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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귀신들은 말해- '잘 먹었습니다!' 또는 '내일도 멍청한 개미가 걸려들어야 할텐데.'
하지만 이 개미귀신은 달라. 특이해. 오로지 한 마리.
원한건 오로지 한 마리의 개미. 바로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 개미였어.
28
표정이 없는 얼굴. 창밖엔 구슬프게 비가왔다. 폭풍인지 빗방울도 굵고 비소리도 심상치 않은걸 봐서 폭풍이
오려나보다.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승민이 가증스럽고, 그런 승민에게 또 다시 열락의 그늘에서 그녀는 허리
를 흔들고 있었다. 이성의 끊을 끊어 버리고 격렬한 움직임을 행하며 신음을 흘린 제 자신이 증오스럽다.
그러다가 한편으로는 연민이 들기도 했다. 외로움을 혼자 끌어 안다가 나연에게만 그 외로움을 풀다보니 이런
일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그가 불쌍했다. 동정심, 그게 다였다. 쿵쾅- 쿵- 어느새 번개까지 치
면서 나무와 간판이 심하게 흔들렸다. 창문도 요란스럽게 덜컹거렸다. 태풍이 올것 같다. 대롱대롱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것 같았다. 나연은 한참이나 그것들을 주시했다.
이건, 동정이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과 집착은 종이 한 장 차이.
승민이 말하는 사랑은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과 차이가 있다. 보통의 사람과 틀린 사랑. 나연도 보통의 사람에
속해있으므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수 있는 그릇이 못되었다. 그의 사랑은 어느 모양의 그릇이라도 받아줄수
없을것이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집착일뿐이다. 그가 바라는건 그 이상, 그 무언가다.
인형처럼 아무런 미동도 안하던 그녀가 겨우 꺼냈다. 목이 메였다.
“언제까지…이럴래.”
“…”
“내가 자해하는거 또 보고 싶니?”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내가 이렇께까지 하는게 무슨 뜻인지, 누나는 죽어도 이해 못해.”
“이해하고 싶지 않아. 이번이 한번으로 끝날거 같아? 나는 또 다시 죽으려고 설칠꺼야. 니 옆에서는 숨도 제대로 못쉬거든.”
“또 다시 살리면 돼. 누나가 설사 팔을 자른다해도 그대로 죽게 내버려두진 않아.”
그러니까 그 뜻은, 반불구가 되도 곁에 살려 둔다는 말이니?
끔찍해. 지긋지긋해!!!
나연은 치를 떨었다. 예뻤던 그 눈은 이제 그녀에게 암흑같은 공포가 되었다.
나연이 제일 좋아하던 눈을 그 자신이 똑바로 쳐다볼수 없게 만들었다.
“네가 이렇게 변할줄은…”
“변한게 아냐.”
“…”
“나는 원래 이랬어. 누나가 몰랐겠지. 그저, 외면했을 뿐이야.”
“승민아. 승민아. 네가 왜 이렇게 됐을까.”
“그대로였다고!!!! 왜!!! 왜 이게 이상한건데? 너를 가지고 싶은게 그렇게 잘못된거야?”
잔뜩 독기가 올라 소리치는 승민이 나연의 팔뚝을 잡았다. 나연은 몸서리치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찰싹-
소리가 날만큼 쳤으니 승민의 하얀 손등이 금방 붉게 달아 올랐다. 피아니스트같은 예쁜 손이 붉은 자국은
매우 안쓰럽다. 승민은 상처받은 눈을 하고만다.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상처받은 눈으로 호소하고 있다.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아냐.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제발, 그만해. 이젠 속지 않으리라, 저 눈에.
“내 몸에 손대지마.”
“이러지말자, 우리.”
“그래. 네가 포기하면 모든게 정상이야.”
“내가 누나를 포기한다는건.”
“…”
“삶을 포기한다는거야. 살아갈 목표를 포기한다는거야. 그건, 내 인생을 포기한다는거야.
그러니까 난 절대 누나를 놓을수 없어. 누나를 포기한다는건 내게 그런거야. 그 말은, 내가 죽어버린다는거야.”
“제발…그러지마.”
