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18) - 내포문화숲길(백제부흥군길 1코스/주류성)
1. 백제부흥군길에 있는 또 다른 성을 찾았다. 주류성이다. 주류성은 백제의 왕자 풍을 모시고 싸웠던 부흥군의 중심 저항지였다. 저항은 지도자들의 내분으로 실패하였고 성은 함락되었다고 한다. 홍성의 장곡산성을 발굴했을 때, 백제 저항의 흔적을 발견했고 과거 기록을 통해 판단했을 때 이곳을 주류성이라고 거의 추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류성(장곡산성)은 임존성처럼 제대로 복원되지 않았다. 성 주변에는 빛바랜 안내판과 성의 흔적을 담고있는 돌무더기만이 쓸쓸하게 흩어져 있다. 무너진 돌벽은 인간의 의지가 좌절되었던 슬픈 기억일 것이다.
2. 주류성을 보고 난 후, 백제부흥군길 1코스를 걸었다. 황사가 전국을 점령했지만, 그래도 숲속은 상큼한 느낌이 난다. 길은 거의 대부분 숲으로만 연결되어 있었다. 잠깐 펼쳐진 숲 밖의 장면은 황사 때문에 뿌옇다. 길을 따라 걷는다. 걷기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걸으면서 다양한 사색의 의미를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저 걸을 뿐이다. 그것이 안정되고, 힘든 오르막을 만날 때에도 묵묵히 시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중요한 것은 걸을 수 있다는 것일뿐 그 이외에는 중요하지 않다. 날씨가 더워지면 숲길을 더 찾을 것같다. 다만 숲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벌레들의 환영(?)에는 준비해야 할 것이다.
3. 막연하지만 슬픈 역사의 현장을 담고 있는 백제 마지막 저항의 흔적인 두 성을 비로소 방문하게 되었다. 임존성과 주류성, 역사책에 등장하는 과거의 지명은 이제는 거의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의미를 잃어버린 공간이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저항했던 용기의 상징을 찾고 싶다면 이곳은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는 장소일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백제의 부흥군’처럼 치열하게 사라져 가는 자신들의 존재를 보여줬던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첫댓글 - "중요한 것은 걸을 수 있다는 것일뿐 그 이외에는 중요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