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1)....헤프닝 worst 5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여행동안 겪었던 최악의 헤프닝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프랑크푸르트 정거장의 악몽.
동유럽은 아는 젊은이 하나와 우리 부부, 셋이서 여행했다.
한국에서 곧장 오는 그 젊은이를 만나기로 한 날,
프랑크푸르트역 12번 개찰구 앞의 인포메이션센타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암스텔담에서 떠난 우린 잘못하여 그 전 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역에서 내린 것이다.
내려서 아무리 개찰구를 찾아봐도 6번까지 밖에 없어서
세시간이나 헤매다가 아차!하고 역이름을 혼동한 것을 알고 부랴부랴
다시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역으로 가서 또 한참이나 헤매었다.
그 이후의 여행 차표도 그 학생이 갖고 있는 것도 있는 터라,
우린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가야하나 하는 기로였는데
네시간 만에 그 젊은이를 보니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왔다.
프랑크푸르트 마인 공항역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역을 혼동한 것이었다.
게다가 암 마인역에 도착해야할 정시각에 마인 공항역에 도착했고,(15분 연착)
방송에 ‘프랑크푸르트..’하는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내리는 터라
부랴부랴 내렸던 것이 잘못이었다.
종착역인 암 마인 역인가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역표시를 보지도 않고 프랑크푸르트라는 말만 듣고
'독일 기차는 역시 정확해..' 하면서 얼른 내렸으니...
하여간 네시간 동안 헤매면서 얼마나 당황하고 정신이 없었는지..
이리저리 물으며 다녔더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서
나중엔 샌드위치를 들고 먹으면서 찾아다니기도 했다.
궁여지책 끝에 인터넷의 메일 속에 그 젊은이의 전화번호가 있었던 것이 생각나서
천신만고 끝에 인터넷을 찾아 들어가보니 또 글자가 깨져서 보이질 않고...
이래저래 애태웠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등에 식은 땀이 흐를 정도.
나중에 들으니 우리처럼 이렇게 두 역을 혼동하는 배낭여행자들이 꽤나 많다고....
다음에 이곳을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주의해야할 교훈이 되리라.
둘째. 비엔나에서 어깨백을 잃어버린 일.
비엔나에 도착하여 트램(지상 전철)을 타고 호스텔로 가던 중,
트램속이 너무 더워서 웃옷 하나를 벗었는데
트램에서 내릴 때, 어깨에 걸고 있던 작은 백이 흘러내린 줄도 모르고
차에 두고 내린 일은 정말 내게 큰 어려움을 주었다.
현금은 없었지만 그 속엔 나의 다초점 안경이 있었던 것,
돋보기를 쓰지 않고는 식당의 메뉴도 읽지 못하는 완전 노안에다
난시까지 겹친 나에겐 최악의 시련이었다.
가까스로 공중전화를 걸어서 서울에다는 현금카드를 정지시키고,
트램 안내소에는 분실물이 없느냐고 물어보고...
비엔나에서의 첫날은 이레저레 정신이 다 나갔다.
며칠 후에 다시 얇고 조그만 인스턴트 돋보기를
기념품 가게에서 사게 되기까지는 장님 코끼리 더듬는 듯한 여행이었다.
셋째, 홍등가에 위치한 파리의 호텔.
서울에서 인터넷으로 옥토퍼스 트래블(세계호텔을 예약하는 사이트)을 통해서
예약한 파리의 호텔.
간신히 찾은 호텔은 그 유명한 몽마르트 거리의 삐갈 지역에 있었다.
삐갈 지역은 나중에 알고 보니 섹스샾이 즐비한 홍등가였다.
호텔 바로 옆의 건물들도 섹스샾이어서 오며 가며 정말 눈 둘 곳이 없을 정도.
이를 면구하게 여기던 파리에 사는 지인의 도움으로
하룻만에 유럽의 유명한 체인인 ibis 호텔로 옮겼는데 이틀치 호텔비를 손해보고서...
왜 이런 호텔을 예약했냐구요?
파리지리를 잘 몰랐던 우린,
인터넷상에서 그 호텔의 안내에 “활발하고 밝은 분위기”라는 문구에,
"이왕이면 밝은 곳이 좋지.."하며 덜컥 예약했던 것.
