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 천재 나그네(?)
방이 어두워, 시간이 된 줄도 몰랐다. 그런데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딴에는 정신없이 일어나 짐을 챙기는 사이 자원봉사자들은 아침을 준비한 다음 그들을 불렀다.
따끈한 밀크우유에 토스트.
아침도 넉넉하게 주던데, 인야는 입안이 까끌해서 별로 먹지 못했다. 원래 아침을 잘 안 먹어버릇하던 그라 오늘의 아침 역시 입에 와 닿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거지체질인가 보다. 밖에서 산딸기, 사과, 포도 등으로 때우는 게 익숙해서인지, 이젠 따끈한 아침 식사는 줘도 못 먹는단 말인가?'
그는 스스로도 좀 씁쓸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자원봉사자의 환송을 받으며 인야는 알베르게를 나왔다. 물론 모자라지 않게 기부금 통에 돈도 넣어둔 뒤에.
(사실 인야는 돈을 넣을 때 아무도 보지 않게 넣으려고 했는데, 지폐가 구멍으로 잘 들어가지 않아... 잘 추슬러 넣는 사이에, 때마침 나이 많은 자원봉사자가 나오면서 그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돈의 액수까지도 보게 되었던 것인데, 그래선지 그는 더욱 친절하게 환송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째 놓고 나온 돈의 액수를 보고 하는, 돈에 따른 친절인 것 같아서...)
능선 오솔길엔 살얼음이 얼어있었다. 그렇지만 바람이 잔 상태라 썩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해가 솟으면서 주변 풍경은 매우 아름답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밤에 디카의 밧데리를 충전하는 걸 잊어서, 그 풍경을 사진에 담는 일이 수월치 않았다. 그러니 아껴가면서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그러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해가 솟는 피레네 쪽 아라곤 산악지역 풍경은 원래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날 역시 환상적이기까지 했다.
그날 여정은 30km 정도 '하까(Jaca)'까지만 가면 되므로 그리 멀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유 있게 가고 있는데,
'뿌엔떼 라 레이나 데 하까(Puente la Reina de Jaca)'에 닿으니 한 영감님이 쉼터에서 뭘 먹고 있었다.
인야가 말을 걸어 보니, 그분은 아레스가 그날의 목적지라는데... 앞으로 약 4km 정도만 남았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아침나절부터 준비중이기에,
'그렇게 조금씩 걸어서, 언제 산티아고에 가시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허기야, 지난번 봄 길에서 만났던 독일 영감님은, '집에 돌아가 봤자, 아무도 없는데......' 하는 말을 남겨, 그의 가슴이 퍽 아렸던 적도 있기는 했지만...... 그런 영감님들은, 오직 가진 게... 시간밖에 없기도 할 테니까.
그 영감님과 작별한 뒤 숲길을 지나며 돌무덤이 많은 곳을 지나는데, 인야는 이런 곳을 지날 때마다...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돌무덤을 쌓는다지?'
인야 자신은 여태까지 네 번을 다 돌았지만, 이렇게 돌을 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라... 그로서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였다.
자신이 이상한지, 그들이 이상한지......
'산타 실리아(Santa Cilia)'는 그저 외곽을 지나 통과하고 말았다.
굳이 그 마을에 들를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거기서 꺾어져, 하루 코스인 '산 후안(San Juan)' 수도원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야는 포기하고 말았다.
지난 봄 길에서, '다음에 오면, 하루를 더 잡아서라도... 거길 들러보자.'는 다짐도 했었는데, 아무래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거기가 아름답고(동굴 속에 수도원이 있다던가?) 유명한 곳이라고는 하나, 인야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틀만 걸으면, 그러니까 내일이면 솜뽀르뜨에 닿는데... 하루를 더 보내게 되면, 그만큼 자신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기도 했지만... 굳이 본 코스에도 없는 그곳에, 종교적인 의미도 없이 걷는 자신 같은 사람이 갈 일은 없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러다 또 한 개울을 만났는데, 거기도 그 전에는 신발을 벗고 건넜던 개울이었지만 이젠 다리가 놓여 있어서... 인야는 일부러 그 개천의 사진까지를 찍어보았다.
'하까(Jaca)'시에 도착하면서, 인야는 바로 버스 터미널을 찾아갔다.
