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다 돼간다. 정수근(전 롯데)이 음주폭행 사건으로 무기한 실격선수의 중징계를 받은지가 지난해 7월 중순이니 11개월째다. 인기 많았던 스타선수가 어느새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가끔 복귀 얘기가 나오면 인터넷에서 찬반 싸움이 거셀 뿐 야구장에서 그의 모습은 없다. 여전히 롯데는 정수근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이미 서른두살의 나이. 한화 김인식 감독이 "나이가 많아 복귀가 더 늦어지면 은퇴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할 정도이니 자칫하면 더이상 유니폼을 입은 정수근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유니폼을 벗고 11개월째 살고 있는 그의 지금 심경은 어떨까. 지난 토요일(5월 30일)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부산 해운대 바닷가에서 그를 만났다. 민소매 차림에 롯데 자이언츠 마크가 붙은 검은 반바지 차림의 그는 새까맣게 탄 얼굴로 기자를 만났다. 3월에 만나고 두달여만에 봤는데 그새 몸이 좀 불은 듯했다.
구단 부름만 기다리기엔… "이젠 큰 결단 내려야 할 때…" |
솔직히 언제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 안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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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폭행 사건으로 무기한 실격 징계를 받은지 11개월이 지난 롯데 정수근이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그라운드 복귀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진은 정수근이 인터뷰 도중 부산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은 모습. | |
―어떻게 지내요. ▶(씩 웃으며) 세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살이 좀 붙은 것 같은데. ▶(예전의 밝은 얼굴로) 살이라뇨 근육이죠. 하는게 웨이트트레이닝 밖에 없는데요.
―복귀 준비는 하고 있죠? 운동은 어떻게 하나요. ▶경성대에 나가서 오후에 3시간 정도 훈련을 합니다. 경성대가 대회에 나가면 혼자서 바닷가를 뛰기도 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은 하루에 2시간씩 하고 있죠. 다른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니까 기초 체력 위주로 해요. 기술적인 것은 나중에 복귀하게 되면 2군 가서 해야겠죠. 아무래도 대학생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복귀할 경우 어느 정도 훈련을 더하면 1군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보름에서 20일 쯤이면 1군에 올라 갈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캐치볼도 꾸준히 해왔고, 체력훈련, 배팅훈련도 해 왔으니까요. 문제는 경기 감각이죠. 1년을 쉬었으니까요.
―징계가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생각했나요. ▶솔직히 언제 복귀할 수 있겠지라고는 생각 안해봤어요. 중간 중간에 구단에서 전화가 와 "조만간 될거다. 몸만들고 있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몇번이나 늘어지니까…. 얼마전에도 연락와서 조만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또 연락이 없네요.
―롯데 구단에서 직접 몸상태를 체크한 적은 있나요.
▶아뇨. 그냥 통화로만 체크를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구단에 전화하는 것도 그렇고. 지금 성적이 좋지 않아 머리 아플텐데…. 어떻게 보면 귀찮은 존재잖아요. 로이스터 감독님하고도 시즌전엔 전화했었는데 시즌 들어가고는 안했어요. 저 말고도
신경쓸 일이 많은데 피해주기 싫어서요.
―(작년 한달에 4000만원을 받았던 그다) 1년 가까이 수입이 없잖아요. 어떻게 생활하세요. ▶조그만 야구 용품점을 냈어요. 용돈 벌이 정도는 되죠(정수근은 지난해 12월 부산 남천동에 스포츠용품숍을 열었다).
―(그의 본심이 궁금하다) 복귀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지칠 때가 되지 않았나요. ▶(표정이 조금 심각해지며) 이제는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언제 불러줄지도 모르는데 1년 동안 실업자로 있을 수도 없고…. 나도 가족이 있는데 뭔가 생활비라도 갖다 줘야하고, 먹고 살아야 되겠고…. 큰 결단을 내려야 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복귀를 두고 롯데 구단과 만날 생각이 있다는 건가요. ▶아뇨. 제 개인적으로 생각해야죠. 결단을 내리면 구단에 얘기할 생각입니다. 롯데 구단에서도 이젠 '넌 야구 못해'라든가 아니면 '할 수 있어'라고 결정을 내려줬으면 합니다. 사회에서도 죄를 지으면 판사가 징역 1년 뭐 이런식으로 결정을 내려주잖아요. 전 결정이 없는 처벌을 받고 있으니까. 한도 끝도 없이 기다릴 순 없잖아요.
―사건 이후 야구장에 간 적이 있나요. ▶한번도 없어요. 올해 야구장 많이 바뀌었다는데 보고싶기도 합니다. TV로만 야구 보고 있어요. 요즘 롯데 경기외에 히어로즈 경기도 봐요. 동생 수성이가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재밌던데요. 근데 야구장 잔디 밟고 싶어요. 서른살 넘어서도 놀 수 있는게 야구 아닙니까. 자빠지고 뒹굴 수 있는 곳이 야구장이잖아요.
―지인들과는 연락 하나요. ▶아뇨. 야구쪽 사람들은 전화 와도 안받고 있어요. 사실 김인식 감독님한테도 연락을 안했고요. 전화를 주시기도 하는데 죄송했지만 안받았습니다. 시즌이라 머리 아플 일 많은데 저 때문에 신경쓰이게 해서 피해를 주기 싫고…. 사실 저도 조용히 있고 싶어요. 이 인터뷰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찾아와 주셔서 하는거예요.
