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들었지? 이제 그만하고 쉬어. "
밴드의 멤버 중 한사람으로 보이는
예쁜 언니가 빙긋 웃으며 향긋한 코코아를
들고 다가왔다.
지금 시간은 9시반.
영업시간이 끝날때까지 가득 차있던
손님때문에 힘들어서 온몸이 부서질 듯 했다.
카페는 밴드 멤버와 우리만 남아 고요했고
우린 테이블 한군데를 차지하고 쓰러지듯
쇼파에 무너져 앉았다.
" 꼬마 아가씨들이 쓰러져 버렸구만.. 하하 "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오빠가
눈꼬리가 쳐지게 웃으며
손에는 맥주한병을 들고
우리 앞쪽에 털썩 앉았다.
마치 편한 옆집 오빠같은 느낌에 오빠.
저절로 포근한 미소가 나오는 사람이었다.
" 또 술먹어? 그만 좀 먹어!
속에서 욕하겠다! "
예쁜 언니가 잔소리를 해대자
오빠는 기다렸다는듯이 맞받아쳤다.
" 이건 음료수지 술이 아니야.
그리고 내속이 나한테 욕하지 너한테 욕해?
왜이렇게 내 마누라마냥 앵앵되는 거냐? "
" 마누라? 지랄을해라 "
예쁜 입에서 흘러나오는 저 잔혹한 육두문자..
소리와 나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적응안되는 분위기란...
" 나만 빠졌네? 너희는 또 싸우냐?
그만좀 싸워라, 이 그지새끼들아 "
세진이오빠조차 주방에서 나와
그 귀여운 얼굴로 '그지새끼들아' 를 남발하며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있다간 나까지 물들어버리겠어...
내가 이사람들을 물들이는 건가?
" 자, 이제 다 모였으니까 소개부터 하자 "
내 정체성에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때
세진오빠가 미팅에 나온 사회자인냥
테이블 앞에 나가서 큰소리로 외쳤다.
" 저기 무섭게 생긴 저 언니는 조다인이라고 해
베이스를 맡고있지."
세인오빠말에 무섭게 인상을 팍 찡그리는
다인언니.
이언니는 정말 무서운 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기 저 변태처럼 생긴 아저씨는 김도형이라고 한단다.
이놈도 베이스 쳐. "
" 누가 변태야 이자식아!!! "
" 둘다 21살이니까 언니나 오빠라고 불러.
뭐 정신연령은 둘다 너보다 어리겠지만... "
세진오빠는 도형오빠의 울분을 무시한채
우리에게 예쁜 미소를 날려보냈고
다인언니와 도형오빠는 극도로 흥분해 방방뛰었다.
" 정신연령이 어리긴 뭐가어려!!!
내가 너보다 10살은 많겠다.!!!!!! "
" 너 주둥아리를 꼬매서 한강에 던져버리기전에
닥쳐라!!!!! "
하지만 세진오빠는 웃음을 잃지않고
우리에게 말했다.
" 냅둬, 원래 짐승같은 것들이야. "
" 우어!!!!!!!
안세진 너!!!!!!!!! "
어떻게든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세진오빠에게 생각나는 것을 물었다.
" 세진오빠는 나이가 몇살이에요? "
" 나는 20살 "
" 다인언니랑 도형오빠랑 1살 적은데
야야 거려요? "
" 괜찮아, 외계인들이라 내말 못알아듣거든. "
다인언니와 도형오빠의 울화만 더 치밀게
할 뿐이었다.
오빠와 언니가 흥분을 가라앉히자
우리의 스마일맨 세진오빠가 다시 싱긋 웃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 그리고 저기 처음보는 녀석은 김수인이라고해.
앞으로 우리 멤버가 될 애지. "
" 어디? 둘중에 어떤애? "
세진오빠는 소리를 가르키며 말했다.
" 저 이쁜애 말고, 그 옆에있는 애. "
저 그지같은 자식이 뭐라는 거야!!!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
소리는 나보다 이쁘단 말에 좋아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좋아하긴,기집애..
다 빈말이야 임마!!!!
" 쳇! 멤버라뇨? "
세진오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방긋방긋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 말 안했던가? 너 우리 밴드에 멤버되기로한거 "
" 풉 "
입안에 있던 코코아를 다시 컵속으로
뿜어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짓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 돈벌게 해준다는게 그거였어요? "
" 응! 너 피아노 칠 줄 알다며 "
" 그래도 전 밴드같은데서 연주할 정도로
잘하진 않는데.... "
세진오빠는 걱정하지 말란듯이 웃어보이며
말했다.
" 사실 우리도 밴드라고 부를정도는 아니야.
악기도 그렇고 연주하는 사람도 전문가가 아니니까.
여기모인 사람 모두 취미생활 겸 조그만 돈벌이로
이 밴드 하는 거거든.
보컬이 두명 필요한테 아직도 못구했고.. "
" 그치만,,,
피아노를 안친지도 꽤 됬고 ...