아직은 오후 세 시가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점심시간)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솜뽀르뜨까지의 버스 시간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내일은 상황에 따라선, 솜뽀르뜨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하까로 돌아와야 할지도 모르는데... 거기서 몇 시에 하까로 오는 버스가 막차인지 등을 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스는 의외로 잦게 있어서, 굳이 어떤 한 차 시간만을 알아놓을 필요는 없었다. 그것보다는 몇 시에 하까에 도착하게 되는지가 더 중요한 사항이었는데, 그걸 미리 어림잡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인야는 점심을 먹기 위해, 전날 아레스에서 묵었던 폴란드 친구가 가르쳐준(그는 여기 하까에 살고 있다고 했고, 바로 그날 까미노를 출발해 첫밤을 보낸다던 친구였다) 바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 앞에 은행이 있어서, 이제 프랑스로 넘어가는 상황이라 목돈이 필요했겠기에(프랑스에 가면 은행 시스템이 다를 것이고 또 자신이 이용하는 스페인 은행이 없을 수도 있어서)돈을 찾는데... 500유로 쯤을 생각하고 찾으려는데, 한 번에 300유로밖에 찾을 수가 없었다.
'?... 프랑스는 물가도 스페인보다 비쌀 텐데......'
그런 뒤 바(Bar)로 들어가니, 그 안에 남아있던 손님 몇몇이 모두 인야를 쳐다보았다.
그러려니 하고 음식을 주문했는데, 거기도 음식은 마찬가지였다.
모든 본 메뉴엔 감자튀김이 함께 나올 뿐이었다.
갈리시아에 가면 음식이 풍성하고 맛만 있는데, 왜 스페인은 가는 곳마다... 감자 튀김을 필수요리처럼 넣는지......
평소의 입이 짧은 인야는 실망을 하고 말았다.
더구나 길에선 보까딜료만을 만들어 먹고 왔던 터라, 마지막을 앞두고 한 끼 정도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지난 밤에 그 폴란드 친구한테 물어서까지 알아두었던 식당이었는데......
그래서 그날 만큼은 음식의 양보다는 질이었는데, 거기는 양은 많던데... 음식 맛도 그렇고, 또 음식의 종류도 그렇고 그런 싸구려음식들 뿐이었다.
그래서 첫 메뉴인 샐러드는 조금 비싼 것으로 시켰는데, 잘 나오긴 했지만... 거기에 얹은 정어리와 멸치절임이 너무 많아, 느끼하기만 해서...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기고 말았다.
아깝긴 했지만 하는 수 없었다. 그렇게 돈만 지불하고 식당을 나온 꼴이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하까 알베르게는 오후 5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인야는 걱정이었다.
인터넷을 했으면 좋겠는데, 여기서는 해봤자 그게 그거 일(속도가 느려 약만 오를) 터라... 알베르게 가까운 거리의 한 벤치에 앉아 글 정리도 하고, 또 마드릳에 있는 호세에게 전화도 걸어... 결국 하까까지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려는데,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르셀로나의 누리아와 통화를 했고, 일본인 친구 야마시타, 그리고 마놀로, 아말리아까지... 여태까지는 여유있게 하지 못했던 전화도 맘껏 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일이면 어차피 프랑스로 넘어갈지도 모르는데... 여기야 어떻게든 스페인 국내 통화겠지만, 프랑스에 넘어가면... 바로 국제통화로 바뀔 테니까.
어쨌거나 전화 통화를 했던 그 모두들은, 인야가 내일 프랑스 국경을 넘어간다는 사실에... 소리를 지르며, 놀라움과 환영, 그리고 건강에 대해 걱정까지를 해주었다.
그러면서는 인야가, 이번에는 바르셀로나를 들르지 못하고 마드릳으로 직접 가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는 얘길 하자... 다들,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얼추 시간이 된 것 같아, 인야는 알베르게로 향했다.
문이 열려 있었다.
인야가 들어가니, 두 번째 손님이었는데... 10유로나 하는 것이었다.
'왜 이리 비싸졌지?'
일단 짐을 풀고 주방에 가 보니, 누군가 남겨둔 쌀이 있어서... 밥을 해먹기로 했다.
