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을 보십시오. 좌측이 수술 전에 모습이고 우측이 지금의 모습입니다.
얼만큼 지방질을 떼어 냈는 지를 아실 것입니다"
현철과 현건은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수술 전에는 상반신이 도라무통 같았는데 지금은 허리와 겨드랑이 까지가 삼각형의
빗변처럼 경사져 있다.
"몸무게가 25킬로그램이 줄어들었습니다. 앞으로 식사를 절제하시고 음식도 가려드시면
이렇게 까지는 살이 찌지는 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원장은 챠트를 접으면서 말한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요. 꿰멘 흉터는 정말 생기지 않을까요?"
현철은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 아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컴퓨터로 수를 놓듯 봉합을 했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그리고 여지껏 부작용이 생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녜, 그렇군요. 다음에 살이 또 찔때는 그때도 지방 제거를 할 수 있을까요?"
" 마음을 푹 놓으십시오. 여성 분들 돼지 다리같은 살도 깨끗이 지방 제거를
하고 있으며 스타킹 신으면 감쪽 같지요. 그 분들도 또 살이 오르면 두 번 세 번
지방질 제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 원장님 말씀 듣고 안심했습니다."
" 지금 거리을 활보하고 다니는 여성들을 한번 자세히 보십시오. 몸 상태는 날씬한 타입이
아닌데도 허리와 다리가 날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날씬한 것과 늘씬한 것과는 다르죠."
현철과 현건은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서서 근처 커피숖에 들어간다.
" 고생 많았다."
" 휴, 이제야 살 것 같군. "
" 날아갈 것 같지않냐? "
" 그럼 근으로 따지면 몇 근인데..."
당연하다는 듯이 현철은 말한다.
" 수술하는데 어떻든? "
현건은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묻는다.
" 말도 마, 수술대 위에 누워서 간호원들과 원장이 나를 빙 둘러서 돼지 만지듯 다룰 것을 생각하니 마치 정육점 주인이 고기를 썩썩 쓰는 생각을 들어서 나도 모르게 소름이 오싹 돋는 것 있지."
"그랬구나."
" 더군다나 수술을 막 하려다가 의사가 간호원에게 마취를 다시 시키라는 거야."
" 마취를 다시?"
" 그렇다니까."
6
" 아니, 왜? "
" 소름이 돋는 것을 보니 마취가 덜 됐다는 거지. 그 때까지는 의식이 또렸했는데 간호원이
마취 주사를 놓자마자 그 후부터는 의식을 잃어버렸어."
" 너가 너무 긴장을 하니 마취가 말을 듣지 않았나부다."
" 응, 그랬나봐."
" 자식아, 그러니까 이제 고기를 조금씩만 먹고 식생활 개선을 해봐. 뭐냐 생돈을 이천만원
날리고 몸은 몸대로 골고 어디가 다쳐서 치료비라면 할 수 없다지만..."
" 근데 형, 음식점에만 가면 고기냄새에 환장을 하겠다니까. 남들은 술 담배를 끊을 수 있다
지만 나는 고기만큼은 못 끊을 것 같아."
" 다 어머니 때문이야. 어려서부터 걷어 먹이느냐고 그냥 쉬지않고 계속 고기만 먹게하니
이런 결과가 생기는 거야."
" 형, 이십일을 병원 침대에서 있으면서 꽃등심 생각이 얼마나 나는 지 말도 못해. 우리 한국관 가서 모처럼 포식 한 번 하자, 응?"
현건이가 망설이니까 현철이가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가더니 계산을 마친다.
할 수없이 따라 나서는 현진.
두사람이 한국관에 들어서자 지배인이 정중하게 인사하며 인사말을 건넨다.
" 어서오십시오. 사장님, 왜 한동안 안오셨습니까? 혹시 저희 집 고기가 맛이 없어서
안오신 거는 아니겠지요?"
" 아, 일이 좀 있어서 못왔습니다. 한 두근 주요."
