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처음 경험하게 된 것은.. 고교시절 훈련으로 고된 행군의 연속이었던 뛰는 산이였었지요..
지리산도 예외는 아니었던 산이었습니다.
그렇게 고교시절의 풋풋했던 기억을 훌쩍~ 넘어서.. 어언 내 나이 불혹에 가까운 시점에
다시금 맞이하는 지리산은.. 이미 언제부터인가 산을 다시 알고 접한 시간 이후로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나 봅니다..
지난 여름 두 번의 지리산 종주를 감행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가운데..
12월은 누구나 똑같이 여러가지 송년모임으로 틈내기가 쉽지가 않지요..
그런 와중에 또박이에서 지리산행 공지가 올라왔고.. 내심 약간의 고민을 하다가..
다른 몇 가지 스케줄 모두 뒤로 미루고 산행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미리 예보된 기상상황이 좀 걱정되었던 터라.. 예상대로 참여자의 수가 많지가 않았고..
그렇게 사당에서 버스를 타고 시작된 지리산행이었습니다..
중산리..
수도 서울과는 천리길의 진주에 있는 심산을 품고 있는 곳..
그 곳에서 우리 또박이 팀들이 새벽 어둠과 갑자기 몰아친 추위와 눈보라를 함께한 채..
서서히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고..
해드랜턴 불 빛 하나 하나 앞 뒤 걸음 밝혀 주고..
오르던 중.. 짜리님 랜턴 배터리 아웃되어
뒤를 비추며 후미에서 오르니.. 또다른 경험이었고.. (랜턴 호환되는 걸로 바꾸시고요.. ^^)
산행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계속된 폭설로 피어난 눈꽃의 대향연은..
그야말로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겨울산행의 낭만.. 그 자체 였습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거리가 제일 짧다는 것은..
다른 말로 제일 가파르다는 것이고.. 이렇게 모두들 쉽지 않은 정상공략이었지만..
쉴새없이 몰아치는 눈보라에도 아랑곳 없이 피어난 자연의 움직임에..
모두들 힘든 줄 모르고 묵묵히 오르며 때로는 미소를 나누면서 격려를 함께 했던 산행이었습니다..
천왕봉 직전에서..
몰아치는 눈보라엔 적응되었지만..
무거운 배낭무게의 영향이었는지.. 대퇴부의 경련이 일어나서..
정상직전에 잠시 진행을 멈추고 자가 마사지를 했었지요..
그렇게 몇 차례 통증이 있었고.. 조심스레 정상에 오르니..
벌써 10여 차례 오른 천왕봉이거늘..
오늘은 왜 이리도 감회가 새로운지.. 칼바람과 함께한 눈보라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매서움으로 몰아쳤고.. 볼때기가 찢어질 듯한 통증은 극한의 쾌감으로 즐겼다고 하면 좀 과장일런지..
장터목에 이르러..
이미 시간은 새벽 5시 전부터 산행시작해서 벌써 오전 10시가 지났으니..
굶주린 배에선 허락된 여유가 없는 듯.. 요동치는 소리와 함께 끓는 라면 한 줄기는
생명을 이어주는 한 줄기였으며..
국내에서 제일 높은 산장에서 구워서 먹는 고기 맛은 .. 무슨 말의 형언이 필요하리요~
이렇게 우리는 제일 높은 곳에서 소탈한 행복을 잠시 누리기도 전에..
대설주위보의 위용아래 꼬리를 내리고 강제급행 하산이라는 숙제를 안고..
여유롭지 못한 점심시간을 마감하고 급하게 백무동으로 하산길을 재촉하게 되었군요~
늦게 시작된 밥자리를 마무리하기 까지 기다려 주신.. 태욱님께 감사드리고
하산길 후미 선두를 맡아 당당하게 이끌고 가신 짜리님.. ㅎㅎ
적지 않은 나인데.. 여기 또박이에선 막내처럼 귀엽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_^
하산길도 만만찮은 눈보라는 계속되고 휴식없이 진행되는 행군..
오래된 아이젠이 발등을 짓누르는 가운데 다시금 통증이 시작되고..
앞에 가는 발걸음의 푸른하늘님과 잠시 대화로 통증을 뒤로 한 채..
어느 덧 .. 발에 닿는 길이 얌전해 지는 느낌으로 백무동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발등 죄던 아이젠 시원스레 풀었더니..
아스팔트길에서 그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으로 산행을 멋지게 마무리하게 되었군요.. ^^_
무릎이 좀 튕겨나가 부상을 입었지만.. 이것도 추억의 뇌리에 남는다면 .. 뭐 괜찮겠지요~
피곤한 몸은 버스에 올라 잠시 후에 잠에 빠졌고..
눈을 뜨니 벌써 서울..
사당역에 도착.. 뒤풀이는 시작되고 .. 모든 이들 얼굴에 드리워진 순수하고 진지한 모습들은..
진정 산행으로 일구어진 작은 행복으로 가득 찬..
우리 또박이 친구들의 소박하지만 찬란한 미소지움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듯 합니다...!
