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개울이 있어서 모기가 많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것이 갈대숲에 버글거린다. 6월부터 물기 시작하면서 늦가을까지 설친다. 따끔거려 손이 가면 벌써 도망친 뒤다. 귀 뒤 목덜미에 붙어 잘 뜯어먹는다. 얼얼하다. 긁어도 가려워서 또 문지른다. 자꾸 긁적거리게 된다. 부풀어 오르고 시달려서 피도 난다.
부어올라 여러 날 간다. 다시 물리면 그 주위 여러 곳이 모기 독으로 퍼져 쑤신다. 욱신욱신하다. 자잘한 것이 이리 구차히 구니 같잖다. 아내가 좋아하는 텃밭에 자주 가야 하므로 긴 팔 옷과 장갑을 끼는데도 소용없다. 옷을 뚫고 피를 빨아댄다. 약간씩 드러나는 팔목을 어느새 스치고 지나간다.
두드러기처럼 솟구치면서 아리다. 찔러서 아픈 것도 있지만 입 바늘을 질질 끌고 가도 그렇게 되는가 보다. 탁 쳐서 어쩌다 잡히면 붉은 피가 묻어난다. 속이 다 시원하다. 이놈 모기하고 싸우는 게 일이다. 삽질을 한참 하노라면 얼굴 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인다. 더워 땀 흘리며 일하는데 달려들어 ‘앵앵’ 거리며 덤빈다.
갈지도 못하고 어찌해 볼 수 없어 속이 떠름하다. 부채를 들고 휘휘 저으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쫓아낸다. 전화 받으면 벌어진 손목에 달라붙는다. 따끔하여 툭 치면 벌써 빨아먹고 달아난 뒤다. 움직이면 덜하나 어쩌다 가만 있으면 어느새 꽁무니를 치켜들고 빨대를 꽂아대고 있다. 요걸 잡아야지 하고 눈독을 들이면서 치려 하면 휙 날아간다.
약 오를 지경이다. 눈치가 어찌나 빠른지 이길 재간이 없다. 옷이 착 달라붙는 허벅다리와 어깻죽지를 잘 찾는다. 옷을 뚫고 들이밀어 파먹는다. 가려워도 옷 위를 문지르니 답답하다. 여름내 당하다 보니 진물이 난다. 겨우내 그렇고 이듬해가 되어도 아물지 않고 덧난다. 처음은 풀독인가 했는데 이놈들의 소행인 것 같다.
자다가 박박 할퀴니 그게 낫겠나. 아내가 많이 물린다. 앉아서 호미질하니 마음껏 달려든다. 파리채를 휘둘러 쫓아준다. 등줄기와 목에 붙으면 하얀 채를 흔들어 얼씬 못하게 한다. 그러다 잡게 되는데 날아다니는 걸 잡는 재미가 있다. 아무리 무서운 모기라도 휘젓는 파리채에 부딪히면 죽거나 다칠 수 있다.
한참 그리 겨루고 나면 숙지막하다. 덜 달려든다. 아니 숫자가 줄어들어 ‘안 되겠다 다른 곳으로 가자’ 하고 도망가는 것 같다. 어찌 마냥 그럴 수 있나. 조금만 느슨하면 달아났던 게 돌아와 물어뜯는다. 찬 바람 불면 가겠지 했는데 뭘 더하다. 숫자는 줄어들어도 여름것보다 더 아프다.
모기는 며칠에서 한 달쯤 간다. 암컷이 오래 산다. 피를 빨아 새끼를 키워 장구벌레를 만들어야 한다. 빨리 부모 몫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스키토로 불리고 제주도 모기 많은 곳을 문(蚊)섬이라 일컫는다. 말라리아 열병을 일으키는 절지동물이다. 수컷은 식물즙을 먹고 암컷은 꿀과 피를 즐겨 먹는 파리목에 해당한다.
날렵하게 생긴 것이 폭격기처럼 쌩쌩하다. 물리고 나면 겨울에도 툭툭 불거져 나온다. 이게 뭔가하고 보면 물린 자리다. 온몸 여기저기에 불그레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아야 했다. 피부병이란다. 거뭇한 것이 있는가 하면 얼룩덜룩한 것도 보인다. 일본 뇌염모기다. 열대지방의 뎅기열 모기다. 하며 무섭다고 하는데 하찮은 것이 성가시다.