아까 낮에 점심으로 사 먹은 게, 아직도 느끼한 데다... 그날은 뭔가 좀 특별한 걸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베르게 자체에 인터넷이 된다기에, 반색을 하며 접속해 보니... 한글이 깨져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카페에 짧은 영어로 몇 자 소식을 올리려는데, 사진은커녕 글도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겨우 디카에 있던 이미지만 USB 칩에 옮기고는,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일단 쌀을 그릇에 붓고 물로 담가놓은 뒤, 가게에 가서 간단한 먹거리를 사왔다.
바로 조금 서둘러 밥을 했더니, 쌀이 불지 않았는지... 밑에서는 타는 냄새가 났고, 위에는 뜸도 들지 않아... 3층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토마토 샐러드는 풍성해서, 그런대로 배불리 먹을 수는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밥이 탄 부분을 잘 긁어낸 뒤 숭늉까지를 끓여 먹으니... 무엇보다도 따끈한 숭늉이, 자신의 지친 심신을 녹여주는 느낌이었다.
그런 뒤 인야는 자원봉사자에게 물어가면서 다음 날 계획을 짰다.
인야가 굳이 알베르게 봉사자와 함께 하루 일정을 짜려했던 건, 마지막 날의 중요한 일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피레네 산맥을 코앞에 두고, 인야가 10년 전 처음으로 이 길을 시작했던 '솜뽀르뜨(Somport)'에 오르려는데...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이 길의 마지막 한 구간만 남아 있을 뿐인데... 정말 막바지까지, 어느 하루... 쉽게 넘어간 날이 없었던 것 같고, 이곳 역시 한 커다란 악재가 떡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인야는, 다음 날 솜뽀르뜨에 올라... 그동안 이 길을 걸었던 10년의 세월을 뒤돌아보면서, 뭔가 총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물론, 10년 전부터 이 '솜뽀르뜨(Somport)'에서 마무리를 할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다. 이 길을 몇 차례를 걷던, 어차피 목적지는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Santiago de Compostela)'가 될 것이기에...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런데, 매 3년마다 계절을 바꿔가며 이 길을 걷게 되었고... 특히 이번엔 거꾸로 걷기 시작했으니, 남들이 시작하는 곳이 자신에게는 종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자신에겐 종점이, 10년 전 이 길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원점'이라는 게... 마치 미리 알고 그렇게 일을 진행했던 것처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이... 자신에게조차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던 요즈음이었다.
그건 '아름다운 회귀'로, 가슴이 설레는 일로도 이어졌전 것이다.
그래서 막바지 하루하루는, 그 생각으로... 잔뜩 희망에 젖다 못해, 다소 엄숙한 기분으로까지... 그 지점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걷고 있는데,
느닷없이(?) 상황이 확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날씨였다.
그런데 그것도 우스운 게, 그저께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인야는 제일 먼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준 하늘에 감사부터 드렸었다.
'야! 아름다운 피레네 산맥을, 그것도 눈에 덮힌 산봉우리를 마주하며 꿈같이 오를 수 있다니... 내가 운이 좋아도, 보통 좋은 사람이 아니구나!' 하고 정말 열광하기까지 했었다.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일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 눈 때문에, 바로 그 눈 때문에... 마지막 관문에, 비상이 걸린 것이었다.
피레네 솜뽀르뜨 주변 알베르게가 다 폐쇄됐다는 소식을 접했던 것이다.
'뭐야? 그럼, 내 까미노의 마무리는?'
한 순간, 인야는 앞이 캄캄해졌다. 행복이 절망으로 바뀐, 낭만적인 꿈에 젖어 있다가... 난 데 없는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솜뽀르뜨를 오른 뒤... 그 전에는 하고 싶었는데도 하지 못했던, 프랑스 쪽으로도 어느 정도 넘어가 볼 생각이었는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가을 길을 걷기 위해 왔는데, 눈 때문에 단 하루 남은... 끝을 못 본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물론 거기도 아스팔트 도로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오를 수는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잠은 어디서 자고?'
절망적이었다.
'그 험한 산맥을 넘어가려면, 적어도 하루나 이틀 정도는 숙박을 해야 할 텐데... 모든 알베르게가 폐쇄 됐다니......
아니, 국경 자체를 넘어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솜뽀르뜨에 오르지도 못한다는 건가?'
'왜, 하필이면... 꼭, 이때 눈이 와 가지고... 내 앞길을 턱! 막고 있다지?'