#. 산행을 주관하신 방장님(지푸라기님)이하 와인한잔님.. 또 말없이 묵묵히 후미를 이끌어 주신 태욱님께 우선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진지한 감동이 묻어나는 또박이 산행의 연속이길 기대해 봅니다..
함께 하신 26명의 또박이님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휘트니스[민웅]-
첫댓글 어제의 감동이 밀려오네요~~ ㅎㅎ
앞으로도 예전처럼 많은 활동 그대해 봅니다... 수고하셨고요..
하산길에 제가 "아이젠 왜 풀어요" "무릎이 아파서요" 하시던 분이신가? 저도 순간적으로 아이젠 풀고 싶었는데 끝까지 참았습니다 ㅎㅎ 수고많으셨어요..어제 정말 힘든산행이었지만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무릎이 아니고 6발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발등을 죄는 아이젠 앞끈의 압박이 좀 심했거든요.. 그래서 좀 일찍 풀었지요~ 다래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이고 삭신이야. 팔,다리 안 아픈곳이 없네요 그래도 정말 멋진 산행이었어요.새하얀 눈이 아직 어른거리네요^^ 모두 수고하셨어요~~
온몸이 아파와도.. 이처럼 행복한 통증호소는 그래도 견딜만 하지요?
4년만에 다시 찾은 지리산 날카로운 찬바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두 방가웠어요.
시몬~ 정말 반가웠소.. 앞으로도 함께 산행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군요..
어떻게..한마디로 표현할수 없었던 지리산이었습니다. 하얗게 쌓인눈길과 소복히 내리는 눈을 맞으며 사진에서만 보던 멋진 눈꽃들을 한없이 감상하며 올랐던 그 길도 형언할수 없을정도로 아름다웠고, 장터목산장을 향하여 칼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그길도 꿈에라도 나올정도로 기억이 남고, 길었던 하산길. 힘겨웠지만 언제 다시 또오랴싶어 마음속에 풍경들을 가득 담아 내려왔습니다. 고생스런 산행인만큼 서로 챙겨주는 아름다움도 빛을 더 많이 발했던 산행이었습니다...지리산...어찌 한마디로 표현할까요?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한주동안 이 행복감으로 미소지으며 살듯합니다.(비록 온몸은 아프지만..ㅠ)
발등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역주하신 아이린님이 제일 수고 많았군요~ 근데.. 지리산 인물열전은 없나요?
지리산 산행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느겨지네요~~ ^^*
내년에는 고부시님 커플과도 함께 산행을 ....
눈이 아무리 하얗더라도....그 깊은 산중의 어둠은 정말 랜턴이 없이는 너무나 큰 두려움이더군요....그 뒤를 묵묵히 지켜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언젠가도 말했듯이...첫끗발이 x끗발인고로 초반에 힘들었지만.....앞뒤 챙겨주는 사람들의 맘이 없이는 어찌 오를수 있었는지....꼬옥 랜턴 바꿔서....나중에 제가 뒤에서 든든히 비춰드리지요~고마웠습니다....참....고기도....ㅎㅎ
ㅎㅎㅎ 참 잼있는 짜리님.. 꼭 기대하지요~ 뒤에서 비춰주는 빛으로 올라가는 느낌.. 어떤 것인지! 수고 많으셨어요~
모두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 오셨겠네요...부럽습니다.^^
네~ 정말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만한 산행이었지요..
ㅎㅎ 스키장 번개로 바쁘게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좀 병행하는 것이 좋을 듯 ...
어제 결혼식 참석하면서 .......산에 가신 분들이 넘~ 부러웠다는................................ㅜ,.ㅜ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요.. 울지 마시고요~ ㅎㅎ
휘트니스님의 리얼한 묘사에 다시한번 지리산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인한잔님의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녹아든 와인과 중국산 독주.. 정말 지리산의 추억을 한층 더 빛나게 했던 것 같군요. 진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셨고요.
지리산의 설경이 눈앞에 아른거리네 이거 어찌해야하나.오늘밤 잠은 다잣네그려 허허허
ㅎㅎ 이제 밤잠 잘 자는 지요? 아마 다녀 오신 모든 분들이 다 그럴 듯...
지리산을 후기를 멋지게 쓰셨네요. 생명을 이어주는 한 줄기 라면...ㅋㅋㅋ
혜랑이님도 함께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군요~ 다음에 생명을 이어주는 한 줄기 라면 맛 한 번 보시지요..
어찌나 이것 저것 많이 챙겨 오셨던지, 따라다니면서 정말 많이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후기도 맛있는걸요,,^^
고맙습니다! 작은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다음엔 또 뭘 싸가나.. 음...
휘트니스 형님의 후기엔 세심함이 묻어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호치아님이 저에게 호형하니.. 앞으로 더 모범을 보여야 겠군요..^^ 고맙습니다~
지리산 산행은 내인생 최대의 날이었습니다..
추억을 많이 담으셨군요.. 앞으로도 또다른 감동이 묻어나는 산행으로의 시간들이 계속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