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28 < 진도가계해변 –약사사 – 세방낙조전망대 -진도일주도로>
서남부의 가장 큰 섬 진도를 신비롭고 보배로운 섬이라한다. 요즘은 길이 좋아지고 가고자 하는 곳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어디를 가나 편리하고 빠르다. 특히 진도는 섬이라지만 이제는 이웃동네라 할 만큼 쉽게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진도의 어느 한 곳을 가볍게 드나드는 마음으로 다녀왔건만 오늘은 다르다. 하루를 넉넉히 잡아 진도 일주 투어를 계획하고 출발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작약이 곳곳에 만발했다는데 가까운 진도 약사사에 가면 화사한 작약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겸사겸사 진도를 택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계절 꽃을 찾아 어디든 달려가는 일에 충실했을까? 그동안 진도의 대표관광지를 찾아 여러 차례 다녀온 지역이라 우선 가보지 않았던 가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사실 아주 오래 전에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회동국민관광지에 다녀 온 기억은 있으나 그곳이 가계해변이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그리고 도착해서 혼자서 어이없이 웃는다. 와서 보니 아주 오래 전에 다녀와 기억에만 있을 뿐 이런저런 추억은 전혀 없어서 그동안 많이 변화된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이곳은 고군면에 위치한 해변으로 3km 길이의 백사장과 넓은 갯벌이 있고 신비로운 바닷길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동차에서 내리니 훅 들어오는 미역과 해초류 냄새가 유난히 짙고 강해서 넓은 해변을 따라 산책하는 동안 한적하고 편안했다. 또한 해변에서는 노지 캠핑과 차박 캠핑하는 분들이 북적거리고 바다낚시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다. 또한 뽕할머니 동상 뒤편에는 신비의 바닷길 체험관이 있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에서 바닷길이 열리는 것은 1년에 서너 번 정도라서 이곳 체험관 건물에서 물갈림 체험을 할 수가 있다기에 혼자 들어가 체험해보기로 하였다. 체험관 앞에 서서 진도를 홍보하는 영상을 시청한 후에 문이 열리고 그곳으로 입장하여 물갈림 체험을 하는 곳인데 사실 들어서자마자 허망하고 실망스러웠다. 다만 바다가 가깝고 산이 높아 운치 있는 가계해변에서 노는 것은 하루라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평화로운 힐링 시간을 가계해변에 내려놓고 수줍은 작약꽃을 만나려는 설렘으로 약사사로 향했다. 가계해변에서 약 18km떨어진 약사사는 마을 앞으로 들판과 산이 내려다보이는 구도로 보통의 사찰과 달리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바로 주차장에 차를 두고 둘러볼 수 있는 자그마한 사찰이었다. 작은 동네 안에 자리한 이곳에 작약꽃이 만발하여 5월이 익어가고 있음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들어가 보니 후박나무 군락지 공원과 작약꽃 공원 그리고 수국꽃 공원이 있고 템플스테이와 숙박시설도 운영하는 듯하였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 간간히 드나드는 가족인 듯한 모습도 참 예쁘다. 이곳은 비단 작약꽃만 많은 것이 아니라 보랏빛 꽃잔디과 데이지꽃이 군데 군데 무더기로 피어 있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뛰어 놀고 싶은 이 흥분된 기분을 여쩐다냐. 지난주에는 데이지를 찾아 군산까지 달려갔다가 허망하게 되돌아왔건만 오늘 럭키하게 만난 데이지는 뜻밖의 행운이고 이 꽃무더기에 가슴까지 벅차오른다. 소담소담 규모는 작지만 숲에 둘러쌓여 머물고 지고 있는 5월의 꽃들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아내는 작약꽃밭으로 충분한 힐링이었다. 바람은 서늘하지만 볕이 뜨겁고 기온이 높아 초여름의 날씨이다. 벌써 트레킹보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즐기는 여행의 계절이 오고 있다. 진도 해안도로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세방낙조 전망대』는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다도해의 경관이 압권이라 한다. 물론 해질녘 낙조를 보아야 환상적이겠지만 세방낙조를 중심으로 진도일주해안도로를 따라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다도해 드라이브를 계획한 것이다. 약사사에서 세방낙조전망대를 향해 가는 길에 요즘 뜨는 가수 송가인공원을 지나치게 되었다. 계획에도 없는 유명인의 이름을 붙인 공원에 잠시 머물러 오가는 관관객을 구경한다. 송가인공원과 송가인 길을 지나면 송가인 마을을 지나치게 된다.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주차장에는 승용차가 즐비하고 관광객이 오고감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여러 분야에서 빛나는 인물들을 배출해 낸 지역에서는 역시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영감과 동기를 주며 아울러 그 지역의 미래를 위한 희망이기도 하다. 진도일주도로에 진입하면 진도무형문화재전수관이라는 안내 표지판을 볼 수가 있었다. 이는 진도의 뜨거운 열정과 역사가 숨 쉬는 곳이며 소리와 춤의 다채로운 예술의 고장임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진도읍까지 일주도로 드라이브를 마무리하고 진도노인대학장님으로 계시는 천병태 전 전남시협회장님을 만나 뵙고 진도 예술분야의 이모저모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문화와 예술의 바탕이 되는 지역의 예술인 활동은 남다르다는 것도 느껴본다. 아울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지 예술인들의 타고난 예술성과 살면서 진행되어지는 신선한 고뇌를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또한 예술인들이 세상에 남기는 작품들은 얼마만큼의 가치성이 있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내가 가진 재산은 그동안 나의 노력과 고생을 대변할 수는 있을지라도 세상은 내가 가진 재산만큼의 가치로 보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예술인의 가치성에 깊은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늘 진도를 다녀오면 항상 어머니가 생각난다. 나보다 몇 배나 큰 자동차를 몰고 반나절이면 휘 둘러보아 힐링이 되는 이 섬이 어머니의 시대에는 아주 멀고 깊은 섬이었으리라. 이토록 신비롭고 보배로운 섬을 어머니께서는 단 한번이라도 다녀가셨을까? 이 세상에 진도라는 섬이 어디쯤 있는지 알고는 계셨을까? 내 가슴에 도넛 같은 동그란 구멍하나가 있어 숭숭숭 바람처럼 드나드는 결핍이 무색하게 오늘 어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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