―한국에서 야구 못하게 되면 해외로 나갈 생각은 없나요. ▶애기도 5개월이고요. 지금 가족과 함께 있는게 너무 행복합니다. 처음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고. 호준이(첫째 아들)와도 화상통화 자주합니다. 호준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빠 언제 복귀해' 하고 자주 물어봐요.(정수근은 2007년 4월 이혼했으며 이후 김민정씨와 재혼해 둘째 아들을 뒀다)
―로이스터 감독이 너무 선수들에게만 맡긴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정색을 하며) 그게 롯데 팀의 색깔이예요. 롯데는 지금의 스타일이 맞습니다. 진짜예요. 팀마다 자기 색깔이 있어야 하는데 롯데팬들의 화끈한 성격에 롯데의 공격야구 컬러가 딱 맞아 떨어집니다.
―야구하고 싶죠? ▶와이프의 권유로 골프로 달래고 있어요. 야구선수가 왜 골프치냐고 하실수도 있지만 운동시간 외 가질 수 있는 자유시간에 하는 거니까요. 술마시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낫지 않나요. 골프가 부지런해야 잘할 수 있는 스포츠더라고요. 그리고 야구에도 도움이 됩니다. 집중력도 좋아지는 것 같고요. 예전엔 제가 손목을 잘 못 썼던 것 같아요. 골프치면서 손목을 써줘야 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부인이 많이 힘들 것 같은데. ▶사실 아내가 많은 힘이 됩니다. 와이프가 애기한테 야구하는 걸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운동하면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젠 와이프도 정말 미련없이 털 수 있으면 그만둬도 된다고 하더군요. 저보다 주위사람이 더 힘들어해요. 하염없이 기다려야하는 기약없는 기다림이죠.
―불러주지 않는 롯데 구단에 섭섭함은 없나요.
▶천만예요. 제가 오히려 미안하죠. 구단 사람들은 다 나를 도와주려고 했어요. (벤치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갑자기 일어서 해변쪽으로 가며) 좀 걷죠. 답답하네요. 난 천상 운동선수인가 봐요.
(해운대 백사장을 걸으며 인터뷰를 계속했다. 날씨가 덥다보니 해변에 사람이 많았고, 외국인들도 많이 섞여 있었다)
―진짜 야구장 갈 마음 없어요? ▶컴백할 때까지 야구장 안가고, 구단에 전화도 안한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쪽팔리는 게 싫어서요.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네요. ▶외국인들은 내가 야구선수인 걸 안믿어요. 좀 깔보는 얼굴을 하다가 주위 팬들이 몰려와 사진찍고 사인해주는 걸 보면 그제서야 믿죠. 그 후로는 보기만 하면 와서 인사하고 친한척 해요. (백사장에 잠시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가 감상적인 눈빛이 되며) 느낌 좋죠? 파도 소리…. 난 이제 서울보다 부산이 좋아요. 서울은 너무 답답해요.
인터뷰를 끝내고 백사장을 계속 걷는데 한 외국인이 정수근을 알아보고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한다. 정수근을 아냐고 물었더니 "롯데 자이언츠"라며 당연히 안다는 반응. 그 외국인은 사진 촬영에 아주 기뻐하며 "감사해요. 사직야구장에서 봐요(Thank you. See you Sajik Stadium)"라고 말했다.
Q : 정수근의 현재 정확한 신분은?
A :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현재는 KBO 소속 선수가 아니다.
Q : 꼭 롯데가 KBO에 복귀 신청을 해야 복귀가 가능한 것인가.
A : 야구규약 57조에는 해당 선수가 복귀신청을 총재에게 제출하고 총재는 그 선수의 복귀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KBO가 복귀 결정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론 당시 소속구단과만 다시 계약을 하도록 돼 있어 소속구단인 롯데가 복귀 신청을 해야한다.
Q : 정수근은
미국이나 일본 혹은 대만리그에 진출이 가능할까.
A : KBO는 미국, 일본, 대만과 선수계약협정을 맺었다. 한국선수가 한국구단의 보류, 군복무, 임의탈퇴, 제한, 실격, 자격정지 또는 부적격 명단에 있을 경우 한국 구단의 승인 없이는 한국 선수를 교섭하거나 고용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즉 정수근이 해외진출을 꾀한다면 롯데가 허락해야 가능하고, 협정을 맺지 않은 멕시코 등 다른 나라로는 자유롭게 갈 수 있다.
Q : 정수근은 원 소속구단인 롯데의 허락을 받지않고 영리추구를 할 수 있나.
A : 당연하다. 현재 롯데 소속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로운 영리추구를 할 수 있다. 구단의 허락하에 할 수 있게 돼 있는 광고출연의 경우도 정수근은 그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
Q : 정수근이 복귀할 때 FA계약 때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지.
A : 없다. 정수근은 실격선수 징계를 받을 때 이미 롯데와 계약한 것이 모두 해지된 상태다. 따라서 정수근이 복귀하면 롯데와 다시 연봉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
첫댓글 아!!저 이인터뷰할때 정수근 봤어요ㅋㅋ바닷가에서 어떤사람들이랑 졸라 인상쓰고 말하든데 이인터뷰구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