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를 마시며
임 애 월
작은 유리병 안에 웅크린 채 박제된
맨드라미, 도화, 생강나무 꽃
뜨거운 물에 몇 송이 띄웠더니
사르르 풀어지며 깨어나
서둘러 제 모양새 가다듬는다
열매도 씨앗도 없이
화려한 꽃으로 한 생(生)을 마감한
처절한 마지막 향기가
혀끝을 잠시 자극하더니
서편 하늘 노을처럼
목 안의 어둠 속으로 이내 사그라진다
몸 안의 세포들 하나 둘 깨어난다
대신 꽃 피워 줄 그 무엇이
내게 남아 있을까
붉고 여리고 노랗던 그 향기 따라
이른 봄 뜰 안을 괜스레 서성이면
들린다, 침묵의 가지마다
봄꽃들 물 오르는 소리
- 월간 <See> 2021년 5월호
첫댓글 임애월 선생님의 향기로운 차향이 그리워서 자주들러야 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