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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
‘가는 길 심심한데, 네 이야기나 한번 듣지’
-‘죽음에 관하여’ 중 ‘신’-
박은서
오늘 주제는 웹툰을 읽은 뒤 쓰는 글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웹툰을 소재로 글을 쓰기 때문에 매우 쉬울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쉽게 볼수 있기 때문에 깊은 내용을 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무슨 웹툰 으로 글을 쓸지 생각하다가 집에 있는 유일한 단행본, ‘죽음에 관하여’라는 책에 대해 쓰기로 결정하였다.
이 웹툰은 네이버에서 연재한 웹툰이며, 시니/혀노 작가의 웹툰이다. 대개 웹툰은 코믹, 액션, 혹은 일상생활을 소재로 다루는데, 이 웹툰은 독특하게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한 현세는 컬러, 저승은 흑백으로 그린것도 특이한 것중 하나이다. 죽음이라는 소재에 나도 관심이 가게 되어 웹툰을 보게 되었고, 결국은 처음으로 단행본도 사게 되었다.
저승에 온 사람이 ‘신(이미지로 보이는 남자)’과 대화를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내용이 하나같이 다 짠하고 감동적이어서 전체적으로 좋지만, 슬쩍 훑고 지나가면 이해하기 힘든 스토리라서 제대로 의미를 느끼려면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난해하다는 평도 있지만, 워낙 임팩트가 큰 작품이기에, 그 비판들을 상쇄해 버린다. 스토리가 옴니버스식이라 매번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며, 그 마다 읽은 독자에게 다른 느낌과 감동을 전해주는 웹툰이다. 이 신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고 있던 신과는 달리, 인간을 살리거나 죽일 수 없고, 범죄를 처벌하는 심판자가 아닌, 참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대화를 들어주고, 같이 걸어가준다. 그렇게 매 화 마다 이러한 신을 보게 되면, 신이 아닌 평범한 옆집 아저씨(?) 의 느낌을 들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더욱 편하게 글이 읽히는 것 같다.
“멀을수록 작아 보이고, 가까울수록 커 보인다.”
나는 12화의 ‘아버지’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었다. 그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저승에 와서 신과 담배를 피우며 아버지란 게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후, '자식에게 못난 아빠였다고, 조금만 더 잘해줄 걸 그랬다'고 말하다가 '우리 아버지도 이런 기분이었을 텐데, 아버지가 되니까 그 좁아진 어깨에 짊어진 무게를 이제야 알겠다'고 회한에 차 눈물을 글썽거리지만 '자식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런 그에게 "멋진 '아버지'군."이라고 말한 신은 문을 가리켰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없이 걸어가던 그는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심호흡하고 옷매무새를 고친 후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걸어들어간다.’ 라는 에피소드이다. 이 에피소드가 마음에 든 이유는 ‘아버지’에 관한 마음이 짠하고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옷매무새를 고친후 당당하게 들어가는 그 장면에서, 힘들고 지쳐도 가족 앞에서는 당당하고 힘 있게 보이려 하는 모습이 연상이 되어 나를 더욱 울컥하게 만들었다. 나도 나중에 멋진 아버지가 되리라는 다짐과 함께.
또한 20화인 ‘남자’ 라는 에피소드도 내 마음에 들었다. 양아치 같은 남자가 신과 함께 걸어가며 잔잔히 이야기를 하는데, 하는 말이 하나같이 ‘논어’에 나오는 명언들이다. " 삶도 다 모르는데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어디 있어요?"(未知生 焉知死) 라던가, 사람 3명이 모이면 그중 한명은 반드시 배울점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 등 말이다. 또한 최후에 환생의 문에 들어가면서 남자는 "하나를 알고 그걸로" 라고 말하면서 둘이 말이 "모든 걸 관통하는 거지"(一以貫之)라고 겹쳐말하는 장면이 나의 마음에 잔잔히 여운을 남겨, 결국 ‘논어’를 사 읽게 되었다. 나는 이 에피소드가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고, 속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느꼈다. 남자의 행색만 보고 양아치인줄 알았으나, 실은 성실하게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남자는 평범한 건달로, 폐암으로 투병생활 중 기억해둔 논어의 명언으로 신을 시험하려고 하자 신이 그 남자의 장단에 맞추어 주었다는 해석을 한다, 나는 그 의견도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갸우뚱 했다. 작가는 일부러 이러한 중의적 해석을 하게 만들기 위해 남자를 양아치처럼 그린 것 같다.
스토리 하나하나 마다 반전이 조금씩 포함되어 있는데, 나는 마지막 화가 가장 큰 반전이라고 생각했다. (이미지에 있는) ‘신’이 누군가와 담배를 피며 신의 권한을 이렇게 맘대로 줘도 되냐는 등의 대화를 하며, 누군가가 이제 가도 아쉽지 않냐고 물어보자 신은 아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후 환생의 문으로 들어간다. ‘즐거웠습니다.’ 라는 말 한마디만 남긴체....(?!) 사실 이 신이 기다리던 자가 진짜 신이었다는 뜻이고, 이 신은 신의 힘을 빌린 사망자였다는 것이다!!! 이 화는 단행본에만 들어있기 때문에 웹툰으로 처음 접한 나에게는 충격이었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웃음)
이 웹툰은 우리가 잠시 망각하고 있던 죽음에 관하여 더욱 더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천천히 여운을 남기며...후회없이 살도록...
죽음에 관하여 꼭 읽으세요! 두 번 읽으세요!!
웹툰이라는 매체가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단순한 만화가 아닌,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즐거움을 줄수도 있으며, 또한 나는 ‘논어’까지 사서 보게 되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 책과 대등, 어쩌면 더 좋은 매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이 웹툰은 유료화가 되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모두가 읽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