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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박형민의 따뜻한 세상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박형민
#서평
#어떻게_민주주의는_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_저 / 어크로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받았던 묘한 느낌은 나만의 느낌일까?
이 책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1), 대니얼 지블랫 Daniel Ziblatt2)은 주로 미국 또는 서구 유럽에서 어떠한 과정을 통해 독재자 또는 파시스트, 전체주의자가 등장하게 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정치 상황을 매우 정확하고 날카롭게 꽤 뚫어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은 뭘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3)"에 대한 거부권4)을 행사할 태세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과거에 비춰 전례가 없다. 지난 5월 ′양곡관리법5)′에 이어, ′간호법6)′까지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그동안 대통령의 법률 거부권은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 43회 박정희 대통령이 7회, 노태우 대통령이 7회, 노무현 대통령이 6회, 이명박 대통령이 1회 박근혜 대통령이 2회를 사용했다.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2회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취임일로부터 매우 이른 시기이며, 정당 간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안이라기보다는 민생개혁법안이라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더더구나 양곡법과 간호법의 거부권 행사 시기가 행안부장관이 이태원 참사로 탄핵되어 공백상태이며, 노동부장관은 69시간 근로제, 교육부장관은 만 5세 취학 등 정책 혼선을 빚고 있고 더더구나 보수적 정책기조를 유지했던 정권의 입장은 일찌감치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이 좌초시킴에 따라 국민적 저항감이 커지는 시기였다는 점에서 이해되지 않는다.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한 결과에 대한 거부권이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거부권 행사 후 정권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추락한 경우가 많아 역대 대통령들은 여론의 추이를 예의 주시했고 매우 신중했다.
2007년 8월 3일, ‘태평양전쟁 전후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주도한 국회는 일본의 사과와 전범기업 재산 몰수 등이 아닌, 대한민국 국가가 나서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나서겠다는 법률안을 제출했고 이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5.3% 포인트 상승한 32.1%로 반등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2007년 8월 12일 한국갤럽)
그러나 대부분 추락한 사례가 더 많아 이념과 역사 논쟁 등에 관한 거부권을 행사한 적은 있으나 앞서 열거한 노란봉투법, 간호법, 양곡법 등 민생현안과 관련된 거부권 행사는 매우 이례적이며 드문 사례다.
이와 같은 행태를 단순히 정치적 관점의 차이라고 차치하기에는 국민들이 맞닥뜨리는 삶의 영향이 너무나 크다. 2014년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법원의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에 맞서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한 것에서 유래한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무차별적 가압류와 손해배상에 따른 기본권과 인권침해를 막고 노동권을 보장하고자 함이다.
또한 양곡의 효율적 수급 및 관리, 기금의 설치 등을 통해 국민의 식량자원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양곡법이며, 고령화로 치닫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간호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의사와 간호사의 수평적 분업관계가 이뤄지지 않아 간호사들의 노동권과 지속적인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형편에서 증가하는 제정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만들어진 법이 간호법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정권은 국민 여론은 안중에 없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관은 항상 의문부호가 붙었다. 대선 후보 시절과 당선인 신분 시절에는 틈만 나면 언론과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왔다. 극한 반대를 무릅쓰고 용산 대통령실로 집무실 이전을 강행한 이유 중 하나도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대통령실은 홈페이지에 용산 이전을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실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불통의 정치에 방점을 찍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현재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어 철회되는 등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서문에서 폭력에 따른 민주주의의 죽음을 말한다. 1979년 9월 11일 정오 칠레 산티아고 도심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죽음을 말한다. 도심을 선회하던 영국산 호커 헌터 전투기가 급강하더니 대통령 관저인 모네다 궁전을 폭격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모네다 궁전은 불타고 그 궁전 안에는 3년 전 진보연합의 대표주자로 대통령에 선출된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7)가 궁전 안쪽에 방어벽을 설치하고 있었다. 총사령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군사반란이었다. 아옌데는 믿었다. 곧 수많은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고 대통령궁을 호위하던 군병력과 경찰마저 그를 버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옌데 대통령은 죽었고 칠레의 민주주의도 죽었다.
칠레 민주주의는 총든 군인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독재권력의 등장과 민주주의의 파산 과정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 가나, 그리스, 과테말라,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페루, 태국, 터키 우루과이 등 전 세계에서 발생한 민주주의 죽음 가운데 75%가 쿠데타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쿠데타에 의한 민주주의의 죽음을 경험했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는 또 다른 형태에 따른 죽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그 죽음 또한 매우 극적이며, 매우 치명적이지만 군인이 아닌,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 앞에 무감하다.
