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운터 다운, 하루 전날. 2002년 12월 27일.
...내일이면, 그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영덕行(?)이다...
WY는 회식이 있는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새벽 2시 가까이 귀가, 술이 취한 상태임에도 동기회 홈페이지부터 연다.
그 역시 내일 행사에 거는 기대가 꽤나 크나보다.
이것, 저것 챙겨보다가, 지난주 산행후기담을 읽던 WY는 갑자기, "어? !!"....
산행후기 마지막 부분의, 여성회원의 회비 거두기, 장장 3시간에 걸친...김형철씨의 노래연습....
내일,백암에서의 HC씨와의 노래대결에 예상치 못한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다.
그것도 바로 전날 밤에...
이번 대선의 모씨와 상황이 흡사하다. ^ ^*
위기감을 느끼나보다.
인터넷 싸이트에 들어가 이 노래 저 노래를 틀어댄다.
야심한 밤에....^ ^*
*** 제 1 날 -- 2002년 12월 28일(토), 날씨 쾌청
결혼식 참석으로 백운대씨 부부와 우리는 오전에 한발 앞서 경주로 출발했다.
오후 5시 가까이에, 오후 1시 30분에 창원을 출발한 나머지 회원들과 합류, 강구로 향했다.
강구항에 도착한 우리들은 미리 예약해둔 음식점에 자리를 하고 앉았다.
드디어...
커다란 접시에 금방 쪄낸 붉은 빛깔의 대게가 한 상에 두마리씩 올려져 나온다.
두사람당 한마리이다.
음식이 음식인인만큼, 신경전(?)이 벌어진다..
어째, 분위기가 살벌(?)하기까지 하다...^ ^*
"부부끼리 짝지워서 먹자!!"
"그냥 먹자, 반 똑같이 나눠서!!"
"여성회원들이 미리 반 똑같이 나눠서 갈라 주이소!!"
"너무 치사하니,그냥 알아서 나눠 드세요, 친구끼리 공평히.."
말들이 많다.
먹기도 전에 꽤나 시끌법쩍하다.
가위로 자르고, 도구를 이용해 파내기도 하고,막무가내로 이로 깨물기도 하고, 쪽쪽 빨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훑기도 하고 ...
모두들 말없는 가운데..소리없는 전쟁(?)같다.
일치감치 자기 할당을 처리한 모씨가 옆사람을 쳐다 보고 있었나보다.
"내꺼, 자꾸 치다보자 마라!! 내 대게, 운기 다 빠지겠다."
"내가 먹는 방법, 갈키~주까?"
"됐~다! 나도 묵을줄 안다!!"
"대게 다리, 일로 넘어온거는 내가 무~도 안 되겄나?"
솔직히 인간적(?)으로, 식사량,몸무게, 체격, 식성, 남녀...모든 조건이 다를진데, 공평히 반마리씩은 오히려 공평하지 못한것 같다.
모두들 하하, 호호....
즐겁다.
대게가 있어, 좋은 친구와 함께 있기에, 더더욱 즐겁다.
미진하지만....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늘밤 콘도에서의 무려, 50 마리의 중간크기의 대게를 기대하며, 백암으로 출발했다.
두 부부씩 짐을 부려놓은 우리들은 한방에 다시 모였다.
먼저, 대전에서 오신 김응범, 고복실 부부의 결혼기념 축하.
케익을 박스위에 얹자, 내리자, 게도 같이 놓자, ?Y불 몇개 꼽냐?...
하~ 꽤나 소란스럽다.
그러나, 그 모든 모습이 동심의 세계처럼, 재미있고 정이 넘친다.
"두 분,오래 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세요~~~"
두 번째, 행사.
참으로 대단한 기록을 세운 이충호회원의 53주 산행 완주 축하, 기념패 전달.
"축하합니다~~ 건강하세요!!"
이충호 회원의 53주 산행완주도 대단하지만, 창원동기의 한주도 빠짐없는 53주 산행도 참으로 대단하다.
그만큼 동기간의 결속감도 대단하리라..
모처럼만에 가진 타지에서 만남이어서인지, 밤늦도록 얘기꽃을 피우느라 필수(?)코스인 노래방도 잊은채,
밤은 깊어갔다.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첫째날은 그렇게 각방에 불이 꺼지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 제 2 날 -- 2002년 12월 29일(일요일) 날씨 쾌청, 포근
아침 7시에 콘도 현관에 모두들 눈을 부비며 모였다.
아직 뿌연 어둠이 걷히지 않고 있다.
검을 빛을 띤 짙은 남색의 낮은 서쪽하늘엔 초생달과 별 하나가 유난히도 반짝이고 있었다.
늦게들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모두들 나왔다.
약 16Km 거리의 후포로 출발했다.
7시 34분 일출을 보기위함이다.
