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금 가락과 낙타의 눈물
몽골의 고비사막 한쪽에 애잔한 낙타의 울음소리가 울러 퍼진다. 엄마를 찾는 듯한 새끼낙타의 주변으로 한 무리의 낙타와 몽골의 전통악기인 ※마두금을 든 한 남자가 서있다.
잠시 후 마두금의 현을 통해 울러 퍼지는 구슬픈 음률에 맞춰 낙타 주인이 슬픈 느낌의 노래를 부르며 어미 낙타의 등줄기를 연신 쓸어내린다. 곁엔 마두금 연주를 열게 된 주인공격인, 좀 말라 보이는 새끼 낙타 한 마리가 울고 있다. EBS 방송의 ‘세계 테마기행’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본 이 광경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가슴을 애잔하게 흔들었다.
낙타! 낙타를 떠올리면 지난 5월과 6월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사태가 생각난다. 메르스로 인해 전국이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을 때, 메르스균이 낙타의 젖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한동안 낙타는 많은 사람의 기피 동물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보건당국이 메르스 예방법 홍보차 ‘낙타 접촉금지’라는 메시지마저 띄우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있었다.
낙타는 등에 솟은 육봉(肉峰)이 하나인 단봉낙타와 둘인 쌍봉낙타로 나누는데 낙타의 90%를 단봉낙타가 차지한다. 단봉낙타의 서식지는 아프리카. 중동, 인도 북서부이며, 쌍봉낙타는 파키스탄, 고비사막, 몽골이 서식지인데 주로 집짐승으로 키워왔다고 한다. 낙타의 임신 기간은 사람보다 긴 400여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낙타는 모성애가 유난히 강하고 제 새끼가 아니면 절대 젖을 물리지 않는다고 한다.
사막은 태양이 뜨겁고 모래바람이 거세고 물이 적다. 또 낮엔 덥지만 밤이 되면 썰렁해져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다. 낙타는 이런 기후 조건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진화된 탓에 그 형상 또한 뜯어보면 생김새가 참으로 특이하고도 재미있다. 발바닥은 넓고 스펀지처럼 푹신해서 발이 모래에 빠지지 않고 모래 위를 걷기 편하게 생겼다. 이런 이유로 낙타는 사막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의 하나이기에 ’사막의 배’라고도 부른다.
우아한 기품으로 사막을 누비는 낙타의 기이한 형상에 대해 오래 전부터 몽골에서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12지신(十二支神)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길을 가던 중, 낙타는 그만 쥐의 꾀에 속아 늦었던 관계로 12지신에 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낙타는 12지신을 나타내는 동물의 형상 중, 쥐의 귀, 소의 배, 호랑이의 발바닥, 토끼의 코, 용의 몸, 뱀의 눈, 말의 갈귀, 양의 털, 원숭이의 허리, 닭의 머리, 개의 다리, 돼지의 꼬리를 닮았다는 전설이다. 그 전설을 생각하며 찬찬히 낙타의 형상을 뜯어보니 그 괴상한 형상이 전설을 뒷받침 할 정도로 꽤 그럴싸하게 닮아있다.
또 낙타의 특성 중 목은 길어 높은 곳의 나뭇잎을 따먹고, 혀와 입술은 두꺼워 억센 식물을 잘 먹는다. 소처럼 되새김위를 가졌고, 기다란 속눈썹으로 사막의 센 빛을 가리고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을 가려 시야를 확보한다. 코는 마음대로 여닫을 수 있으며 귀는 털이 수북해서 날아드는 모래를 막는다. 또 물을 아끼기 위해 땀을 적게 흘리는 편이며 소변은 걸쭉한 시럽 같고 대변은 물기하나 없이 땡글땡글하다. 그리고 날숨 때의 습기를 긴 콧구멍이 가둬서 들숨 때 허파로 되 넣는다고 한다.
계속 이어지는 마두금의 구슬픈 가락과 주인의 슬픈 노랫소리에 어미 낙타의 마음이 요동을 치는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슬픔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한다. 주인은 그런 낙타의 등을 연신 어루만지며 마두금의 가락에 맞춰 계속 구성진 노래를 부른다. 아! 그런데 그 큰 낙타의 눈에서 정말 거짓말처럼 뚝뚝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낙타의 큰 눈에서 슬퍼 견딜 수 없다는 듯 계속, 계속 굵은 눈물이 쏟아졌다.
낙타는 모성이 유난하다. 그 유난한 모성은 새끼가 죽었을 때 극에 달한다. 죽은 새끼의 냄새를 1년이 지나도 기억하기에 죽은 장소를 반드시 찾아간다고 한다. 해서 새끼가 죽으면 어미낙타에게 꼭 새끼의 시신을 보여준다고 한다.
‘자신의 새끼가 아니면 절대로 젖을 물리지 않는다’는 철옹성 같던 어미 낙타의 마음이 구슬픈 마두금 가락과 주인의 노랫소리에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셈이다. 그때를 맞춰 주인은 눈물 흘리는 어미 낙타의 젖에 새끼 낙타의 입을 갖다 댔다.
오래도록 굶주렸기에 내버려두면 굶어 죽을 수도 있을 새끼 낙타는, 사고로 죽은 제 어미가 아닌, 다른 어미의 젖을 제 어미의 젖인 양 힘차게 빤다. 이렇게 몽골의 고비사막 한켠을 울리던 마두금 연주는, 어미 잃은 새끼 낙타와 다른 어미 낙타 사이를 모자지간이라는 소중한 인연으로 엮어준 감동적이고 훌륭한 연주였던 셈이다.
산책을 할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자꾸만 그 장면이 떠올랐다. 사람도 아닌 동물과 동물 사이의 마음에도 저렇게 뜨거운 마음이 흐르는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불문율을 깨고 남의 자식에게 가슴을 허용하며 새로운 연을 맺는, 낙타의 모성이 너무나 감동스럽다.
※마두금: 나무와 가죽으로 만든 몽골의 민속 악기, 몸통 위쪽 끝에 말 머리 장식이 있는
두 줄의 현악기로 은은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나기에 일명 초원의 첼로라고도 부른다.
첫댓글 저의 모교 배화가 117년 된 학교이다보니 여기저기 모든 건물이 문화재격입니다. 이미 생활관은 문화재 지정이 되었지만 올해로 100년된 과학관을 헐고 새건물로 짓자는 이사진과 문화재로 보호하자는 동창회및 지역주민, 학부모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보름정도 동창회 새끼임원인 저도 무척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어제부로 어느정도 교통정리가 좀 된듯해서... 오늘은 그동안 끄적거려 놨던 글을 커피한잔 마시며 완성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성 있는 배화교가 문화재로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들고,
그리고 낙타의 숨은 진실을 문선배를 통하여 알았습니다.
낙타는 특별한 구조를 가졌고 특별한 개성을 가진 대단한 동물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동물이지요. 사람은 10달(300일)을 품어 아기를 낳지요. 사람보다 100일을 더 품어 새끼를 낳으니 .... 그 모성은 사람보다 더 강하지요.
낙타는 사막을 시속 70킬로 이상을 달리는 것이 불가능한 동물이라 합니다. 그런데 새끼를 뺏어가면 자신의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르는 시속 60-70킬로로 새끼를 구하러 달려온다 합니다. 얼마나 눈물겨운지... 난 이 글을 쓰며 많이 울었어요. 낙타도 아런데 사람이 자식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겟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