그는 어느새 입장이 180도 바뀌어, 그 눈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눈 때문인지, 그 즈음엔... 이상하게 피레네 산맥을 넘어온 사람도 만날 수가 없었다.
인야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국경을 넘어온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에... 거기 현장 소식도 접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돼 버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 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당연한 절차일 수도 있는... '하까(Jaca)' 알베르게 관리인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행히 아스팔트로는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길 옆으로 걸어 올라갈 수는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걸어 올라간다는데, 막고 나설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인야의 사정을 들은 자원봉사자(여)는 여기저기 전화를 거느라 바빴다. 다, 인야를 위해서였다.
제일 중요한 숙소찾기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깐프랑 에스따시온(Canfran Estacion)'의 한 시골 민박집에 예약이라도 해볼 양이었는데, 그런 안전장치 없이는 ... 피레네로 오를 엄두조차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룻밤에 45유로라는 것이었다.
인야에겐 너무 비싼 요금이었다.
물론 하룻밤 그 돈을 주고서라도 올라야만 했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는 10유로 미만(보통이 그 반액 선)을 들여가며 왔던 그에겐, 자꾸만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에겐 기발한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저, 내가 내일 밤에도... 이 알베르게에서 잠을 잘 수는 있겠죠?" 하고 관리인에게 묻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얼마든지요. 더구나 요즘은 동절기라 하루에 한두 명 오는 정도거나, 아예 아무도 없는 날도 있으니... 자리는 많잖아요?" 하는데,
인야는 다소 안심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설명했는데,
그 방법은 이랬다.
어차피 하까에서 솜뽀르뜨까지는 버스가 있으니, 다음 날 인야가 깐프랑 에스타시온까지는 걸어서 올라갔다가... 저녁 무렵에 거기서 버스를 타고, 다시 하까로 돌아와... 이 알베르게에서 다시 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그 다음 날(이틀 뒤) 아침에 걸을 필요 없이(어차피 걸은 길이니까)... 여기 하까에서 버스를 타고 깐프랑 에스타시온까지 올라가, 거기서 내려... 그 지점부터 걸어 솜뽀르뜨 쪽으로 넘어가면... 인야는 차의 도움없이 걸어서만 솜뽀르트를 거쳐, 프랑스까지도 넘어가는 방법이었다.
비록 처음 가보는 곳이라지만, 프랑스 쪽으로도 하루 정도 걸어가다 보면... 어디든 숙박시설 정도는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
이건 인야 자신이 한국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면서, 한 시골에 오후에 도착하게 되면(물론 그런 곳에는 '찜질방'이 없기 마련이다.)... 거기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찜질방'이 있는 비교적 가까운 대도시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자고, 그다음 날 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세워놓았던 시골까지 간 다음... 여행을 계속 이어서 하던, 본인 스스로 체득 개발했던 방법이었기에... 그 자리에서 바로 떠올랐던 것이다.
그랬다. 그렇게만 된다면, 굳이 비싼 숙박비를 내고 자지 않고도 솜뽀르뜨에 오를 수 있을 것이었다. 시간이 다소 지체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곳 하까 알베르게는, 동절기라 사람도 거의 없다는데......
(하까 알베르게는 시청에서 관리하는 공립이라, 겨울 철에도 의무적으로 열어두어야 하는 곳이므로.)
인야는 천천히, 그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번에,
"당신, 천재 아니에요?"라고 놀라더니, "야, 어떻게 그런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담?" 하고 난리였다. 그러고도 덧붙이기를,
알베르게 자원봉사자로 10여 년을 봉사했다는 그녀(이곳 봉사자는 공무원이었다)는,
"야, 이건 새로운 방법인데?" 하면서, "그래, 이 방법을... 다른 사람한테도 적용을 시켜야겠다! 아주, 기발한 방법이야!"하기까지 하니,
얼떨결에 '천재' 소리까지 듣게 된 인야는,
'응, 그거? 내 '자전거 여행' 때 써먹던 방법이야.' 하고 어깨를 으쓱하긴 했지만, 그녀가 그런 것까지 알 리는 만무했고...
'참내, 그나저나... '천재 뻬레그리노(순례자)도 있나?' 하고 웃다가, '아니지, 나는 순례자는 아니니... '천재 나그네'ㄴ가?' 하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인야는 피레네에 오르는 일정마저도,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