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上善若水)를 실천한 정남진 장흥물축제
한여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쾌하고 재미난 축제를 뽑으라면 단연코 정남진 장흥물축제다.
‘혹시 태국의 쏭크란 축제를 베낀 것 아닌가, 단순히 물총을 쏘고, 풀장에서 몸을 흔들어대다가 끝내겠지. ’
이런 선입견은 축제장에서 1시간만 머물다 보면 단박에 틀렸음을 알게 된다. 단순히 유희적인 공간이 아니라 탐진강에 대한 역사적 의미, 장흥사람들의 눈물과 땀 추억과 열망을 축제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물을 통한 즐거운 일탈 그리고 축제를 통해 물 부족 국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슬로건은
“온 세상을 물로 적셔라! 장흥에 빠져라”
특히 올해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물로 하나가 된다는 수국통일(水國統一)이라는 주제를 내세우고 있다. 축제위원들은 버스를 올라타 정남진, 정동진, 정서진 그리고 백두산에서 퍼온 물을 큰 병에 가져와 물을 합치면서 9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첫 순서는 살수대첩퍼레이드로, 무려 1만 명이 작은 도시의 거리를 가득 메었다. 사상 최대 인원이다. 금년엔 춘천인형극장 배우까지 합세해 신나는 거리문화축제로 깜짝 변신한다.
매일 2시가 되면 지상 최대의 물싸움이 열린다. 풀장 속에 들어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 대면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아간다. 밤에는 EDM 파티. 수준 높은 아티스트를 공짜로 만나는 것이 황송할 정도
금년엔 물에서 즐기는 놀이가 대폭 늘어났다. 수상자전거·우든 보트·디스코팡팡·수중 줄다리기 등 물속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수중줄다리기는 장흥의 전통놀이 고쌈줄당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워터붐은 동학농민의 석대들싸움을 재해석했다. 그 속 뜻을 알게 되면 이런 놀이를 하는 것 자체가 고맙게 여겨진다.
축제의 1등 공신은 청정 1급수. 장흥댐 수문을 개방했을 때는 16~18도였던 차가운 물이 7km 내려오는 도중 햇빛을 쬐면서 장흥읍내에 들어서면 물놀이하기 최적의 온도인 22~24도로 바뀐다. 신이 만들어낸 온도이며 새삼 물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날씨도 한몫 했다. 축제 전 사상 최대의 수해로 개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텐데 최선의 결정하고 잘 이겨냈다. 9일 동안 사고 하나 없다는 것은 큰 성과
9일 동안 쾌청한 날씨를 보여줬다. 뭉게구름과 노을은 남태평양 코타키나발루를 연상케 했다. 축제 내내 폭염이 엄습했지만 물과 함께 한 축제 덕에 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한여름 피서지로 이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축제장 부잔교는 총 2개. 장흥교 아래는 메인무대와 향토음식점이 있어 늘 북적거렸지만 예양교 아래는 한적해 오히려 물놀이하기 좋았다.
분수터널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았다. 한적한 산책을 원한다면 수변공원을 어슬렁거리면 된다. 수도꼭지에 익숙한 도시아이들에게 펌프질체험도 해보고 무거운 물동이를 지게를 지고 걸음을 걸어보기도 한다. 과거로의 추억여행도 좋았다.
금년엔 높이 10미터 초대형 캐릭터 온비가 등장해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먹을거리도 풍부했다. 다리를 건너면 토요시장. 한우, 표고버섯, 키조개가 어우러진 장흥삼합이 여름 내내 잃었던 입맛을 되돌아오게 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다문화음식관이다. 월남쌈(3천원), 반미, 덕쩍 등 동남아 이색 음식을 맛보게 되는데 가격도 저렴하다. 동남아에서 시집온 여인들이 이제 축제의 주체가 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럴 바에야 장흥, 완도, 보성, 강진 등에서 일하는 다문화 근로자들을 위해 특별 부스를 만들고 그들이 한바탕 놀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그들의 문화를 소개한다면 글로벌축제로 거듭날 것 같다. 한국 경제를 위해 땀방울을 흘리는데 ~~ 부스를 만들어 감사와 만남의 장소 제공했으면 좋겠다.
가장 시원한 곳은 장흥교 아래 부잔교다. 이곳에 돗자리 펴고 강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었는데 최고의 명당이다.
관광객 쉼터에 배달음식점 안내판이 있어 치킨, 피자, 커피까지 배달 시켜 먹을 수 있다. 오토바이가 부지런히 오가며 배달 음식을 실어 나른다. 지역 상인과 상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산물판매관은 에어컨이 빵빵.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장흥의 특산물을 한 곳에 모아 두었다. 부각과 무산김을 구매했다. 음료 중에 표고버섯과 효소로 만든 표고냉음료가 맛이 독특했다. 축제가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를 알리는 장이 되었다.
이번 축제 때 가장 감동 받은 부분을 수익금 6천만 원 중 3천만 원은 희망브릿지에, 나머지 3천만 원은 수해 때문에 은어축제를 열지 못한 봉화군에 기부했다고 한다. 축제를 해본 사람들이 나눈 베품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장흥군은 실천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축제가 어디 있을까.
콘텐츠가 풍부해 태국의 쏭크란 축제 관계자들은 장흥에 와서 벤치마킹 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곳곳마다 볼거리 체험거리가 넘쳐나는듯 붉은 구름이 예술이네요
와~~멋져요
대장님의 글이
없어서는
안될 藥水같은 글입니다ㆍ
해마다 하는 축제라면
버킷리스트에 기록ㆍ
이런 재미도 보고가야겠지요ㆍ^^
언젠가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것 같은 축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