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이웃 가이아나 ‘유전지대’ 합병 투표 강행
가이아나 영토의 3분의2 차지
베네수엘라, 영유권 주장 충돌
“95% 찬성”… 국제 효력은 없어
2013년부터 집권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천연자원이 풍부한 이웃 나라 가이아나의 일부 영토를 자국에 편입시키기 위한 국민투표를 3일 실시했다. 이 투표는 국제법상 효력이 없다. 그런데도 집권 내내 권위주의 통치로 비판받아 온 마두로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3선 도전을 앞두고 정부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투표를 강행했다.
마두로 정권은 이날 가이아나 영토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에세키보강 서쪽의 약 16만km²를 일컫는 ‘과야나에세키바(베네수엘라식 명칭은 에세키보)’의 합병에 찬성하는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의 한 투표장에서 “헌법적, 평화적, 민주적 수단을 통해 빼앗긴 영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투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국가선거관리위원장은 “(전체 인구 2883만 명 중) 1000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95.4%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투표수, 투표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나라는 19세기부터 금, 다이아몬드 등이 풍부한 이 지역의 영유권을 두고 충돌했다. 1899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전신인 중재재판소는 가이아나 땅이라고 판정했지만 베네수엘라는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15년 이 일대에서 다국적 거대 석유 기업 엑손모빌이 대형 유전을 발견한 후 마두로 정권의 관심이 더 커졌다.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3일 “국경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감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불안에 떠는 국민을 진정시켰다.
일각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가이아나와의 전쟁을 빌미로 국가비상사태 등을 선포해 내년 대선을 치르지 않거나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부의 적’으로 시선을 돌린 후 집권 연장을 꾀하려고 일부러 타국과의 분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