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이 자욱한 길엔 안개가 자욱했다
길이 자주 끊긴다
곡선 위로 허리가 끊긴 가로등
상향등을 켜보아도
시계는 밤으로만 흘러들었다
시간을 박음질하며 영사기가 돌아갔지
빛을 모으기 위해 조리개를 열었지만
발톱에 긁힌 장면마다 비가 내렸다
자막조차 읽을 수 없는 렌즈에는
회백색 구름이 가득했다
몰려온 구름이 허구한 날 비를 뿌리고
청명한 하늘의 시신경엔 햇살이 비치지 않았다
어둠은 밝은 평지와 연결되기 위한 통로일 뿐
세월의 질주에서 만나는 터널일 거라 생각했다
빛을 쏘아도 읽어낼 수 없는 하루의 경전들
초점 잃은 별빛들이 사라져 간 시간 속에서
피가 맺히도록 무릎을 꿇고 난 뒤에야
달빛 가운을 입은 의사가 바람의 메스를 들고
하늘의 절개창을 열어 흐려진 삶의 월훈을 걷어냈다
가로등이 눈을 뜬다
인공수정체 같은 태양이 떠오른다
비 갠 하늘에 묵시의 강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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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날은 그냥 오지 않는다 / 백승희
이희국
추천 1
조회 19
24.04.04 05:3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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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중한 시 한 편으로,
물결처럼 어디론가 흐르는 생의 시간을 따라 걷다가
간이역 의자에 잠시 앉아 나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