" 녜, 알겠습니다. 사장님 얼굴이 조금은 안돼보이시는데요."
" 고기를 못 먹어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정색을 하고 말하는 현철을 보면서 지배인은 직원에게 꽃등심 두근을 많이 드리라고
주문을 하고 있다.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던 현진은 보다못해 말한다.
" 야! 체하겠다. 안 빼앗아 먹을테니 좀 천천히 먹어라."
현철이가 게걸스럽게 먹어대니까 현건은 먹다 말고 저분을 놓고 있다.
" 형, 왜 안먹어?"
" 너나 많이 먹어라. 나는 먹을 만큼 먹었어."
" 병원에서 창밖을 내려다 보면서 아! 형은 지금쯤 백세주와 함께 꽃등심을 먹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하루하루 견디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마 형은 모를거야."
현철은 말하면서 술을 잔에 가득따라 들이키고는 안주를 집어 입에 넣기 바쁘다.
" 날짜를 잡아야 되는데 언제가 좋을까? "
" 응, 엄마는 뭐래? "
" 너 퇴원하면 바로 잡는다고 하시더라. "
" 응, 그런데 형은 선을 볼 때 어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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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선 볼 때 ? "
" 응. "
" 그냥 담담했지."
" 너두 마음을 담담하게 먹고 맘에 안들면 또 보고 또 본다고 생각하면 돼."
" 그러면 될까?"
현철은 걱정되는 듯이 말하고는 소주를 들이킨다.
" 그래야지 선이라는 것은 이 여자와 꼭 결혼을 해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으면 그건 선이
아니야. 서로 양가가 인사를 하고 당사자가 마음에 드는가 하고 단지 차 한 잔 하는
그런 자리라고 반드시 생각해야 해."
현건은 확실하게 인식을 시켜 주려고 또렷이 말하고 있다.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나 나건만 둘이서는 마치 친구처럼 보이는 것은 현건이가 붙임성이
있어 누구에게나 호감이 가는 타입으로, 수려하게 생겨 미남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데 현철은 동물처럼 거칠게 생겨 보는 이로 하여금 선뜻 말을 걸기가 어려운
타입으로 서로 대조가 되었다.
또한 말도 현건은 조그맣게 속삭이듯이 말하지만 현철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래서 현건은 걱정이 되서 그렇게 말 한 것이다.
" 여자 측에서도 그러겠지."
"그럼 그건 일종에 룰이야 , 게임이 법칙 같을 것 말이야"
" 상대가 싫다고 하면 미련없이 두손을 툭! 툭! 털고 일어나듯이 깨끗이 잊어버려야 하는게
바로 선이거든."
"그럼 어떻허지? 나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는 잊을 수가 없는데..."
" 안돼, 무조건 잊어야 하는거야. 세상에는 여자가 쎄고쎈게 여자이고 남자인거야."
"불가능 한거야?"
"꼭 그렇다고는 말 할 수는 없지만 딸이 싫어도 부모가 설득을 해서 결혼을 할 수는 있겠
지만 그러면 어쩌면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겠지."
현철은 듣고만 있다,
" 사람이 살아오면서 교육과 개성 취미 드이 어우러져야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더 나아가서는 사랑도 속삭일 수가 있는 것인데 그것을 억지로 하루하침에 변화게 할 수는 없는거야
따라서 대화를 나눈 후 데이트를 하면서 그런한 공감대가 형성이 될 수가 판단되면 돌아서는 거야.
인연이 없다는 뜻으로 받이들이고 다를 여자를 찿아야 해."
현건이 말하자 멍하니 고기를 먹다말고 창 밖을 쳐다보는 현철.
한숨을 쉬자 그 심정을 알 수 있다는 듯이 술을 한 잔 따라주는 현건.
8
.. 현철은 잠시 생각하더니 저분을 들어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면서 말한다
" 형, 그녀를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
" 어떻게, 더군다나 그녀는 명문대 불문학과 졸업생이고 아마 지금 쯤 여기저기에서
어서오십시오 하는 모양이던데 이번 선도 마지못해서 보는 것 일거다."
