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추진… 공정성도 신뢰성도 보이질 않는다
민주당, 금융회사에 횡재세 도입 법안 발의해
즉흥 정책에 투자 감소 및 기업가치 훼손 우려
포퓰리즘적인 정치 개입, 시장 왜곡 강화할 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50여 명의 의원이 참여해 ‘횡재세(초과이익세)’ 법안을 발의했다. 은행과 증권·보험회사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의 120% 이상의 순이자수익을 내는 경우 이에 대한 40%를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누군가 이익을 부당하게 많이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그런 관계에 있다”며 횡재세 도입을 주장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총선용 포퓰리즘 법안”이라 하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것”이라며 횡재세 법안 발의를 비판했다.
작년 정유사에 이어 다시 금융기관에 대한 횡재세 논의에 불을 붙이는 이유는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4대 금융지주의 연간 당기 순이익이 작년보다 4.3%가 늘어난 16조532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정유사가 사상 최대 수익을 내면서 불붙었던 횡재세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횡재세 논의를 보면서 정부의 존재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정부 정책은 공정하고, 투명하고, 예측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경제 양극화도 이익을 본 계층의 소득을 감소시키면 개선될 것이라는 하향평준화 시각도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요즘 야당의 횡재세 논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먼저 공정하지 않다. 이익을 보는 것에 대한 추가 대가를 내라는 것은 손해 보는 것에 대한 보상도 보장돼야 하고 모든 기업에 대해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정유사는 작년 최대 이익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 적자였고, 3분기에 간신히 흑자라고 하는데 올해는 지원해야 하는 것인가. 최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나 최근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기업의 이익은 횡재가 아닌가? 반면 정부 정책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한전이나 한국가스공사, 최근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는 금융기관도 정부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막대한 손해를 본 여행업계도 그렇다.
예측 가능하지 않고 신뢰받는 시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처럼 일시적인 경기 변동 때문에 즉흥적인 조세 부담 정책을 시행한다면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 한국은 이미 1인당 소득에서 선진국에 진입해 있으므로 모든 제도도 선진국 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해야 한다. 70%가 넘는 KB금융을 비롯해 하나금융이나 신한금융 또한 60% 전후의 외국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즉 한국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을 높일 수 있다. 이미 지분이 하락하는 징후가 있다는 보도를 볼 때 이러한 즉흥적인 정책의 영향이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외국계 은행에도 동일하게 횡재세를 부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국내 기업을 차별하고 이들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횡재나 초과이익이라는 문제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경제구조에서 나타나는 것은 정치권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너무 강조해 강력한 규제를 하면 경쟁을 저해하고 초과이익이 나타나게 된다. 금융에 대해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적 시각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제대로 경쟁이 이루어지는 구조에서는 장기투자가 아닌 단순히 예대차익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후진적 금융기관 수익 구조가 해소될 수 있다. 제대로 경쟁 환경이 마련되면 초과이익도 나타나기 어렵다. 그리고 정치권 스스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이처럼 즉흥적인 정책으로 민간 수익을 강탈해 사용하려 하지 말고 정부 지출 조정과 정당한 조세수입으로 해야 한다.
물론 금융기관도 정부의 보호 아래 과점적 지위를 가지고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강제적 정책이 아니라도 최근 많이 논의되는 ESG 경영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이바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금융기관들이 서민 이자 감면 캐시백 등 상생금융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경제정책이 즉흥적이거나 포퓰리즘적으로 시행된다면 당장은 달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후세대들과의 상생이 아니라 부담만 남겨주는 우를 범하는 것이 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경제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