에, 물론 여기 성지(聖地)에 오는 건 좋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거사님이 온 동기, 그 원인은 이 세상 천하인이 받들고 무탈한 속에서 여기 온 것이 아니잖습니까? 그랬다면 ‘저분이 불심(佛心)까지 훌륭하네.’ 하고 칭찬하겠지요. 그러나 그게 아닌 입장에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그러니 정말로 이제 남은 여생이라도 나의 진면목이 무엇인가를 돌이켜 보세요. 그래야 남은 생활도 헛되게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그런 이야기 하면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10.27법란 때 군인들을 절에다 투입시켜서 아무 죄 없이 삼청교육대 붙들려가서 억울하게 당한 스님들도 있었습니다. 그 스님 내가 아무 죄가 없는 걸 아는데, 누가 개인적으로 감정을 가지고 고발을 해서 붙들려가서 그랬는데, 그런 것도 잘못된 거 아닌가요? 왜 스님들을 함부로 잡아갔습니까?” 그러니까 하는 말이, “내가 청와대에 있어 보니까 밑에 사람들이 서류를 올리는데, 좋은 건 없고 천하에 나쁜 것만 올려서, 사회를 정화하는 차원에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되겠냐 물으니, “다 싹 쓸어버려야 합니다.”하고 보고 하는데, 내가 정치도 처음 들어와서 하는 거고, 불교에 대한 것도 모르고 해서, 정 나쁘다면 알아서 정화하라고 했는데, 그것도 내가 더 상세히 살피지 못한 허물이 있지요.” 하고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간절히 알고 싶다면서 묻길, “지금 노태우가 대통령이 됐지만 여소야대라서 정국이 정말 어렵게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거기에 대한 방책은 없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말을 해주길, “수해가 나서 큰물이 내려가는 데는 집도 떠내려가고 사람도 떠내려가고 모조리 다 쓸어버립니다. 그 흐르는 물의 위세에 감히 앞에 설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물이 흘러가다가 작은 물이 되어서 졸졸 흐르는 물은 지나가는 사람도 겁을 안 냅니다.” “예. 지금 그렇게 됐습니다. 앞으로 어찌해야 됩니까?” “도자기를 굽다가 작품이 잘못되면 도자기를 구워내는 도공은 잘못된 작품을 가차 없이 꺼내서 버리고 새로 도자기 작품을 구워냅니다. 새로 만들어야지요. 그러면 되지 뭐가 어려울 게 있습니까?” 그러면서 묻는 것들에 답을 해주었습니다. “스님 말씀을 잘 알겠습니다.” 그런 후 한동안 새해와 초파일, 추석에 자기 비서를 나에게 인사를 하고 오라고 보냈습니다. 자기는 나오지 못하니까 비서가 여기 와서 하는 말이, “누구한테도 세배하고 오라고 하는 일이 없는데 스님께는 세배를 하고 오라고 했습니다.”
내가 청와대에서 군 복부를 하던 때 박정희씨가 대통령이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먹는 것도 된장국하고 막걸리를 좋아하고 고기를 잘 안 먹었습니다. 청와대 뒤에 빨랫줄이 있는데 육여사의 기운 고쟁이를 널어놓은 걸 보았습니다. 육여사가 아주 검소한 분이라 좋은 옷이 아니고 꿰맨 옷을 입고 그랬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밤중에 나와서 초소에 가는데, 초소에 선 사람이 놀라서, “근무중 이상무!” 큰소리로 경례를 하면 조용히 하라고 하면서, “추운 데 고생이 많아. 자네나 나나 똑같은 입장이야. 나라를 위해서 하는 거지, 내 개인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예 그렇습니다. 각하!” “추운 데 고생이 많으니, 내가 소고기 국을 끓여 놨으니, 안에 가서 먹고 나와.” “근무 중 이탈 못합니다!” “총 이리 내 놔! 내가 잠깐 서 있을 테니까 가서 먹고 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런 분이었습니다. 오늘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잘한 것은 칭찬하고 좋은 건 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교육헌장도 내용이 너무 좋은데 그걸 왜 없앴는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게 군에 가서도 나는 공부의 끈을 놓치지 않고 군 생활하면서 열심히 하였습니다. 제대를 할 때 청와대나 중앙정보부에 바로 취직을 하라고 권하는 걸, "저는 거기 취직 안 하고 제대하고 가겠습니다." "가서 뭘 하려고 그래?" "저는 들어갈 곳이 있습니다." "아 참! 스님이시지? 또 절로 가려고 그래? 좋은 데 취직해서 살면 좋을 텐데 그러나……" 시내 사무소에 제대신고를 하고 제대증을 받으려고 속가에 갔는데, 좋은 아가씨가 있다고 선을 보라는 겁니다. "청와대에서도 취직하라고 하고, 친구가 자기 여동생 소개해 줄 테니 결혼하라고 권해도 안했습니다. 내가 제대하고 온 게 집에 살려고 온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제대신고하고 제대증 찾아서 바로 그냥 범어사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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