“누나가 없인 서승민도 없어.”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그는 다른 사람의 말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만큼만
딱 그만큼의 양만 생각했다. 생각의 깊이도 질도 모든게 갖춰져 있지 않은 남자. 그게 승민이다. 어릴적 그
모습 그대로. 순수하다면 순수하고, 잔인하다면 잔인한 사람, 바로 서승민. 오직 자신만 생각해버리는 이기심
과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그녀를 절벽으로 밀어놓고 있음에도 그는 온전히 자신만 생각했다. 그녀를 원하는건
‘필요’에 의해서. 정말이지, 아직 제대로 사랑받지 못해 정서적으로 결여된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탈을 쓰고 원하는걸 달라 떼를 쓰는것일뿐이다. 본인은 아직 그걸 모를 뿐이고.
모든 것을 탈완한 그녀는 다시 침묵하다 창 밖을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부러질듯 말듯 여전히 위태롭다.
부러지기 일부 직전.
“네가 미워. 너한테 길들여져버린 내 몸도 갈가리 찢고 싶어. 하기사, 이미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따위 내 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넌 여전히 보이지 않지? 네가 이럴수록 너와 나의 사이에 남아 있던 추억마저 퇴색해진다는것을.”
“…추억은 추억일뿐이야. 내게 중요한건 현재. 내 곁에 누나가 있냐 없냐의 차이야.”
“차라리….”
“…?”
“죽어버려.”
“………”
“네가 죽어야지, 내가 숨통이 트여.”
승민은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창 밖의 나무처럼 뿌리 채 흔들리는것처럼 보였다면 그게 착각일까?
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침묵이 그들을 지켜줬다. 먼저 침묵을 깬건 승민이다. 승민은 깍지 낀 손을 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며 속눈썹을 늘어뜨렸다. 역시 아름다운 얼굴. 천사같은 저 얼굴에서 나오는 광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것인지 도통 알수 없다. 루시퍼도 천사였댔지. 타락해서 지옥을 만들어 악마가 되었다고 했나.
그러고보니 닮았다.
승민도 아름다운 얼굴로 그런 무서운 일들도 서슴치 않고 벌였다. 아이러니다. 외면상으로 완벽히 아름다운 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밖에 설명할수 없다. 그러지 않고서 이런 일을 벌일수가 없었다.
“정말 그걸 원해?”
“…”
순간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얼어 버렸다. 그는 올곧은 눈을 하고서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자기가 죽기를 바라냐고.
나연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그가 죽었으면 하고 바랬다. 정말로 승민이 죽는다면야, 이 지긋한
구렁에서 빠져 나갈수 있을테니까.
승민은 다시 침묵했다. 한숨을 쉰다. 한숨에 한이 서렸다.
“…”
“난 누나에게 내 심장을 맡겼어.”
“…”
“누나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난 오래전에 김나연에게 내 심장을 내줬어.”
“…”
“내 심장의 주인이 그렇게 말한다면.”
“서…승민. 어, 어디가?”
승민이 보조의자에서 일어났다. 셔츠 바람에 재킷도 걸치지 않고 뚜벅뚜벅 병실 밖으로 나간다. 나연은 손잡이를
잡는 그에게 다급히 외쳤다. 뭔가 큰 사건이 발생할것 같은, 무언가 뒤집힐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 요즘은 항상
감이 좋았다. 특히나 이런 불길한 감쪽으로. 끔찍한 상상이 되었다. 승민은 미소지었다.
“그렇게 해줄게.”
쾅.
문이 닫겼다. 한번의 큰 파동이 일어났다. 나연은 순간 멍해졌다. 그렇게 해준다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의
독단을 멈출수 있는건 그가 브레이크를 밟는 법은. 나연은 취할수 있는 방법은 모두 써봤다. 하지만 하나도 성공
한게 없었다. 지금으로써 생각되는 유일한 방법은 그거밖에 없었다. 승민이 죽기 바라는건 진심이었다. 그런 그가,
그렇게 해준다고 한 말은. 나연의 눈이 커졌다. 안돼! 그, 그럴리 없겠지? 나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무작정
일어나서 걸으려는데 링거병이 출렁이며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나연은 허겁지겁 주사 바늘을 빼버렸다. 따꼼한
그것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그녀는 한시가 급했다. 이대로 둘수 없었다. 승민이 죽기 바라는건 진심이있는데 막상
그가 죽는 모습을 상상할수 없었다. 이게 이미 길들여져 버린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녀는 슬리퍼도 신을새 없이 병실 문을 열어 젖혔다. 사람들이 오갔다. 지나가는 간호사를 잡고 물었다.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그의 마스크에 간호사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분, 비상계단쪽으로 가셨는데요. 나연은 뛰었다. 맨발에 차가운 바닥이 그대로 느껴졌다. 간호사는 안정을 취해야
된다며 뒤에서 소리쳤다. 나연에겐 그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혹시 이쪽 비상계단으로 지나간 남자 못봤어요? 그의 얼굴은 역시나 강렬한 인상을 짧지 않은 시간에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아- 그 잘생긴 외국 남자? 옥상으로 가는것 같던데요?”