저자가 지적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뿐만 아니라 조지아, 헝가리, 니카라과, 페루, 필리핀, 폴란드, 러시아, 스리랑카, 터키,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쿠데타 또는 다른 폭력의 수단이 아닌, 민주적 방식에 따른 합법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전복시킨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붕괴는 폭력 혁명보다는 다름 아닌, 투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저자 레비츠키는 이와 같은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민주주의의 버팀목은 제도가 아니라 ′관용과 절제의 규범′이라고 말하면서, 법이 허용한 권한을 절제 없이 행사하는 게 합법이라 해도 때로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당선이다. 이 또한 저자의 주관적 관점이겠지만 트럼프 당선은 미국 민주주의의 붕괴를 촉진하였다고 주장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대통령 이전에는 부동산 사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TV쇼 진행자, 영화 출연 등으로 미국인들에게 인지도 높은 셀러브리티였으며, 말 그대로 미국 상류층, 그중에서도 여피족 라이프의 전형이었다.
또 미국 역사상 2번째 최고령으로 취임한 대통령이자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부동산을 포함해 가장 보유 재산이 많은 대통령 기록을 보유 중이며 로널드 레이건에 이은 미국 역대 2번째 유명인 출신 대통령이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기소된 전임 대통령이기도 하다.
기밀 유출과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당시 사기 모의, 선거 방해 모의, 투표권 방해 및 사기 등의 혐의 외에도 많은 극우적 발언을 일삼던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 사회 질서와 좌충우돌 갈등을 유발하고 대립각을 세웠다.
정치적 반대파를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적폐로 몰아 경제적 불평등으로 불만이 가득했던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를 사회의 전면으로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하는가 하면, 헌법이 공인한 국민의 기본 권리를 부정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기본인 상호 존중, 관용의 정신은 실종되고 혐오가 극을 이뤘던 ′트럼프의 미국′은 분명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가 실현된 국가가 아니었다.
그와 같은 트럼프의 성향 때문에 많은 정치학자들은 21세기의 민주주의는 결코 파시즘이나 공산주의의 공격 또는 군부통치 같은 노골적인 폭력으로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의 손으로 무너지고 있다면서 그 같은 매우 중요한 사례로써 트럼프를 꼽았다.
미국 사회에서 이런 후보가 등장하게 된 까닭으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당이 민주주의의 문지기로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정당은 사전에 반민주적이거나 잠재적 독재 성향의 후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이들의 막말에 선동된 대중적 인기와 타협해 권력 장악을 허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던 장재원 국회의원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당선 이후 왼팔, 오른팔이 되어 극우적 선동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의 라는 제도가 완벽한 제도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권을 잡은 이후, 정당이 절대 권력자에 휘둘리고 구성원들은 지도자에 의해 소외되는 토사구팽의 대상이 되는 사례는 국민의 힘 이준석이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권력을 잡은 지도자는 경쟁자를 타협과 화해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배제하고 심지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며, 민주주의의 제도적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기구들을 무력화시켜 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인물이 어떻게 정당의 주요 인물로, 현실 정치영역에서의 중심으로 부상하는가에 대하여 트럼프 사례를 살펴보자.
기업인으로서의 행보가 전부였던 트럼프는 연방 상하원 의원과 정부 공직은 물론이고, 주지사나 지방 의회 의원과 같이 자치 단체 경력도 없어 정치 경력은 전무했다. 물론 정계진출은 1980년대부터 했던 것을 보인다. 트럼프의 독특함은 2000년대 즈음, 민주당에 기웃거리면서 의료보험 개혁을 찬성하고, 유색인종에게 호의적인 입장과 낙태로 인하여 처벌을 반대하는 등 지금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색적인 정치행보를 보이다가, 2008년 대선에서는 매케인John Sidney McCain III8)을 지지했다.
