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의 아침 일어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난 우산을 들고 나선다,
남동생과 언니 그리고 삼춘과 아침산책 나서자고 하니 따라 나선다.
어제 슬쩍 지나면서 보아둔 둘레길을 찾아 나선다,
비내린 개울물은 너무나도 맑고 깨끗하다.
오늘은 아마도 아이들이 물에라도 들어가서 놀수 있을테지 하며 지나자니
작년에도 이집을 보고 탐이 나서 두어번 어슬렁 거리며 훔쳐 보고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
사진을 수도 없이 찍어 댄다,
집앞의 밤나무의 고목과 그 옛날에는 방림에서는
논농사 몇마지기는 하고 살던 대농의집 이였던 역사를 밤나무가 말해 주는것 같다,
삶을 사는것도 비슷할것 같다,
하늘을 올려다 보고 사는 것도 아무나 할수 있는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끔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적에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또한 각 사람도 알고 나면 수없이 사연이 많은 것처럼 아 나무도 얼마나
많은 사연을 가지고 살아갈까
둘레길을 걸어 가다 내가 이집이 탐이나서 들어선 것이 길을 잘못 들어서
그냥 돌아다니다 오고 말았다,
골짜기 골짜기 마다 아름다운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집 여인네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여자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는가 보다.
울 언니는 주인도 허락치 앉은 장독대가 탐이 나는가 열어 본다
음식 잘하는 사람은 옛날부터 장을 잘 담구어야 된다고 했다,
난 김치도 담구는 법도 배웠고 살림사는 법도 반년의 인생에서 대충 해내고 살지만
아직까지 장담구는 법을 모른다
이젠 허리 꼬부라 지기전에 그 법도 전수 받아야지 되건만....
그옛날 민가가 있었던가 천년의 이끼가 서려져 있는 우물물이다,
수많은 소금쟁이가 늪위를 떠 다니고 있다가 사람들의 기척을 느끼고 건너편 으로
껑충 거리며 건너가고 있다
한바가지 떠먹고 싶은데 갑자기 청개구리가 한가함에서 떨어져
물속으로 첨벙~
샘물의 파장이 동그랗게 동그랗게 퍼져 가고 있는것이 좋아 보인다
아침밥상이다,
이곳에는 식당이 너무나도 잘되어 있어서 음식 솜씨좋은 우리 언니들이 좋아한다
동해에서 작은집 언니가 반찬들을 이리 싸들고 왔다,
어쩜 이리 솜씨가 좋으냐고 난리다
식판에다 쎌프다,
자반고등어 조림에다 깻잎무침,더덕무침, 멸치볶음,열무김치,
입에 달라 붇는 맛이다,
아침밥을 안먹는 나는 두번이나 들락거린다,
울 딸이 좋아하는 집밥이라고 하며 또 들락거린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나서 각자의 시간이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기로 하고 어른들은 펜션에서 놀기로 하고 메미골을
가고 싶은 사람들은 나선다,
이곳은 오래전 동수, 경자, 라는 후배가 살았던 집터다
지금은 용인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다,
그옛날 이길을 따라 난 아침이슬 맞으며 메미골에서 계촌길을 걸어서 다녔던
그 그리움의 세월들을 다시 걷는다,
아 . 이것이 정녕 꿈이라고 한들 난 원망도 않으련다.
오늘 같은날 메미골에 가면 운무를 정말 멋지게 볼수가 있을텐데
지금쯤 메미골 골짜기엔 물매화가 예쁘게 피었을텐데
지금쯤 머루와 달래도 달렸을 테고
굽이를 돌면 골짜기엔 오미자가 잔뜩 열렸을꺼야.....
재희 언니집 앞에 해마다 따먹던 개암열매도 날 기다릴텐데...
딱 깨뜨려서 그 고소한 속맛살을 보아야 되는데
찬서리가 내려야만 제대로 익는데
복순네 개울마당 앞에 올봄에 소담히 피웠던 돌베나무는또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었을까..
능선을 돌아 살던 집터에서 아버지 묘소와 큰엄마 묘소를 가야지 된다,
난 이곳에서 혼자 있겠다고 한다
이곳에서 혼자 돋나물도 뜯고 칡꽃을 따고 있겠노라고 한다
작년에는 이곳에 오니 칡꽃이 다 져버렸건만 올해에는 조금 이른 계절인가 칡꽃이 한창이였다.
여름철이면 아랫집 재희 언니와 명자 우린 이곳에서 멱도 감았던 곳이다,
저 철철 흐르는 물을 뚫고 들어가면 그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메미골의 개울물가의 매미소리 들리는 곳에서 난 시간을 잃어버렸다
여기가 어딘지 공간도 잊어 버렸다
프로방스의 양치기 소년을 만났다가 시베리아 벌판의 라라를 만나기도 했다.
가을 하늘에 흰구름 바라 보며 요소 비료푸대 깔고 누워
하늘을 보며
메미골의 잣나무와 시와 소설 속에서 내 어린 기억속에서
무언가 모를 귀족 같은 이미지로 자리매김 되어 간다,
잣나무 아래에 누워서 알퐁스토데의 소설별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도 생각한다,
마치 어린시절에 그 소년을 만난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비가 내리는 저녘
조용히 비를 맞는 자작나무들의 작은 흔들림~
햇살이 잘게 부서지던 어느 아침에 자작나무 숲에서 책을 읽으며 호수에 부서지는 잔 물결을 함께 본 영상도
가끔 떠오른다
어느때부터였을까
이루어지지 못한 짝사랑의 전설을 가진 깊은 눈매의 소년이 프로방스 어느 자작나무 숲에 가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기도하다,
두어시간 넘게 그렇게 혼자 놀다니 산소에 간 언니 동생이 왔다,
집터 자리에 우리와 함께 했던 잣나무에 잣송이 들이 열려있다,
아직 다람쥐 녀석이 눈치 채지못한 잣 세송이를 따려고
이렇게 몸을 불사른다,
맛은 들지 않았지만 우리 어릴때의 그짓거리가 이렇게도 간절하게 그리웠을께다.
오늘 내가 만난길에서 만난 들꽃들,나무
그리고 하늘과 땅 새냇물~
싱그럽고 고마운 자연이였다,
산에서 돌아오니 은주가 남편과 함께 보따리 보따리 한트럭을 싣고 왔다.
친정식구들의 연휴 모임이라 온다는 소식은 미리 알았지만 가족이 만나는 자리들이니
서로 만나는 것은 시간되면 보자고 했더니만
한정숙이가 보낸 옥수수 두자루와 감자박스에 된장 고추장
아이구 세상에나 난 무슨 이런친구들이 있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지른다.
나는 .....
중기가 보낸 두부김치에 순두부 한 그릇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가을날 선배 후배 만나는 평사모의 모임날
우리 거나하게 한잔하자고 하며 헤여진다,
난 중얼거린다.
어쩜 이런 친구들이 다 있을까.
푸른하늘, 하얀 뭉개구름 그리고 맑은 햇살
흐르는 수동의 물소리도 찰랑거리는 저녘이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지금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네게 들려온다.
수동의 어둠이 내려 앉으며 수동에서의 두번째 저녘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