30대 후반의 여성 10초전 스쳤던 그 얼굴을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 이목구비며 훤칠한 키며 어디하나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남자가 걸어가는데 잊혀질리 없다. 나연은 고맙습니다란 말도 하는 둥 마는둥 다시 계단을 두 세칸 건너 뛰어
올랐다. 여자는 허 참, 이상한 여잘세. 하며 구두소리를 또각이며 제 갈길을 향했다.
“헉…헉…”
옥상문이 열려 있다. 관계자외출입금지라고 빨간글씨로 써있음에도 관계자 외의 사람이 들어가게 허용된 이 옥상은
대체 뭐란 말인가. 요즘 이런 옥상은 다 자물쇠로 단단히 잠긴줄 알았는데 순전히 아니었다. 삐거덕 바람에 흔들리는
큰 쇳소리가 귀를 긁는것처럼 소름이 끼친다.
서승민, 서승민!!! 오만한 놈, 넌 날 끝까지 기만하고 희롱해야 속이 시원하겠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가 말했다. 난간에 위태롭게 있는 모습이 보기만해도 아찔하다. 나연이 진심이었듯이 그도
그렇게 해준다는 말은 장난이 아닌것이다.
“어서 와.”
“기다리고…있었니?”
“응. 누나가 지켜봐야지. 그렇게 해서라도 절대.”
“…”
“날 잊지 않도록.”
콰쾅- 번개가 쳤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리며 어깨며 엄청난 양의 물이 금방 몸을 적시고 흘렀다. 눈을 뜨기 힘들었다.
나연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난간 철조물에 기대어 있는 그가 재밌다는듯이 크게 웃었다. 배까지 잡고 하하- 웃는
소리가 명쾌했다. 그의 옷이며 몸이며 물먹은 생쥐꼴로 철조물에 무게 중심을 두고 기대어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위험
했다. 그가 힘을 주어 난간에 기댈때마다 나연은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누나, 정말 웃기다. 내가 죽길 바라면서 내가 죽는다니까 왜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는거야?”
“…그만해…”
승민은 순식간에 가면을 벗어던지고 차가운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 아름다운 천사의 얼굴이 대답을 종용했다.
“내가 죽길 바란다면서. 왜 말리는거야?”
“시끄러!!!! 그만해!!!!”
“이리와. 여기에 올라와서 내게 키스하고 영원의 맹세를 해. 그럼 내려가 줄게.”
“서승민…”
“싫으면 관둬. 내가 뛰어 내리면 그만이잖아.”
승민도 최후의 수단은 협박이다. 아니, 처음부터 협박뿐인 관계였다. 나연은 어처구니 없는 이 관계를 끊을때가
왔음을 알았다. 나연은 입술일 쟐근쟐근 깨물었다. 비 비린내가 났다. 그녀가 오랜 고민 끝에 발을 뗐다. 승민은
환히 웃었다. 주위마저 환해질정도로 화사한 웃음은 승리자의 미소다. 누나. 누나는 역시 나한테 안돼. 자아도취
된 그는 손을 내밀었다.
“Just promiss, you love in return and Kiss me."
나연은 손을 잡아 난간에 섰다. 처음으로 그가 시키지 않고 그녀 스스로 승민의 입에 입을 맞췄다. 그뿐만이 아니라
진한 키스로 이어졌다. 정성스럽게 섬세하고 부드럽게 승민의 입술 주름을 하나하나 펴듯 부드럽게 흝고 축축히 젖은
입술로 그의 혀를 찾았다. 승민도 짐짓 놀란 모양이다. 이렇게까지 할줄은 몰랐겠지. 나연은 그의 얼굴을 감쌌다.
