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람의 미학

모자람의 미학 모자람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또는 그런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모자라면 싫어한다. 오히려 넘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힘은 모자람에서 온다. 배가 고파야 동물은 움직일 동기가 생기고 따라서 힘이 생긴다. 사람들의 저력은 바로 이 모자람에서 비롯되고 있다. 모자람의 미학이란 결코 없는 자의 지위가 아니다. 모자람은 축복이다 모자람을 발견하는 순간 자괴심에 빠져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이도 있다. 넉넉한 것이 꼭 복이 아닌 것 처럼, 모자란 것이 불행도 아니다. 모자람을 기회로 삼지 못하는 게 불행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모자람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있다. 계영배에 술을 70% 이상 따르면 술이 전부 빠져나간다고 한다. 우리네 인생도 계영배처럼 살아야 한다. 말하고 싶은 것의 70%만 말하고, 행동하고 싶은 것의 70%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갖고 싶은 것도 70%만 갖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넘치고 지나침을 경계하는 술잔 계영배는 원래 고대 중국에서 제천의식 때 사용하던 의기(儀器)였다. 욕심과 자만심은 누르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남의 좋은 의견은 반영하되, 성공했을 경우 공은 나누는 그런 겸손을 가르치는 것이 계영배의 의미인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자식들을 너무 부족함이 없이 키운다. 항상 조금 부족해야 자기 속에 내재된 힘을 꺼내어 쓸 수 있는데도 그런 기회를 부모가 주지 않는다. 그렇게 부족함이 없이 커다보니 나중에 커서 인생을 살다 조금만 어려움이 오면 금방 포기해 버린다. 힘은 부족함에서부터 온다. 잘 알고 잘 나가는 사람보다 철저하게 망가지고 낭떵어리로 떨어져 본 사람이 능력이 있다. 그런 사람들만이 인생을 안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과 만나야 진지하게 인생을 논할 수 있다. 부족함이 임할 때, 우리는 그 부족함을 부족함만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이를 통해 우리 안에 어떤 내재된 힘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족함은 나로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후 12:9)는 사도 바울의 말이 생각나게 한다. 이 말은 “약할 때 기뻐하라(Joy in Our Weakness)”라는 말과 같다. 사도 바울은 그에게 육체에 가시가 있었다. 아마 잘 낫지 않는 병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것을 고쳐 달라고 주님께 기도했다. 그런데 주님으로부터 엉뚱한 응답이 왔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 12:9-10)라는 응답이 온 것이다.   약할 때가 은혜받을 때이다. 약할 때 은혜받고 나면 그 부족함을 이길 능력이 임하여 강하게 된다. 오직 삶의 한계와 부족함을 인정하는 자만이 은혜를 받아 삶의 한계와 부족함을 이길 능력이 임하여 강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알게 된다. 이 고백이 우리의 삶 속에서 항상 진실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모자람에서 다함까지 기도합니다. 내가 늘 모자라기를 기도합니다. 채워지면 교만해져서 당신을 잊을까 걱정이 됩니다. 당신께 늘 간구함으로써 모자람이 도리어 내겐 은혜가 되어 겸손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내가 늘 부족하기를 기도합니다. 풍족하면 게을러져서 당신께 소홀할까 걱정이 됩니다. 당신께 늘 다가섬으로써 부족함이 도리어 내겐 은혜가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당신과 늘 동행하므로써 빈 가슴이 도리어 내겐 은혜가 되어 평강의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다함없는 겸손으로 채우시고 다함없는 감사로 채우시며 다함없는 평안을 베푸셔서 당신이 부르시는 그 날까지 모든 것이 내겐 은혜가 되어 당신을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