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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천리포 수목원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닌 만리포와 천리포를 양쪽에 거느리고 소금밭 척박한 땅을 피땀으로 일구어 펼쳐낸 비경 바다보다 인기 몰이를 하는 천리포수목원 . 해방과 함께 온 통역관 ‘칼 밀러’는 독일계 미국인 해군 중위 한국의 산야에 홀딱 빠져 아예 한국인 ‘민병갈’이 되어 한국인임에 긍지를 지니고 수목원에 올인 한 집념의 사나이.
수목을 친구요, 애인이요, 아내요, 자식처럼 여기며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듬뿍 애정을 쏟은 묵묵히 꿈을 일궈낸 독신주의자. 40년 정성은 헛되지 않아 62만 제곱미터(18만여 평) 정원은 해안을 끼고 국내외 귀한 수목으로 꾸며져 열두 번째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은.
각종 나무 14,000여 종 중에서 목련 400여 종, 동백 380여 종, 호랑가시나무 370여 종 무궁화 250여 종, 단풍나무가 200여 종이나 되는. 그중에도 목련을 사랑하고 호랑가시나무를 끔찍이 아꼈던 ‘칼 밀러(민병갈)’는 사람발길에 나무가 시달린다고 베일 속에 가려졌다가 사후에야 자연스럽게 개방된 수목원.
300년은 내다보아야 한다는 신념의 사나이 ‘민병갈’ 수목을 내 몸처럼 여기며 ‘죽으면 개구리가 되고 싶다’던 무슨 꿍꿍이 속셈일까, 이번엔 동물애호가가 되려는가. 남쪽은 꽃바람 살랑살랑 대는데 오락가락 심술궂은 날씨는 화신의 북상을 가로막아 성급한 흰진달래, 미선나무 안절부절 수선피우는 수선화.
울먹울먹 쏟아질 듯싶은 봄비에 종일토록 우중충 큰 연못 작은 연못가는 훤칠한 낙우송, 메타스퀘이어 우산 꼴 니사나무, 버드나무 사이 개구리울음 들려올 듯. 수선화 잔치 한마당 끝나면 연이어 피는 창포 수련꽃 물위에 둥둥 띄워놓고 언덕너머 밀려드는 해무 나뭇가지에 걸치면 몽롱하니 빠져드는 무아지경.
나무마다 꽃마다 단정한 이름표 이름 따로 실물 따로 겉놀다 이제 비로소 알듯, 처음 들어보는 외국이름 이젠 여기가 너희 땅이려니 진정한 한국수목이 되려무나. 해방도 잠시 냉혹한 6.25겪으며 굶주림에 헐떡거릴 때 잠시 거쳐 가던 외국인이 우리가 못한 일 팔 걷고 나서 평생 일궈낸 수목원, ‘민병갈’ 당신은 진정한 한국인.
작은 벌레에서 지렁이 같은 하찮은 목숨이며 새 한 마리에 애정을 듬뿍 쏟은 친 자연을 실천한 당신은 마음까지도 아름답습니다. 나무사랑 첫걸음은 관심, 이름은 물론 꽃이 언제 피는지 열매는 어떤 모습에 어제보다 키가 자랐는지 관심 속 어린아이처럼 수목사업은 영원한 미완성.
나무는 끊임없이 지켜줄 뿐 주인 노릇하지 말라 씨앗은 열매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다시 싹을 틔우기까지 몇날 며칠이고 기다림의 연속. 어디가 아프고 목마른 것보다는 자연이 겪는 아픔을 외면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감탄할 자격도 없다는 ‘민병갈’은 나무와 함께 한국을 조국처럼 사랑한 한국인.
‘민병갈’의 나무사랑 정신은 천리포수목원과 함께 한국인이란 긍지를 가슴에 담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개구리가 되어 개굴개굴 지켜볼 것이다. 태안반도의 천리포는 천혜의 해수욕장보다도 수목원을 찾아드는 발길로 더 빛이 나며 계절 따라 독특한 얼굴로 다가서 자연 숨결에 심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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