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떡붕어를 대상으로 하는 띄울 낚시에 글루텐 떡밥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산과 국산 등
다양한 종류가 시판되고 있는 이 떡밥은 기존 떡밥과는 달리 물에서 풀리면 솜처럼 부풀어오르
고, 잔유물이 오래도록 바늘에 남아 있는 등 풀리는 형태가 특이하다. 주로 채비를 수중에 띄워
중층을 회유하는 떡붕어를 낚아낼 때 쓰이는데 그 효과가 인정되어 점차 그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모든 곡물에 들어있는 식물성 단백질의 일종인 글루텐을 추출하여 떡밥의 원료로 쓴 것이 바로
글루텐 떡밥이다. 밀에서 추출한 소맥 글루텐, 옥수수 글루텐, 쌀 글루텐, 대두 글루텐 등 많은
곡물에 글루텐이 있다. 시판되는 식용이나 떡밥미끼용 글루텐은 대부분 소맥 글루텐이다. 글루
텐떡밥에는 이 소맥 글루텐이 30∼45% 정도 함유되어 있다.
글루텐 떡밥이 물에서 솜처럼 부풀어오르는 이유가 글루텐 성분 때문인 줄 알지만 실제는 그렇
지 않다. 원래의 글루텐은 전혀 부풀지 않는 껌처럼 질겅거리는 물체이다. 과자나 빵 등을 만들
때 끈기가 있게 하기 위해 첨가할 정도로 풀어지지 않는 질기고 말랑말랑한 상태이다.
그런데 왜 글루텐 떡밥은 부풀까? 바로 떡밥을 만들 때 첨가한 감자분(포테이토 드럼 드라이)
때문이다. 전분이 없는 감자를 비중을 낮게 해주는 '드럼 드라이'공정으로 처리하면 마치 대나
무 속에 들어있는 얇은 막처럼 모양이 생겨난다. 이 감자분은 용해성이 매우 높아 물에 넣자마
자 바로 풀리는 특성이 있다. 거기에다 잘 풀리지 않는 글루텐 성분이 함께 만나 복합작용하여
솜처럼 부풀게 되는 것이다.
글루텐 떡밥은 오래 전부터 중층낚시가 성행했던 일본에서 수중에 떠 있는 채비(바늘)에 그대
로 달려 있을 수 있는 미끼를 만들고자 연구 개발한 것이다. 식용이나 사료용이 아닌 낚시전용
떡밥을 낚시 기법에 알맞은 상태로 만들어낸 매우 수준 높은 떡밥이다. 띄울낚시에 글루텐이 어
느 떡밥보다 잘 먹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루텐의 효과는 영양가나 딸기·바나나 향 때문이 나타나는 게 아니다. 미끼(떡밥)가 풀어져도
바늘에 붙어 남아 있는 그 상태 때문에 떡붕어가 잘 낚이는 것이다. 만약 감자분 없이 글루텐만
으로 떡밥을 만들었다면 바늘에는 더 오래 붙어 있지만 미끼 상태가 너무 질겨 잘게 입질하는
떡붕어가 잘 먹지 못했을 것이다.
글루텐은 만능? 집어력 떨어지는 띄울낚시 전용떡밥
떡붕어낚시에 글루텐 떡밥이 잘 먹히는 것을 경험한 꾼중에는 그 효능을 너무 과대 평가하는 이
가 있다. 글루텐떡밥이 좋은 떡밥임에는 틀림없으나 언제 어디서나 잘 먹히는 전천후 만능 떡밥
은 아니다. 처음 떡밥을 만들 때의 목적이 그러했듯이 띄울낚시를 할 때 효과적일 뿐 바닥낚시
에서 뛰어난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다만 떡밥이 오래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장소(바닥
이 지저분한 곳)나 입질이 약한 곳(양어장)에서 가볍고 오래 남는 형태로 효과를 볼수 있다.
글루텐 떡밥으로 토종붕어를 낚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집어력의 부족이다. 기존 떡밥이
풀리면서 생기는 냄새확산과 집어력을 글루텐 떡밥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자체 집어력이 떨
어지기 때문에 항상 다른 집어용 떡밥과 공용하도록 만들어진 게 글루텐 떡밥이다.
그러므로 글루텐 떡밥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①띄울낚시를 하거나 ②집어제와 함께 사용하
는 게 좋다. 그리고 ③붕어가 많이 몰려 있는 곳에서 유리하고 ④바닥이 지저분한 곳이나 ⑤입
질이 약한 곳에서 낚시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혹자는 일산과 국산 글루텐 제품이 효과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글루텐
차이 때문은 아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글루텐 떡밥의 원료인 글루텐을 미국이나 벨기에서
추출한 것을 수입해 쓰는 건 똑같기 때문이다. 단지 함유된 양이나 제품 구성물이 다르기 때문
이며, 그것을 가공하는 방법이 틀리기 때문이다.
어쨋든 글루텐 떡밥의 등장이 꾼이나 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식용
이나 사료용 미끼를 원초적으로 가공한 떡밥을 제조, 사용하다 제대로 된 낚시용 미끼를 만난
충격이다. 이제 우리도 보다 나은 떡밥을 개발해야겠다. 어류의 생태와 첨단 가공법이 접목된
수준 높은 낚시전용 떡밥의 등장은 업계뿐만 아니라 낚시계 전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
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