" 마지못해서?"
" 누나얘기를 들으면 그녀 엄마가 명령하듯이 하여서 선을 보는 것이라고 하던데."
" 엄마 말은 잘 듣는가보군."
현철은 귀기 솔깃해서 현건을 보며 말한다.
" 그렇수밖에, 어려서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갖은 고생 다하면서 대학까지 뒷바라지
했는데 딸이 보기에도 엄마가 불쌍해서 잘 들을 수 밖에..."
현철은 눈을 빛내면서 얼른 말을 받는다.
"형, 선을 하얏트 호텔에서 보면 어떨까?"
" 하얏트에서?"
" 그래, 커피숖에서 내려다 보면 강남이 훤히 보이거던. 우리가 강남에 땅이 있다는 것을
은근히 나타내서 일단 기선을 잡아가는 거야,"
" 맞아! 그러면 전문대 나온 핸디캡도 보완이 될 것이고 이번 기회에 차도 외제차로
뽑는 것도 좋겠다.
어머니가 반대하시겠지만 내가 옆에서 거들게. 외제차와 국산차가 가격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고 수명도 길고 그녀가 외국어를 전공했기에 필요하다고 설득을 해볼께."
" 세금도 많이 내지 않는다고 해야해!"
" 알았어."
" 그런데 어떤 차를 뽑을까?"
" 글쎄, 그여자가 선호하는 차와 색을 맞춰야 할텐데..."
" 사진을 보면 베이지 색 코트를 입었고 검정색 구두를 신었으니 차 색깔도 둘 중에서
하나로 정하는 것이 어떨까?"
" 그럴까?"
" 요즈음 여자들은 튀는 색을 선호하다던데..."
" 푸조나 르노는 차가 작아서 무게가 떨어지고, 벤츠는 엄마가 반대하실 것이고 도요타는
유럽과는 거리가 멀고 사브가 어떨까?"
" 볼보도 괜찮다고 하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
" 형, 싼건 안돼, 가급적이면 부티나는 걸로 사야해."
현철은 강조하듯이 말한다.
" 그래, 조금 시간이 있으니 생각해보자.
현철은 일어나면서 옆구리를 손바닥을로 눌러본다.
그러자 현건이는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려니까 자기가 하겠다고 우겨 결국 자기가 낸다.
운전하는 형을 보면서 현철은 자기에게 형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새삼 느꼈다.
9
고여사는 시계를 보면서 선경이에게 서둘르라고 재촉한다.
선경이가 들어오자 고여사는 한복 치마를 거울에 비춰보면서 묻는다.
" 선경아! 뒤에 어떠니?"
" 아휴, 엄마는. 대강대강 입고 나가면 되지 뭘 그렇게 꼼꼼하게 살피려고 해."
선경은 못마땅해서 말한다.
"얘는. 일생을 좌우하는 일인데 아무렇게나 입고 가라니."
문 밖에서 이웃 영남이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고여사님, 다 되셨어요?"
"예, 지금 나가요."
고여사는 대답을 하면서 문을 열고 나선다.
선경이도 뒤따라 나온다,
영남이 엄마는 고여사의 차림을 보고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한다.
" 어쩜,곱기도 해라. 한복이 너무도 잘 어울려요."
선경에게는 눈인사를 하고 "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선경이도 같이 인사를 했지만, 이웃에 살면서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하기는 처음이다.
고여사는 중매장이가 탄성을 발하니 기분이 흐뭇하다.
집 앞에 콜 택시가 와서 대기하고 있다.
고여사와 선경이가 뒷좌석에 앉고 영남이 엄마가 앞 좌석에 앉아 있다
선경은 자기가 앞 좌석에 앉겠다고 했으나 영남이 엄마가 우겨서 할 수없이 뒷좌석에
앉았고 택시는 고려 대학교를 지나서 종로를 지나고 있었으며 그 사이 영남이 엄마는 어쩜 이렇게 자식을 잘 키우셨냐고 칭찬을 늘어 놓는다.