해변 가까이 뾰족 바위위에 올라서서 먼 동해의 지평선을 바라본다.
지평선 가까이 뿌연 띠가 형성되어있고 그 위로 붉은 기운이 감돈다.
수면위에서 바로 ?K아오르는 태양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일출은 볼수 있을것 같다.
잠시후 붉은 기운이 강해지며, 뿌연 띠 사이로 빨간 눈썹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그 크기가 커지면서, 빨간색, 주홍색, 주황색, 붉은 노랑....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동그랗게 ?K아오른 붉은 해...
각자 마음속으로 올해의 소원을 빌었으리라...
'우리 모두가 넉넉한 마음과 건강을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해주소서..'
해맞이후 후포항에서 매운탕거리와 한치, 해삼을 사와서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각자가 집에서 준비해온 밑반찬과, 방금 마련한 싱싱한 음식들로 준비한 아침상은, 비록 맨 방바닥에 차리긴 했지만, 진수성찬이다.
살림경험 20여년차의 베테랑급의 여성회원들인지라, 남회원들이 어젯밤에 남긴 대게를 까며 노닥(죄~송함다!! ..ㅋㅋㅋ...)거리실 동안, 아침 준비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남성회원들을 비방(?)하면서까지 하는 자화자찬도 이만하면 베테랑급?
식사후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느라 각자 자기방으로 향한다.
좁은 방에서 14명이 식사한 자리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각방에서 가져온 식기들로 싱크대는 그릇으로 산을 이루고...
사정상 남아있는 서영란, 이영미씨가 그 모든 뒤치다거리를 해내어야만한다.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시종 밝은 웃음으로, 잘 갔다오라는 말에 미안함과 고마움에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다.
등산복차림으로 콘도앞에서 기념 촬영.
사정상 서울로 먼저 떠나는 백운대씨 부부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우리들은 콘도옆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오전 10시 50분.
날씨도 쾌청하고 기온도 포근하다.
산에 오르기 참 좋은 날씨라고 모두들 한마디....
네명의 여성이 앞에 서고 여섯명의 남성회원들이 그 뒤로, 그렇게 우리들은 긴 줄을 이루며 산을 오른다.
초반부터 가파른 길이라 힘이 든다. 아직 몸이 덜 풀렸나? 유난히 숨이 찬다.
저녁식사때, 회를 들면서 회장님이 그랬었지...
생선에도 자연산과 양식이 있듯이, 등산하는 사람도 자연산과 양식이 있다고....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듣고보니, 참 이해가 잘 되는 비유다.
타고난 산행실력가(예; 김응범, 이인숙씨)는 자연산, 반복 연습으로 그나마 좀 걷는 등산실력보유자(?)는 양식 이란다.
뭐~ 유 某씨는 2년간 잘~ 키운 양식이라나, 뭐라나....ㅎㅎ...
나역시, 양식임에는 틀림없는것 같다. 매번 산에 오를때마다, 이토록 힘이드니....
정상 약 1.5km를 앞둔, 좁고 경사진 능선길은 하얀눈이다.
여기가 겨울엔 항상 많은 눈으로 덮힌다는 深雪지대인가 보다.
우리들은 아이젠을 착용하고, 팍!팍! 얼음과 눈을 찍어가며 눈길을 오른다.
온통 눈밭이다.
저멀리 정상까지 눈으로 덮여있다.
드디어, 4.7km 거리의 해발 1004m 백암산 정상에 도착, 제일 선두 이충호씨의 도착시각이 오후 1시34분, 그 뒤로 줄줄이 정상 도착.
어김없이 기념 아니, 증명사진을 찍고 하산했다.
양지바른 장소에서 컵라면과 보온도시락에 담아온 따뜻한 밥으로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10개의 대형(?) 싸이즈 컵라면(누가 준비한걸까?)으로, 소요되는 물양이 대단할것 같다.
두개의 버너에서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친 사람은 밥부터 먹기 시작하고....
커피까지 한잔씩 마시고 나니, 달디단 맑은 공기, 눈덮인 산, 좋은 사람들, 포만감...
세상에 부러울게 없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산을 내려온 우리는 뜨거운 유황천 온천물에 몸을 담구고 나른하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창원을 향해 차에 몸을 실었다.
도중에 강구에서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한뒤, 대전으로 가는 김응범씨 부부와 작별했다.
두대의 트렁크엔 많은 짐과, 이번에 참석 못한 최종명씨와 김형철씨에게 드릴 대게상자, 어느 회원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또 다른 대게상자.
두대의 차에 열명이 끼어 탄 차, 트렁크가 꽉꽉 찬 상태로 어두운 밤을 향해 출발하며, 이번 [ 영덕대게 투어, 해맞이,그리고 백암산 산행]의 대단원의 幕을 끝낸다........임오년...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