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꽃몽우리 터질까(유경 편)
누구를 위해 내어놓은 틈일까
설지 않은 냄새를 풍기며
입 속의 혀같이 제 자리에 있는 나무
틈 새로 말이 흐르고 있다.
내 속의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말
나뭇잎 마를 틈도 없이
피어나는 꽃 몽우리들
툭. 터질까
그럴지 몰라
나무가 만들어 내는 그늘은 창백하다
봄 햇살은 이렇게 푸른데
17. 차창 밖, 봄 풍경(유인숙/해송 편)
작년昨年
이 맘 때도
허허, 4월에
때아닌 눈발이 희끗희끗
별안간 날리기에
오늘도
때아닌 눈발 펄펄 날리는가 하였더니
차창 밖, 저 멀리
큰 올벚나무 꽃잎들
하르르, 하르르
봄바람에 마구 져 내리는
하- 신기한 모양이더군
18. 진달래의 四季(함동진 편)
봄,
진달래는
청순한 소녀의 미소
마냥 수줍은 절세가인(絶世佳人).
여름,
진달래는
응달 나무숲 속
친정나들이 하고픈 애수목(哀愁木).
가을,
진달래는
정염(情炎)의 단풍
활활 타는 요조숙녀(窈窕淑女).
겨울,
진달래는
성숙한 여인의 자태
가지마다 출산의 날 손곱는 만삭(滿朔).
19. 추억을 퍼내는 바다(윤무숙 편)
세월을 놓쳐버린 수평선 아래
지나온 기인 그리움은
언제나 내 작은 영혼 안에서
외로움만 키를 재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내 두 눈에 들어온 영원의 바닷가
초롱초롱한 젊은 꿈들이
거기 그렇게 걸렸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또다시 기쁨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같은 추억을 붙잡고
천천히 모래길로 발걸음을 옮겨보면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든
아련한 옛 사랑의 흔적이 나를 바라본다
닫혔던 가슴창을 온전히 열어제치면
갯바위 사이로 둥지를 틀어놓고
파도를 벗삼는 갈메기떼의 노래도
비릿한 바다 내음 한 모금에
짙푸른 물밭은 세월을 잊고앉아
내 사랑은 그렇게 다시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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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畵音
제4장 꽃몽우리 터져 꽃비가 내리기까지(유경, 유인숙/해송, 함동진, 윤무숙 편)
신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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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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