고여사는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좋다.
자식들이 시집 장가들 가서 행복하게 잘 살아 준다면 엄마로서는 더 이상 바랄게 없는 것
이라고 늘 벽에 걸린 남편과의 결혼사진을 보면서 그 긴 세월을 홀로이 고독을 이겨
냈던 것이다.
이제 남 부럽지 않은 집에서 청혼이 왔으니 고여사는 선경이가 대견하기만 한 것이다.
종로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벼 있었다.
" 서울에는 참 사람들이 많죠?"
영남이 엄마는 창 밖을 보면서 말한다.
선경이도 따라서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다 본다.
" 집안에서 있을 때는 몰랐는데 시내에 나오니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때로는 정말 신기하다 싶을 때가 있어요."
" 점점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세상이 왔어요. 대학을 나와도 취직을 보장하지 못하니
부모들은 빚을 내다가 공부시키고도 자식들이 할 일없이 방바닥을 차지하고 누워
있으니 속이 좀 타들어 가겠수?"
고여사는 말을 하고 선경이 눈치를 살피고 있다.
10
고여사가 집을 나설 즈음 현철은 새로 뽑은 BMW 5 시리즈를 집 앞에 세워놓고 엄마가
나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노인네라서 외제 차를 산다니까 펄쩍 뛰시는 것 이었다.
밭에서 배추 농사를 지으시던 터라 지금도 음식 찌거기 하나 남기지 말라고 며느리에게
늘 잔소리를 하는데 형이 설득을 시키느냐고 그저께서야 차가 나왔던 것이다.
형이 엄마를 모시고 나오자 현철은 뒷문을 열고 타시게끔 팔을 잡아 드린다.
" 엄마, 새로 산 차가 어때요? 처음 봤죠? "
현철이 말하자 김여사는 주먹을 쥐고는 현철이 머리를 때리려는 시늉을 한다.
" 이놈아! 아버지 살아계셨으면 궁물도 없어."
김여사는 자식이 장가라도 들으러 가는 듯이 기분이 좋아서 말한다.
현건이는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영남이 엄마와 친구인 형수는 앞 좌석에 앉았다.
서초동을 출발하는 차는 곧 강남대로를 들어서고 있었고 한남대교를 지나면서 남산을
끼고 하얏트 호텔에 들어선다.
곧 벨맨이 다가와 정중히 인사를 하고 키를 받아 들고는 파킹시키러 몰고 간다.
현철은 형과 함께 커피숖으로 가서 강남 땅이 잘 보이는 자리로 안내를 한다.
하얏트 호텔에서 바라보는 강남의 경치는 정말 일품이고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의 물결은
햇빛을 받아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고 성냥갑만한 크기의 차들이 다리위로 기어가듯이
움직이고 있다.
현철은 그러한 모양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순간 생각이 스쳐 지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깜짝 놀란 엄마는 걱정이 되어 묻는다.
" 왜 그러니? 어디 아프기라두 한게냐?
" 아녜요, 형 ! 이따가 일어설 즈음 차를 정문 앞에다 대기해놔줘."
동생의 뜻을 알아차린 현건은 고개를 끄덕인다,
" 도대체 무슨 일이냐?"
김여사는 영문을 몰라 걱정이 되어 묻는다.
" 아무것도 아녜요. 그냥 형하고 나하고 얘기하는 거예요."
"원, 녀석들도. 이 애미를 앞에두고..."
"에이,엄마는...차를 있다가 정문에 형보고 대기하라는 거예요."
" 난또 뭐라고."
선경을 태운 택시는 시청을 지나 곧바로 남산 순환도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남산 도서관을 지날 때 선경은 입시공부 할 때가 생각났다.
독일 대사관을 스쳐 지날 때는 독문학과를 갈 까 하고 망설이던 추억을 떠올리는
사이 택시는 어느새 하얏트 호텔 정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베이지 색 BMW가 주차장으로 가는 것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