경제적으로도 감세와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점에서는 리버테리언libertarian9)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나, 보호무역과 관세를 통해 자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통제하려는 모습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면모를 찾을 수 있다. 즉 트럼프의 성향은 그 스스로의 표현처럼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하다. 이것이 기득권에게는 혼란을 주었고 지지층에게는 주류 정치와 타협하지 않는, 현재 미국의 문제점을 정확히 직시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이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기성 정치인들에게 피로를 느끼고 있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되었고, 동시에 트럼프는 미국 진보 계열 언론들과 마찰이 심했던지라 '트럼프는 나쁘다'라고 매일 같이 보도하면서 공화당의 그 어떤 후보들보다도 언론 노출이 이루어지면서 역으로 악명도 명성이라는 말처럼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면서 공화당 경선을 1위로 통과하였고 결국 정치인으로 유명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정치 신인에 불과한 트럼프가 당선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대중이 이러한 정치인에게 매료되면 정치는 혼탁해질 수밖에 없고 윤석열, 트럼프 성향의 정치인은 이를 적절히 이용한다. 또한 이와 같은 배경을 통해 당선된 후에는 여론을 살피지 아니하고 정치적 중립 기구인 사법부, 검찰,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 방송 관련 기구 등의 역할을 붕괴시켜서 기능 상실케 하고 이를 비판해야 할 언론과 민간영역에는 달콤한 이권으로 유혹해 매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
진실을 말하면 거짓말쟁이, 가짜 뉴스의 창발자로 몰린다. 즉, 독재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순간 사회의 비상벨이 작동하지 않게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트럼프의 미국과 비민주적인 국가들을 언급하고 있음에도 자꾸만 우리의 정치상황과 오버렙 되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저자는 독재자 또는 파시스트를 감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 P32에는 '전체주의 행동을 가리키는 네 가지 주요 신호'라는 독특한 표가 있다. 이 표에 따르면, 1)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혹은 규범 준수에 대한 의지부족) 2.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3.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4)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저자의 주장대로 전체주의자, 파시스트를 사전에 골라낼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이러한 솎음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정당이라는 문지기 역할을 주문하였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어차피 정당민주주의가 실종될 경우는 무의미한 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잘 설계된 제도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는 사실 ′절제와 관용이라는 규범′이라는 저자에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면 트럼프와 윤석열의 집권과 한국과 미국의 민주주의의 붕괴는 특히 선거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로부터 더 많은 득표를 했음에도 힐러리 Hillary Rodham Clinton10)가 낙선한 것은 독특한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에서 기인한 결과이며, 만약 지난 한국 대선에서 결선투표제11)가 시행되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또한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거나, 지지율보다 의석을 차지하는 한국의 선거제도의 후진성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먼저,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를 살펴보자. 유권자(국민)는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선거제도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예비선거(프라이머리) 또는 당원대회(코커스)를 통해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대의원을 뽑도록 되어 있다.
미국의 50개 주는 인구비례에 따라 선거인단 숫자가 다르다. 후보들은 각 주를 돌며 선거운동을 펼친 뒤 투표 결과에 따라 그 주의 대의원을 할당받는다. 여기에는 1등을 한 사람이 전 대의원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방식(winner-take-all system)’과, 득표한 만큼의 비율대로 나눠 갖는 ‘비례배분 방식(proportional system)’이 있다.
즉,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각 주에서 최다수의 일반투표를 얻은 정당이 해당 주에 배당된 선거인을 모두 차지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인 수가 많이 배당된 주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대통령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전체 선거인 총수 538명 중 과반수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주는 54명인 캘리포니아주이며 가장 적은 주는 각각 3명인 버몬트, 알래스카 및 수도 워싱턴 DC 등이다.
이와 같은 선거제도 탓에 2016년 11월 8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6,132만 표(47.8%)를 얻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보다 약 80만 표 적은 6,054만 표(47.2%)를 받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지난 20대 대선은 참으로 흥미롭다. 1, 2위 간 표차는 24만여 표로 지방선거 단체장 표 차이보다 작았다. 3위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4위 허경영 후보의 표를 합하면, 1,084,839표다.
그런데 만약 앞서 언급한 결선투표제가 실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3위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은 어디로 움직였을까? 100% 이재명 후보가 당선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백만 명의 표심은 사표가 됐다.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은 거대 양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정치가 판치는 우리 헌정사에 유래 없는 ′선거 쿠데타′가 발생했다.
당초 민주당과 정의당의 당론이었던 패스트트랙 원안, 즉 정당득표율의 50%를 반영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에 따른 선거제도를 당시 총선 결과로 계산하였을 경우, 위와 같은 결과가 도출된다.
지금 미래통합당(현 국민의 힘)이 22석, 그 뒤를 18석의 정의당, 13석의 국민의당, 열린당도 10석, 반면 민주당은 겨우 12석을 얻는다. 결과적으로 군소정당인 정의당은 12석을 빼앗긴 셈이다.
그런데 제19대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공통 공약에 따라, 그 이듬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가 치러졌다면 민심의 괴리는 더욱 벌어진다. 40석에 머물렀던 국민의 당은 83석에 이르고, 새누리당(현 국민의 힘)과 민주당은 양당 모두 100석을 간신히 넘기거나 한참을 미치지 못한다.
