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동 봄맞일랄라
색동교회 창립 5주년 맞이 초청음악회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일주일 전, 토요일 저녁인 오늘도 색동합창단은 맹연습 중입니다. “우리가 저 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복음성가 같은 노래가사가 귀에서 입으로 맴돕니다. 오후에는 멀리 일산 거룩한 빛 광성교회에서 오픈한 이하루 형제님의 캘리그라피 전시회에 함께 다녀왔습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그림엽서로 만들어진 초청장 4종이 선 보였고, 크고 작은 포스터 두 종류가 아파트 단지에 붙여질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엽서로 만든 까닭은 손 편지로 사용하려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문자와 카톡으로 소비하던 사이버 활자 대신 따듯한 봄소식을 꼼꼼히 적어 초대 메시지를 날려 보내 달라는 이상훈 집사님의 아이디어가 근사합니다.
5년 전 일이 기억납니다. 아직 색동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인데, 한국에서 순회공연 중인 ‘이솔리스트 로마’ 소문을 듣고, 선뜻 우리가 초대하였습니다. 색동교회가 곧 문을 열려고 준비하면서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한다는 마음이 모아졌습니다. 믿는 것은 당시 잠시 빌려 예배드리던 비산중학교 체육관 뿐, 우리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때였습니다. 그래도 로마에서 온 손님들이 마지막 공연을 멋지게 마무리했다고 고마워했습니다. 그때 한 몫 한 것도 여러 종의 컬러풀한 엽서들이었습니다.
초청장 엽서를 보면서 누구에게 보낼까 생각했습니다. 당장 앞집 카센터 부부, 안양과 의왕에 있는 한국YFU 가족들, 인근에 사는 감리회 본부 동료들이 떠올랐습니다. 기왕이면 시골부모님께도 안부를 전하고, 서울에 있는 형들과 동생에게도 사랑 가득한 인사를 나누어야겠습니다. 오래도록 교회에 나오지 못한 식구들과, 지방에 있는 교우들, 그리고 아직 색동교회가 어색한 몇몇 남편들에게도 보내야겠군요.
우리 음악회와 함께하는 분들의 레파토리가 참 다양합니다. 우선 로마에서 유학을 마치고 이미 귀국한 성악가들로 구성한 ‘로마 솔리스트 앙상블’은 성가곡은 물론 한국과 이탈리아의 가곡들, 특히 씩씩하고 발랄한 칸초네 메들리를 부릅니다. 각각 솔리스트이지만 합창으로 뿜어내는 무한대 성량은 그야말로 벨칸토 창법의 진수를 보여줄 것입니다. 아마 청계동주민센터가 예술의 전당이란 착각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화산책은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 산파역을 한 시민합창단입니다. 크고 화려한 무대가 아닌 대개 거리와 광장을 주요 무대로 삼은 (보헤미안) 집시가 아닌 (집회와 시위의 약자) 집시입니다. 물론 대부분 교회에서 경건한 목소리로 찬양하는 성가대원입니다. 지난 1월 말에는 안산합동분향소에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예배에서 위로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내 영혼 바람 되어’였는데 거리합창단도 이렇게 아름다운 하모니로, 또 상기된 얼굴로 노래하는구나 싶을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색동합창단입니다. 그동안 찬양대 가입을 주저하던 분들이 모두 참여하니, 무려 40명을 넘나듭니다. 일단 숫자로 무대를 채우겠다는 전략은 성공한 듯합니다. 특히 색동 청년들이 밴드를 구성해 반주한다니 기대가 큽니다. 무엇보다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변진섭 노래에 맞춰 뮤직 영상을 만든다니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자신감이 충만합니다. 자연십자가 사진작가로 유명세를 탄 권산-김세영 예비부부가 ‘지금 이 순간’ 여러분 곁에서 우리를 찍고 있습니다.
음악회 이름은 ‘청계동 봄맞이 색동음악회’입니다. 청계동 동장님의 호의로 강당을 빌렸고, 최봉호 집사님이 동네 자율방범대원으로 새로 가입하는 등 몸으로 헌신하고 있습니다. 준비위원은 김순호 문화부장을 비롯해 이상훈 지휘자, 김성훈 홍보위원, 최봉호 서기, 이은수 찬양대장입니다. 여선교회는 오신 손님들에게 ‘꽃 누루미 책갈피’를 선물하기 위해 여러 날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긴장하고, 들뜰 일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특별한 새봄을 준비합니다. 모두에게 뿌듯한 봄소식이길, 청계동 봄맞일라라!
첫댓글 "전시회 준비를 핑계로 연습 참여 못했던 색동합창단에 두 명 추가요~!"라고
이상훈 집사님에게 문자 띄었습니다.
올라온 음원 열심히 틀어놓고
열심히 독학해서 훌륭한 립싱크 단원이 되겠습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음악회!
물론 Professional soloist 도 있지만
함께 어울려 부르는 합창도 나름 의미가
있는 음악회의 구성 요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독학으로 참여하신다니
우연한산책님 감사합니다^^
색동교회가 어색한 남편도 손편지를 받고선 꼭 가야 하는데 선약이 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당일 먼저 나가며 꼭 립싱크만 하라고 당부의 말을 하고 나갔는데 못왔지만 마음은 음악회에 가있었을거라 추측해봅니다. 물론 저는 남편말을 무시하고 열심히 따라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