아무런 경험도 없이, 투어가 아니고 배낭식으로 이루어진 이번 여행,
이것은 고난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은 그곳 어느 한국인은
자기도 몇년이나 파리에 살았는데 그곳은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벌써 다녀오셨냐구 부러워(?)했다.
넷째, 기아에 허덕였던 마티스 미술관 관람.
점심을 미리 샌드위치로 준비하여 가자고 한 내말에,
연이은 인스턴트 음식에 다소 질려있던 옆지기는
그 근처 음식점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보자고 하여 그냥 출발.
모나코 관광을 거쳐, 마티스 미술관에 내린 것이 오후 1시 반.
그런데 미술관 근처엔 아무리 보아도 식당이나 상점은 없었다.
할 수 없이 가방에 있던
비상식량(바짝눌러서 파는 누룽지를 서울에서 몇 개 가져 갔었다) 누룽지,
그것도 조금 밖에 없는 누룽지 가루와 물을
벽에 기대서 조금씩 나누어 먹으며 허기를 메우고 있자니 정말 거지가 따로 없었다.
허기를 조금 메웠을 뿐, 여전히 배고픈 것을 참고 미술관을 관람했다.
근처에 있는 샤갈미술관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이곳엔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가 딱 하나 있어서 옳다구나! 하고 사려고 했더니
웬걸! 오늘 팔 샌드위치는 다 동이 나고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나...
하는 수 없이 또 굶으며 미술관 관람...
이렇게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며 두 개의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오니 오후4시 반.
버스를 타고 구 시가지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은 것은 오후 다섯시가 넘었으니...
그 이후엔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는,
다음 끼를 준비해서 꼭 샌드위치를 사 들고 다녔음은 물론이다.
다섯째, 니스의 미니 유스 호스텔.
니스를 가기로 하면서 가장 걱정이었던 것은 숙소 문제.
온 유럽 사람들이 여름이면 다 모여든다는 유명한 도시.
한달 전에 예약하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벌써 늦어서
이것저것 써핑하다가 그래도 해안가에서 가장 가깝다는 가족호텔을 예약하였다.
도착시간은 오후 2시경으로 하고.
출발하기 전에 안내메일이 왔는데 호텔에 들어올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것이었다. 웬 비밀번호 ? 했다.
그런데 파리에서 출발한 떼제베가 30분 이상이나 연착을 하였고,
또 역에서 니스 지도를 사고 하면서 시간이 지체되어
예상보다 30분 늦게 도착하여 정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보니,
이층의 프론트데스크에는 아무도 없고
그 옆의 컴퓨터에 웬 외국처녀가 앉아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주인은 4시에 돌아온단다.
우리가 2시에 도착한다는 약속을 안지켜서 기다리다 외출했단다.
배낭은 커서 무거운데 맡아줄 사람이 없으니
찜통 더위속에서 우린 4시까지 꼬박 기다렸다.
2시에 도착하여 해변이랑 그 주위를 몇 곳 보려고 했던
우리의 계획은 완전 수포로 돌아가고...
여행후에 이런 이야길 했더니
유럽엔 이렇게 혼자 운영하는 미니 호텔이 적지 않다나...
가족호텔이라는 것에 이런 함정이 있을 줄이야...
***초청으로 이루어진 유럽 대학 방문 길의 앞 뒤에
덧붙여 가지게 된 이번 유럽여행은,
둘이서 그냥 자유롭게 보자고 해서 겁없이 시작했는데
정말 시련도 많았고 헤프닝도 많았다.
이런 헤프닝들의 번호는 5번이 아니라 10번까지도 계속 이어질 만큼,
더듬어 보면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지금 말하면 그냥 가볍게 웃어넘길 이야기들이지만,
전혀 알지못하는 낯선 장소에서
처음 겪은 일들이라 정말 황당하고 두렵고 힘들었다.
젊지도 않은 나이에...
그냥 편하게 나중에 따로 투어만 할 것을..하고 후회한 적도 있었고...
하지만 누가 그랬지...
헤프닝이 없는 여행은 추억이 없다고...
최악의 헤프닝들이 나중에는 두고 두고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