또..... 시간도 많이 없고.. "
사실은 당장이라도 ok하고 싶지만
왠지 폐를 끼칠것만 같아서
자꾸 시간만 끌고 있었다.
" 학원다니니?
시간이 많이 없어? "
" 아니요.. 밴드하면 늦게까지 해야되는거 아니에요? "
세진오빠는 안심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 그건 걱정마, 우리는 1주일에 세번만
공연하거든.
한번 공연할때마다 3~4곡씩 부르니까
1시간 정도밖에 소비안해.
연습은 각자 충분히하고 1주일에 한번만
모임가져서 맞춰보는거야
아까 말했다싶이 우리도 이게 직업이 아니기때문에
여기에 시간을 다 쏟아부울수는 없거든 "
친절히 말해주는 오빠 덕분에 나는
왠지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 말에 내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 한번 공연할때마다 5만원이야.
이만하면 꽤 짭짤하지? "
짭짤하다마다요..
매우매우 짭니다.. 헤헤헤
" 야 우리 여기서 이럴게 아니고 수인이
연주 한번 들어보자. "
다인언니의 성화에 결국 무대위로 올라가긴 했지만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사실 건반을 쳐본지 1년이 넘었고
많은 사람이 보는데 삑사리라도 나면
이 얼마나 얼굴 팔리는 짓인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반짝거리는
눈빛때문에 더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쌓아져있는 악보중에 아무거나 짚어들고
전자피아노앞에 앉았다.
타이타닉 주제곡인 'My Heart Will Go On' .
비교적 쉬운노래를 골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악보에 그려져있는 첫음을 조용히 눌렀다.
오랜만에 쳐보는 피아노 건반의 느낌..
마음이 편안해졌다.
걱정과 달리 손가락은 잘 움직여줬고
예쁜 피아노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져갔다.
마치 내가 타이타닉 속에 예쁜 여주인공이
되있는것 같은 착각..
다행히 내 손가락은 연주가 끝날때까지
삑사리한번 안내줬고 마지막을 알리는 끝음이 울리자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조용히 박수를 쳐줬다.
" 이야!!! 김수인 너 피아노를 이렇게 잘쳤어?
이 언니는 깜빡 몰랐다 야!! "
오랜 친구였지만 내 연주를 처음듣는 것은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하긴.. 그런거 들려줄수있는 기회도 없었지만...
" 하하하.. 괜찮았어요? "
" 그럼! 최고였어!!! "
도형오빠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추켜세워주자 왠지 으쓱해지는 기분.
내가 최고가 되는건 처음인듯 하다.
어디서든 최고가 아닌 최악에 서있던 나였으니까...
" 에휴.... 이제 보컬만 구하면 되는데...
노래잘하는 것들은 다들 주둥아리 틀어막고
쥐구멍에라도 쳐박혔나... "
땅이 꺼져라 한숨을 셔대며 약간은 험악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다인언니.
그때 소리가 부끄러운듯 조용히 말했다.
" 저기요.. 그 보컬... 제가 하면 안될까요? "
순간 중학교때 가창시험이 떠올랐다.
음이 낮은 노래도 부끄러운지 노래를 못하는건지
목소리도 재대로 못내서 기본점수도 못받고
혼나기만한 소리.
그때부터 소리는 노래를 정말 못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소리가 보컬을 하겠다니
걱정이 앞섰다.
" 니가? "
다인이 언니도 못미더운지 얼굴이 빨개진
소리를 아래위로 훑어본다.
" 한번 올라가서 불러봐 "
다인이 언니는 구석에 쳐박혀있는
노래방기계의 숫자버튼을 아무거나 누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 이거 잘 부르면 한번에 통과시켜줄께. "
언니가 신청한 곡은 러브홀릭의 '인형의 꿈' 이었다.
흠.... 잘 부를 수 있으려나..
마이크를 두손으로 꼭 잡고 긴장한듯 보이는
소리가 매우 걱정이 되는 바이다..
드이어 반주가 다 끝나고 소리는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텐데.
처음엔 그대로 좋았죠. 그저 볼 수만 있다면.
하지만 끝없는 기다림에 이제 난 지쳐가나 봐. "
약간 떨리는듯 하다가 너무나 예쁜 목소리로 바뀌는
이안이.
높은부분에서도 전혀 힘든 기색없이
한없이 올라갈것 같은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소리.
소리가 이렇게 노래를 잘했구나...
" 한 걸음 위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대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나를 바라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텐데........
영원히 널 지킬 텐데....... "
짝짝짝......
모두들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다.
쳇.. 내가 피아노 칠때는 그냥 앉아서
치더니. 흥!!!!
" 와.. 정말 마음에 든다.
통과!!! "
소리가 정말 마음에 드는지 어깨동무까지
하며 반가움을 마음껏 표시하는
다인언니.
" 감사합니다! "
기쁜듯 미소짓는 소리.
연습하면서 외롭지는 않겠구만...
왠지 너무너무 행복한 기분이 든다.
이 행복함이 오랫동안 깨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전 지금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미운오리새끼※[6]
행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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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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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ㅋ재밌네열'ㅡ'♡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