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를 것이다.
광화문, 경복궁, 명동, 강남, 홍대, 한강, 남산, 북한산, 맛집 등등...
서울이 워낙 큰 도시이다 보니 서울에 관련된 이미지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서울'하면 떠오르는 모습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모습은 다르게 마련이다.
전국 각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서울역과 함께 이곳만큼 익숙한 얼굴이 또 없을 것이다.
1975년부터 서초구 반포동 지금의 자리에서 영업을 해온 이곳은,
출세의 꿈을 안고 상경한 이들에겐 고된 삶 자체를 상징하는 모습과도 같을 것이다.
기대를 안고 서울로 여행을 온 사람들에게도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모습일 것이다.
다양한 형상을 가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서울의 얼굴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센트럴시티터미널과 붙어있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만큼 한 건물에서 수많은 노선을 수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지역별로 노선을 구분하여 따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 사이를 가르는 것은 서울 지하철 3호선으로, 정확히 두 건물 사이에 지하철역이 놓여있다.
그래서 수도권 사람들이 지하철로 이곳에 오게 될 경우 3호선을 통하는 게 가깝지만,
지상으로 오게 될 경우 9호선 쪽으로 통하게 되어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반포동에 있는 두 고속터미널을 간단히 비교해본다면,
센트럴시티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서울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고성장 시대 서울의 모습을 더 온전히 담고 있다.
이미지 비유를 해보자면 센트럴시티는 '한류, K-POP, 삼성'으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영화 국제시장, 가발, 섬유'와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위 사진에 보이는 간판부터 그런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실제로 얼마 전까지는 '터미날' 간판이었다.
다소 오래되고 낡아 보이지만 시골의 터미널 느낌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에 가깝다.
이 건물이 지어진 시기는 1981년으로 벌써 40년 가까이 지난 원로급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나라에서 총력을 기울여 지은 건물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의 디자인이 독특해서 좋다.
최근에 지어지는 건물들은 특색 없는 유리궁전 또는 고층건물로 획일화되어 있어 심심한데,
위압감이 느껴지는 웅장함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웅장한 건물 규모와는 맞지 않게 출입구는 잘 눈에 띄지 않는 게 옥에 티이다.
대합실 역시도 웅장한 건물 크기에 비하면 넓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느낌이 그렇다는 뜻이지 실제로 넓이가 좁다는 것은 아니다.
천장의 높이가 낮고 구조가 단조롭게 엉켜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규모는 다소 초라해 보이고,
그런데도 길은 복잡해서 표를 사거나 지인을 만날 때 길을 헤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의 단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실제로 5여 년 전까지, 2010년대 초반까지 매우 오래된 내부 디자인으로 말이 많았던 곳이다.
특히 70~80년대 건물의 특징인 '석면'이 뒤범벅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리모델링이 지지부진하여 이용객이 큰 불편을 겪다가,
2017년이 되어서야 완전히 리모델링이 끝나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그래서 80~90년대 당시에는 호남선 이용자가 경부선 쪽에 소외감을 느꼈다면,
2000년대 이후로는 반대쪽에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게 현실이다.
다만 영동선의 경우는 2000년까지 센트럴시티에서, 그 이후로 이곳에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항상 낡은 곳에서 이용해야 한다고 불만이 자자하다.
또한 센트럴시티에서 이쪽으로 노선이 바뀐 안동, 영주 등의 경북 북부 주민들은,
편의성의 차이를 확 체감하게 되어 큰 불편을 느꼈다고 전한다.
다행히 최근에 리모델링되면서 이러한 불편은 조금이나마 해소되었으나,
기본적인 구조는 바꿀 수가 없으므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니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매표소, 복도, 화장실, 조명 등등 많은 부분이 크게 개선되었기에,
이전보다는 버스를 이용하기 훨씬 편해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터미널이 워낙 넓기 때문에 매표소도, 승차장 출입구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 자신이 탈 버스 행선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건 어떤 버스터미널에서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지만,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행선지 숫자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전국 최다 노선을 자랑하는 곳인 만큼 승차장 규모도 차원이 다르다.
여느 곳처럼 승차장이 하나로 이어져 있기는 하나 출입구를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승차장이 굉장히 넓고 길쭉한 데다 ㄴ자로 꺾여 있고 항시 사람들로 북적이기 때문에,
반대편 출입구로 잘못 나오면 아예 자신이 탈 버스를 찾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넓고 길쭉한 승차장은 '경부선' 승차장이다.
즉, 여기서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주로 경부선 라인으로 가는 사람들로서,
특히 영남권 위주로 버스 노선이 배치되어 있다.
주차된 버스들을 보면 서울 소재의 중앙고속을 제외하면 주로 영남권 회사들이 보인다.
고속버스 업계의 양대 산맥인 '금호고속'과 'KD그룹' 노선이 매우 적다는 특징도 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배되어 있다시피 한 전국 곳곳의 버스터미널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인지 현대/기아측 차종이 주를 이루고, 대우차를 유독 발견하기 힘든 것 같다.
지금까지 봤던 모습은 경부선 쪽 시설물이다.
건물 내부의 대합실, 매표소, 상가, 화장실, 승차장 등등 모두 경부선 용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경부선/영동선을 같이 관리하고 있지만,
영동선 노선은 ㄴ자로 꺾이는 다른 부분에서 따로 영업을 하고 있다.