입천장을 핥으니 승민이 좋은지 헉! 소리를 내었다. 유달리 약한 부분이다. 나연은 슬쩍 입술을 뗐다가 그를 보고 웃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미소에 승민은 어리둥절 하면서도 기쁜지 충실히 입을 대었다. 나연은 또 한번 정성스럽게 키스했다.
승민의 움찔하는 혀를 잡고서 옭아매고 휘감았다. 승민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기분이 좋은지 끄응-하는 신음을 흘렸다.
쾅- 또 한번의 번개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키스는 계속됬다. 한참만에야 입술이 떨어졌다. 승민은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나연은 승민의 뺨에 이마에 코에 턱에 정신없이 입술을 부딪혔다. 승민은 이해할수 없다는듯, 그리고 믿겨지지 않는다는듯
실감하지 않았지만 적극 부응했다. 나연은 입술을 떼고 비에 젖은 승민의 얼굴을 감쌌다. 눈을 똑바로 보고 웃었다.
그게 비록 미미했고 슬픔뿐인 미소였대도 말이다. 새삼스럽게 그녀의 미소를 보는게 얼마만인지 실로 오랜만이었음을
그는 깨달았다.
“승민아-”
그녀의 입에서 다정스레 불리우는 이름도 오랜만이었음을 깨달았다.
“한계야. 미안해. 난 더 이상 못견디겠어.”
“!”
“지옥에서 만나자.”
"?!!!"
콰쾅- 하늘이 무너진것 같은 번개소리. 번개는 시뻘건 잇몸으로 하얀 이를 들어내고 사정없이 짖어댔다.
번개가 번쩍이며 나연의 초월한듯한 얼굴이 드러났다. 나연의 얼굴은 자신의 몸을 소진해버린 하나의 심지 같았다.
나연은 난간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망설임 없는 힘찬 도약이었다.
어찌할새도 없이 눈깜짝할새 일어난 일이었다. 돌발적인 그녀의 행동에 승민은 경악했다.
으아아아악! 남자의 비명은 빗소리에 뭍혀 버렸다.
**
여자는 멍청히 눈꺼풀을 꿈뻑였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남자를 비키게 하고 라이트 펜을 이용해 그녀의 동공을 살폈다.
동공 테스트를 거치고 한참이나 갸웃하던 의사는 펜을 끄고 그녀에게 질문했다.
“김나연씨. 제 말 들리십니까?”
“…”
“제 말이 안 들리십니까?”
“…”
“도대체 문제가 뭐죠? 상태는 호전됐다면서 왜 말을 안하는 겁니까?”
아름다운 조각상이 입을 벌려 말을 한다. 신의 선물인가, 다듬은듯한 그의 외형에 넋을 놓다 의사는 괜한 헛기침을
하며 소견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인식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앞서 말했다싶이 외적인 상태는 상당히 호전되었지만 뇌 쪽에 이상라고밖에
할수 없습니다. MRI 검사결과와 몇가지 테스트를 거쳐 나온 김나연씨의 현 상태는 충격에 의한 실어증 증세입니다. 지능은
6세 수준의 지능에 머물렀구요.”
“…”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은 못하겠습니다만 심리치료와 약물요법을 번갈아하시면 꽤 좋은 결과를 낳을수 있을거라 보는데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그러니까 그 말은, 시간이 얼마 걸릴지도 모르고 달리 명확한 치료법이 있는건 아니군요.”
“현재로써는 그렇습니다.”
남자는 안타까운지 그녀를 껴안고 토닥였다. 순간 여자의 눈이 흔들렸다. 의사는 알아채지 못했다.
