컥컥 ! 이대로 괜찮을까?
코골이 환자 중 35%가 수면무호흡증
꽃이 피고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봄철에 악화되는 질환 중 하나가 코골이입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뻑적지근하고 두통이 느껴진다면 단순한 춘곤증이 아니라 코골이가 주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골이는 숨을 들이쉴 때 공기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이완된 입천장 근육이나 혀, 목젖 등과 부딪쳐 진동을 일으켜 발생하는 소리입니다. 코골이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수면무호흡증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근육이 이완돼 혀뿌리가 목구멍 안쪽의 기도를 막아 일시적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자다가 무호흡 증세가 1시간에 10초 넘게 5회 이상 반복되거나 7시간에 30회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합니다.
일반적으로 비만이거나 목이 짧은 사람, 기도가 좁은 사람이 코를 고는 경향이 있습니다. 30~35세의 경우 남성 20%·여성 5%, 60세 이상의 경우 남성 60%·여성 40%가 코골이 환자에 해당합니다. 코골이 환자 중 35%가 수면무호흡증이 있습니다. 현재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100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코골이는 잠자는 동안 코로 호흡하지 않고 입으로 숨 쉬면서 발생하는 '호흡잡음'입니다. 공기가 좁아진 기도氣道(숨 쉬는 길)를 지나면서 소리가 얼굴 안쪽의 동굴 같은 빈공간(부비강副鼻腔)을 통해 울려 퍼지는 것입니다.
코 고는 소리가 심할 때 소음이 80㏈(데시벨)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운행하는 버스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느끼는 엔진 소리와 맞먹습니다. 코골이로 인해 각방 쓰는 부부가 적지 않습니다.
코골이의 원인은 뭘까?
코골이의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입천장·목젖·인두 주위 근육이 이완돼 호흡할 때 기도를 부분적으로 막아 진동이 생기는 것입니다. 코골이 환자 대부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평소 코를 골지 않는 사람도 수면제나 신경안정제 등의 약을 복용하거나 과음한 경우에는 근육이 이완돼 코를 골게 됩니다.
둘째, 목 안에 호흡 통로를 막는 종물腫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린이 코골이의 주요 원인입닌다. 목젖 양쪽에 있는 구개편도나 뒤쪽에 있는 인두편도(아데노이드)가 비대해져 호흡을 방해해 코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셋째, 코감기나 비염, 축농증(부비동염)등으로 코가 막혔을 때도 코를 골게 됩니다.
넷째, 입천장(연구개軟口蓋)이나 목젖(구개수口蓋垂)이 지나치게 긴 경우에도 코골이를 하게 됩니다.
목둘레가 굵거나 비만이면 수면무호흡증 위험
수면무호흡증은 말 그대로 수면 중에 반복적으로 호흡이 정지하는 증상입니다. 10초 이상 호흡을 하지 않으면 뇌가 위험신호를 보내 다시 숨을 쉬게 됩니다. 이때 호흡을 멈추고 있었던 만큼 거칠게 숨을 들이쉬기 때문에 '컥컥' 소리가 납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본인보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이 혹시 숨을 못 쉬어 죽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비만 남성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살이 찌면 목 주변의 지방이 두꺼워져 수면 중에 근육이 이완됐을 때 지방의 압박으로 기도가 차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인 남성 중 코를 골거나 목둘레가 굵으면(38cm 이상)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마른 체형 여성의 경우에는 태어날 때부터 턱이 작거나, 혀가 크거나, 목구멍이 좁으면 기도가 좁아져서 수면무호흡증이 잘 나타납니다.
방치하면 고혈압·당뇨·뇌졸중, 최악 땐 돌연사
코 고는 사람의 특징은 자리에 눕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코를 골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 고는 사람은 잠결에 자신의 코 고는 소리를 들을 만큼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며 중간중간 숨을쉬려고 자꾸 깹니다.
7~8시간 이상 잠을 잔다고 해도 그중 숙면에 도달한 시간은 극히 짧기 때문에 항상 잠이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코골이 환자는 낮에도 항상 졸리고 머리가 개운치 않습니다. 심한 경우, 자리에 앉기만 해도 졸기도 합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무서운 것은 우리 몸에 산소공급이 잘 안 된다는 점입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증세가 자주 나타나면 산소가 폐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뇌에 산소가 부족해 눈을 떳을 때 두통과 피로를 느낍니다. 또한 낮에는 꾸벅꾸벅 졸아 집중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만성화되면 몸이 산소부족 상태가 지속돼 주간졸림, 손발저림, 발기부전, 고혈압이나 당뇨, 뇌졸중과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수면 중에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합병증으로 돌연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당장 참지 못할 만큼 아픈 증상이 아니기에 소홀히 생각합니다. 배우자나 가족이 코 고는 소리나 수면무호흡증 소리를 녹음해 들려줘 증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서 전문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골이 치료는 수술과 비수술 방법이 있습니다. 내시경검사와 엑스레이, 수면다원검사 등 정밀검사로 코골이의 원인과 정도, 코 고는 부위를 확인해 수술할 것인지, 아니면 비수술이나 보존요법으로 치료할지를 결정합니다. 수면다원검사는 코골이의 정도와 뇌파, 안구운동, 혈압, 자는모습 등을 종합적으오 측정하고 분석하는 검사입니다.
체중 줄이면 수술하지 않고 코골이 고친다
비수술치료 1단계는 체중 조절입니다. 살이 찌면 겉으로 보이지 않는 목 안쪽으로도 지방층이 쌓입니다. 이로 인해 구조적으로 숨길이 좁아지고, 숨을 들이쉴 때 기도가 버티는 힘까지 떨어뜨려 기도를 좁힙니다.
코골이 10명 중 8명은 비만으로, 코골이와 비만은 매우 관련이 높습니다.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은 약 50%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코골이가 심하다면 당장 체중 몇 kg만 빼도 증세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는 코골이가 심하지 않은 사람은 체중만 줄여도 매우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체중을 줄이려면 수영이나 조깅 등의 운동을 매일 1시간씩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식을 줄이고 저녁식사를 적게 먹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잠을 잘 때는 똑바로 누워 자지 말고 옆으로 누워 자면 증세가 완화됩니다. 코골이 환자의 경우 베개도 중요합니다. 물론 베개로 코막힘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목이 일자가 되도록 교정해 기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체중 조절이나 수면체위 교정으로도 코골이가 낫지 않으면, 코골이 마우스피스를 착용하거나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기도에 공기를 넣는 양압치료를 해야 합니다. 코골이 마우스피스는 권투선수의 마우스피스처럼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 기도 공간을 넓히는 원리로 만들었습니다. 환자의 구강에 딱 맞게 제작되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고 일주일 정도 사용하면 익숙해집니다.
코골이 수술은 대부분 인후부咽喉部의 구조물을 절제하거나 성형해 기도를 넓힐 목적으로 시행합니다. 수술 결과는 빠르면 수술 다음 날, 보통 2주 안에 나타납니다.
전문의들은 선천적 원인이 아니라면 코골이는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체중을 줄이고 금연과 금주를 실천하면 코골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글/이병문 leemoon@mk.co.kr 매일경제신문 의료전문기자입니다.
연금지 독자가 궁금해하는 건강정보를 전하는 건강지킴이입니다.
위 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행하는 월간 '공무원연금'지 2018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