경부선 승차장에서 봤을 때 왼쪽 앞 편에 보이는 시설들이 바로 영동선 쪽 시설이다.
밖에서 바라봤을 땐 2층 건물에 상가들이 죽 나열된 곳으로,
이 게시물의 첫 사진이 바로 영동선 쪽 고속버스터미널이다.
이렇게만 봐서는 '영동선'이니까 사람도 적고 시설도 좁은 거겠지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
영동선 쪽 통로로 들어와서 살펴본 모습이다.
경부선 터미널에서 영동선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가면 이러한 모습이 나오는데,
에스컬레이터를 지나면 비로소 영동선 대합실로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영동선 대합실은 경부선보다 한참 좁은 일자형 통로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이곳은 상가 전용 공간으로 버스와 관련 없는 시설이 들어선 곳이었으나,
워낙 포화상태에 다다른지라 할 수 없이 상가 공간 일부를 빼서 임시로 영동선 쪽 시설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매표소가 통로 한복판에 매우 어색하게 설치되어 있다.
원래 경부선 쪽 건물 3층, 5층에도 각각 터미널 시설이 있어 원래 승차장으로 쓰였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위층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세 들어 사는 것처럼 영동선 터미널이 들어온 것이다.
너무도 좁은 공간 탓에 영동선 쪽 혼잡도는 경부선을 능가하고,
대합실과 승차장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어 동선이 매우 불편하게 짜여 있다.
또한 식당과 대기실의 구분이 없어 버스를 기다리면서 후각 테러를 맞기 일쑤다.
더 문제는 영동선 승차장은 17~35번까지로 경부선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주, 평택, 조치원, 금산과 같은 일부 영동선 노선이 이곳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영동선 승차장의 혼잡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경부선 이용객의 혼란까지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구조 탓에 출입구는 대합실 양 끝에 있다.
기둥과 문의 생김새를 보면 확실히 오래된 느낌이 물씬 느껴져,
경부선 터미널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차장쪽 출입구로 나오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예비승차장이 있고,
여기는 주차장의 일부로 활용되고 있다.
그만큼 주차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뜻일 테다.
끝이 보이지 않는 통로 저 너머로 희미하게 북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주차장을 바라보니 경부선 쪽에서 보이지 않았던 빨간 버스(금호) 차량 / 대우 차량과,
그 너머로 우뚝 솟은 반포동 고급 아파트가 한 눈에 들어온다.
미세먼지 뿌옇게 낀 흐린 날에도 정신없이 들락날락하는 버스들과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본다.
평범하게 돌아가는 일상이 쌓이고 쌓여, 얼굴에 기록을 남긴 것이 지금의 모습이 아닐까.
서울에 버스를 타고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이런 첫인상을 느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진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사진에 서울경부발 밀양행 코리아와이드 경북 소속 FX212가 보이는데 이 노선을 경기고속에 매각하여 서울경부-밀양행 노선이 코리아와이드 경북 시절은 역사 속에 있는 노선이 되고 말았네요.
그 내용을 쓰려다가... 마무리를 짓기가 애매해서 그냥 지웠습니다. ㅎㅎ 갔다온 지 오래된 사진을 쓰는 바람에 벌써 지금은 볼 수 없는 광경도 보이네요.
예전에 고속터미널역에 갔을때 지하상가가 리모델링 준비하는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오래간만에 올려주신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다.
리모델링할 때에 가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혼잡하고 정신없을 것 같았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경부선 터미널도 참 복잡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서울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라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센트럴에서 취급하던 일부 시외 노선들이 경부터미널로 넘어오면서 좀더 복잡해지긴 했지만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이더군요. 하차장 등에 붙어있던 편의시설들이 위치를 재조정한 모양입니다. 조금씩이나마 개선을 위해 신경을 쓰는 모습들이 보이네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를 제외하면 해볼 수 있는 노력은 최대한 했다는 것이 보였다고나 할까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
네 감사합니다. :-)
어렸을때 2층에서도 출발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네요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
건물을 튼튼하게 지었다면 지금도 사용이 될텐데 아쉽네요~
종종 학교 기숙사로 갈때 여주행을 타는 터미널이라서 정감이가고 친구와 부산여행때 버스타러 갔을때 이용했지요^-^
좋은 추억을 많이 가지고 계시는군요 ^-^
@Maximum 동부고속 여주행을 탑니다^-^
작년 8월에는 삼화고속 부산행 프리미엄 고속 탔었구요^-^
@[경남] 프리미엄 고속버스 아직 못타봤는데 부럽습니다!
@Maximum 프리미엄 버스 덕분에 5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답니다^^ 티비보며 가고 자면서 가고요
다시 서울 올때는 금호고속 전세버스 45인승 탔습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겐 센트럴시티와 함께 서울의 관문으로 상징성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건축물 외관(디자인)이 독특해서 인상적인 곳이기도 하죠.
그 곳의 화훼도매상가와 지방의 화훼상가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죠(강남발 고속버스에 꽃다발 탁송).
다양한 구도의 사진과 정감있는 글,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글을 쓰고 생각해보니 화훼도매상가에 대한 언급이 없었네요.
이곳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제인데 다소 아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