“자리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슬픔에 찬 남자의 목소리가 울컥였다. 금방이라도 울듯한 목소리다. 자리를 피해달라는 그의 말에 의사는 곧
알았다며 병실을 빠져 나왔다. 쯧쯧- 어쩌다 저리 되었누. 수군거리는 소문을 듣자하니 치정싸움 끝에 감정이
격해진 여자가 옥상에서 뛰어 내렸다는 설이 유력했다. 꽤나 여자를 울리고 다녔을법한 남자의 아름다운 외모
가 보탬을 더했다. 바람을 폈다느니, 여자가 그걸 알아서 남자의 마음을 돌리려고 그랬다느니 소문은 눈덩이
처럼 커졌다. 정작 본인은 신경쓰지 않는듯했다. 말세다 말세. 세상이 어찌되려고 한낮 남자 때문에 목숨을
버리려고 작당한단 말인가. 가만. 저 남자 이름이 J. 카일로랬나? 혼혈이랬지. 역시 혼혈이라 확실히
외모가 틀리긴 틀리군. 체형이며 얼굴이며. 돈도 많겠거니 영국으로 돌아가서 치료시킬 예정이라고도 하던데…
흥- 의사는 콧방귀를 뀌다 호출기에서 들려오는 신호음에 액정을 보더니 허겁지겁 다른 병동으로 뛰어갔다.
병실 안.
남자는 여자를 다독였다. 여자의 입술이 미약하게 떨리며 반응했다. 눈은 뭔가 불안한지 한곳을 보지 않고 이곳저곳 움직였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더 꼭 껴안아 주었다. 의사는 여자를 붙들고 대성통곡이라도 할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남자는 웃고 있었다. 아주 행복한듯, 해맑게 웃고 있었다.
비가 그쳤다.
비 온 뒤의 햇살은 유난히 눈부셨다.
END
**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후일담은 작가말을 따로 낼까 하다가 여기에 내는게 더 깔끔하지 않나 싶어 여기에 끄적입니다.
1. 서승민이란 이름이 너무 흔하다. 싶죠? 원래 이게 남자주인공의 이름은 아니었는데 어찌하다 문득 떠오른 이름이
바로 서승민입니다. 연상연하 소재도 원래 제가 좋아하는것도 있지만 나이차가 있는게 더 아슬아슬한 관계형성(...)
이 되지 않을까 싶어 구상해 보았구요.
2. 그리고,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제 닉네임 브로콜린은 원래 브로콜리에서 따왔답니다.
저는 초록색 야채 브로콜리를 떠올리며 적었는데 나중에서야 안 사실. 브로콜리로 닉네임을 설정한게 아니라 브로콜린이었다
는(...) 바꾸기에는 이미 몇편이나 올린 상태라 늦었다는(...)
3. 경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안타깝죠. 조연일뿐이었습니다. 스아실, 경호를 처음부터 넣으려고 했는데
끼워넣을 타이밍이 마땅치 않더군요. 결국에 마구잡이로 끼워넣어 억지성이 없지 않지만 경호란 캐릭터를 흠모(...)해주셔서 감사.
4. 첫회부터 결심하고 달려온 목표는 오로지 완결이었습니다. 잠수를 타더라도 저는 제 본분을 잊지 않고
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다시 인소닷을 찾아왔습니다. 딱히 슬럼프라기보다는 사는게 바빠(!) 개미지옥을
한동안 멀리하며 과제며 졸작이며 파묻히며 살다가도 완결이라는 목표아래에 또 다시 돌아온 저를 어여삐
여겨 주세요. 꾸준히 댓글 달아준 분들 모두 감사하고 조횟수 하나 올려주신 분들도 감사하고 그러다가
개미지옥이 다시 떠올라서 첫회부터 다시 보신 분들도 감사하고 눈팅만 하시는 우리 독자님들(...)도 감...감사
했습니다. 어쨋든간에 댓글하나에 웃고 정신팔던 그 시절들(!)은 당분간 안녕이군요.
어설프게 반항하다 최후에 정말로 개미지옥에 폭 빠져버린 여자주인공 나연과
한 여자에게 허우적거리다 결국 싸이코 머저리 미친놈으로 전락해버린 불쌍한 남자주인공 승민과
넓은 아량으로 남자 주인공 승민의 집착마저 감싸주고 저에게 댓글이라는 소소한 기쁨을 선사해주신 여러분께
모두 잊지 않을꺼에요-
마지막으로 혹시나 소설 속 궁금하신 장면이나 완결내용이 이해가 안가시는 분은 (그, 그럴분이 있으면 쿨럭) 댓글 남겨주세요
친절히(퍽)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소재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 2008년 끝자락에서 브로콜린이었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 끝이예요?
끝도없이 달려왔는데 아쉽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왠지 이후 내용도 살짝보고싶다는... 어린정신에 나연을 승민이 또 어떻게 다루는지...ㅎ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0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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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도 역시 최고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