그렇다고 텃밭을 그만둘 수 있나. 산딸기와 오디가 익을 때면 아침마다 한 바구니 따는 게 얼마나 즐거운가. 돌나물과 달래, 머위, 미나리, 참나물을 키우고 뜯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추와 무, 상추, 호박, 가지, 토마토, 대파, 쪽파 등 지천이다. 그런데 모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
나이테처럼 생긴 모기향을 여러 개 사서 이곳저곳에 놓고 연기를 피워댔다. 종일 일하고 어둑해서 들어와 저녁 먹을 때 극성인 모기를 물리치기 위해 쑥을 태워 연기를 자욱하게 했다. 매캐한 냄새를 맡으며 지났던 때가 생각난다. 바람 불면 흩날리고 고요하면 그냥 위로만 올라가니 소용없어라.
살포하는 약을 구해 갈대밭과 풀밭 여기저기를 뿜어댔다. 그때뿐 어디서 숨었다 이내 날아든다. 그 추운 겨울을 어찌 지나고 여름에 나타나 난리를 치는가. 몸서리가 난다. 예전엔 빈대와 벼룩, 이가 있어 살아가기 힘들었다.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는 것이 고소했단다. 요즘은 그런 건 없지만 모기떼가 힘들게 한다.
파리채와 향, 살충제로 날마다 생기는 것을 무슨 수로 다 잡나. 딸이 모기 잡는 테니스 채 같은 걸 사 보냈다. 두 개를 앞뒤 주위에 걸어놓고 일한다. ‘탁탁’하며 지나다 걸려 죽는다. 쇠파리도 부딪쳐서 타죽는다. 연기가 물씬 풍기고 고소한 냄새가 한참 난다. 엉뚱한 것이 타죽고 모기는 피하는 것 같다.
거참 이게 걸려 죽지 않고 속을 썩이는가. 채를 들고 갈대숲과 채소 위를 스쳐서 잡으려 했다. 용케 걸려 ‘타닥타닥’ 소리가 난다. 채소 위엔 ‘타다닥’ 소리가 요란하다. 무슨 날벌레가 이리 많을까. 파리채와 모기 잡는 기구가 도움이 돼도 옷을 두껍게 입고 모기장 모자를 써야 한다. 장화를 신고 긴 장갑을 끼고서 일한다.
어느 곳도 만만한 데가 없고 파고들 수 없다. 옷을 찔러본들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몇 해간 어이없이 뜯기다가 이제 지날 만하다. 무더워도 가려운 것보다는 낫다. 툭툭 불거지고 진물 나며 자다가 무심코 집적거려 피부를 상하게 하는 일이 걱정이다.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헤치는 동물이 사자나 호랑이, 곰, 늑대, 뱀, 전갈이 아니라. 이 작은 모기란다.
아파트 높은 곳인데도 창문으로 들어온다. 초겨울에도 모기 등쌀에 못 견디고 쩔쩔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로 다니다 문틈이나 열릴 때 얼른 날아든다. 이 방 저 방 다니며 앵앵거린다. 낮에는 구석에 숨었다가 밤만 되면 설친다. 하찮은 게 애먹인다.
첫댓글 그 화려한 야경에 반해버린 부산!
나중에 꼭 부산서 살겠다고 했었는데,도대체 환한도시 어디에 모기가 그리많은지요.
여름에 시골가기 꺼려지는 이유도 쉴새없이 달려드는 모기때문입니다.텅빈 저희 시골집에도 짐작컨데 모기세상일겁니다ㅠ 모기 너무시러!!!
바닷가 모기는 더 아파요.
껴입고 덮어쓰고 장화.장갑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계시니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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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백회장님 나가시고
썰렁한 분위기인데 가끔 올려주시는 글이
서재를 유지합니다 늘 건필하십시요.
여길 지켜나갑시다.
박회장님 끊임없이 알뜰하게 지켜주니 이어갑니다.
사랑님도 가끔 찾아주니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