정의당은 23석을 획득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지지율을 받았음에도 불과 6석에 그쳐, 17석을 도둑맞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지지율 대비, 국회의원 의석 비율로 따져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33.5%, 25.5%에 그치지만, 실제 의석 비율은 40%가 넘는다. 반면 정의당은 7%의 지지율을 받았지만, 의석수는 2%에 불과했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후보를 뽑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지지율만큼 국회의원 의석이 배분되지 못한다. 따라서 기회균등과 결과의 정의가 실종되는 선거제도가 지속되는 한, 민심은 왜곡되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의 모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2023년 1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야 국회의원 121명이 21대 총선의 사표율12)은 43.73%에 달했고 20대 총선과 19대 총선의 경우도 각각 50.32%, 46.44%에 달하며 역대 총선에서 절반에 가까운 민심이 사표화 됐다면서, 양극화 정치를 부추기고, 사표(死票)를 양산하는 소선거구제를 개혁하자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양대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낮고 우리 국민 58.5%가 중·대선거구제보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게 좋다는 의견은 30.0%였다. (2023.01.18~20 KBS 의뢰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 한국리서치)
나의 생각은 그렇다.
저자의 주장처럼 정당 내 민주주의, 정당 내 걸림 판, 문지기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당과 정당, 정당과 국회, 정당과 사회의 연결고리에서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파괴는 ′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2023. 11. 늦가을
※ 각주모음
1)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 정당,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라틴아메리카의 정권 교체 등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 왔다. 쓴 책으로 《경쟁적 권위주의: 냉전 이후의 혼합 체제가 있다. 2003년부터 하버드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교정치학 기초 강의를 가르쳐왔고, 2004년에는 하버드대 우수 강의자에게 수여하는 로슬린 에이브럼슨 상을 수상하였다.
2)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유럽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연구의 독보적인 권위자다. 저서《보수 정당들과 민주주의의 탄생》으로 2017년 미국정치학회가 주는 우드로 윌슨 상, 2018년 미국사회학회가 주는 배링턴 무어 상 등을 수상했다.
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관한 법률안이다. 정의당이 대표발의 하였으며, 쌍용차 사태 노동자에 대한 노란봉투 후원에서 유래했다. 2014년 법원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액 청구 판결을 내린 후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한 데서 유래했다.
4)거부권(拒否權) 또는 재의요구권(再議要求權)은 대한민국 헌법 제53조 제2항에서 정하는 바에 의하여 대한민국 대통령이 갖는 법률안 거부권으로, 총체거부(package veto)와 환부거부(affected veto)의 형태를 띠고 보류거부(pocket veto)는 인정되지 않는다. 거부권은 삼권분립에서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입법부를 견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에 해당한다.
5)양곡을 관리하여 양곡의 수급조절과 적정가격을 유지하고 배급과 소비를 통제함으로써 식량을 확보하고 국민경제의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
6)간호법은 의사・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 인력의 자격과 업무 범위, 처우 개선 등을 담은 법안으로 의료법, 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부터 간호 인력에 관한 내용을 따로 독립시키는 게 골자다. 핵심 쟁점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늘리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간호사들이 혈압 측정 등 의료 행위가 불법인데 노인 인구 증가에 맞춰 범위를 늘리자는 것이다.
7)칠레의 소아과 의사 출신 정치인이다. 1970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36.62% 득표율로 승리하여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초로 민주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 정당(칠레사회당)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저항하다 자살하였다.
8)미국의 군인이자 정치인.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로서 포로 생활을 했고, 이후 정계에 투신하여 오랫동안 미 의회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와 대결했던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자이기도 했다.
9)미국,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나타난 철저한 자유 지상주의자. 사적 소유권과 자유 시장을 옹호하고, 기업 보조금, 누진세 등 정부 최소한으로 억제하며, 낙태ㆍ마약ㆍ동성애와 같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하려고 하는 입장을 취한다.
10)미국의 정치인. 제67대 국무장관, 제42대 대통령 배우자, 201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이다.
11)선거에서 당선조건으로 '일정 이상의 득표율, (흔히 과반수)'을 요구하는 경우에서 아무도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을 시,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2명 만을 대상으로 다시 투표(2차 투표, 결선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의 투표제도로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차 투표의 1위와 2위 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하여 2차 투표의 1위를 당선자로 정한다.
12)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자에게 던져진 표. 낙선으로 인하여 유권자의 의사 표시가 반영되지 못하는 표를 쓸모가 없는 표의 비율
첫댓글 본 내용은 23학년도 '시민운동의 어제와 오늘' 중간고사 대체 리포트로 제출되었던 내용입니다. 또한 본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우려된다라고 기술하였는데, 현재는 노란봉투법은 물론, 며칠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김건희 + 50억 클럽)마저 거부권이 행사 된 상태입니다. 이와 같은 시차는 리포트 작성 시점이 작년 11월 중순이었다는 점을 양해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