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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지사항
저자 : 이태진
출판사 : 푸른역사
출판연도 : 2005.05.15
2. 주요 논쟁자
이태진(서울대 국사학과)- 저자
역사학계의 중진으로 오랫동안 조선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에 대해 매우 폭넓게 접근하면서 독창적인 해석을 담은 논문을 발표해왔다. 저서로 <한국병합 성립하지 않았다><한국사회발전사론><의술과 인구 그리고 농업기술> 등이 있다.
김재호(전남대 경제학부)
서울대에서 <갑오개혁 이후 근대적 재정제도의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재정제도의 변화와 부패><농촌이자율의 장기변동><상회사의 특권과 지대추구> 등이 있다.
3.논쟁 참여자
왕현종(연세대 역사문화학과, 한국 근대사)
김기봉(경기대 사학과, 사학자)
김동택(성균관대 정치학과, 정치사)
이영훈(서울대 경제학과, 경제사)
주진오(상명대 국사학과, 한국 근대사)
강상규(서울대 정치학과, 정치사)
서영희(한국산업기술대 국사학과, 한국 근대사)
이헌창(고려대 경제학과, 경제사)
이병천(강원대 경제학과, 경제사)
4. 책소개
이 책에는 우리시대 학자 11인이 고종황제 역사를 놓고 시작한 청문회에 얘기가 실려있다. 과연 그는 무능한 부패군주인가, 근대화를 추진한 개명군주인가? 황제는 성리학의 포로였나, 새로운 정치이념의 창출자인가? 등의 여러 학자들의 의견 속에서 식민지화의 원인, 식민지시기 근대화 문제의 본질을 분석하는 책이다.
5. 본론
이 책은 고종의 역사적 평가를 두고 역사학계의 논쟁을 모아둔 책이다. 이 책은 처음엔 고종과 대한제국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다가 후에는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의 두 학계의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의 주요 논쟁자인 이태진 교수는 오랫동안 조선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에 대한 매우 폭넓은 접근을 통해 독창적인 해석을 담은 논문을 많이 발표해온 교수이다. 또 반대 입장에 있는 김재호 교수는 스스로를 식민지 근대화론자라고 말했으며 주요 저작으로는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가 있다. 이외에도 이영훈, 주진오 등 여러 학계의 교수들이 논쟁에 참여해 생산적 토론을 벌인 것을 엮은 책이다.
책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동안 실패한 군주, 무능력한 군주, 아버지와 부인의 기세에 의해 제 꿈을 실현시키지 못했던 허수아비 군주로만 인식되었던 고종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태진 교수와 고종은 지금의 인식이 맞고 일제의 식민지배에 의해서 우리나라에 근대화가 시작되었음을 주장하는 김재호 교수의 대립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이후 각계에서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내재적 발전론자들과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대립으로 이어진다. 이태진 교수의 주요 논점은 고종이 민국 개념을 통해 대한제국을 설립하고 근대화로 이어나가려고 했던 계몽군주였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김재호 교수는 고종은 무능력했으며 매관매직을 일삼았고 전제군주제로 돌아가려고 했던 전근대적인 지도자였음을 주장한다. 또 이에 덧붙여 이영훈 교수는 고종이 소중화사상에 빠져있던 군주라고 까지 주장한다. 이런 의견에 대해 이태진 교수는 매관매직은 식량난 해결을 위한 공적인 차원에서의 해결의 한 방법이었으며 그것이 나중에 변질되기도 하지만 그 본 의미에 중점을 둘 것과 고종의 여러 자주적 개항정책과 개화정책들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사상은 이미 소중화 사상을 탈피했다고 주장한다. 또 대한제국시기의 경제지표의 반등세에 대해서 이태진 교수는 광무개혁과 그 이전 개혁들의 성과라고 보지만 반대편에서는 이를 투자에 대비해서 그 효과가 미미했으며 확실한 근대화는 일제의 통치하에서나 이루어진다는 주장을 한다. 또 고종의 직속기관에서 예산을 소유하고 사용한 것에 대해서 이태진 교수는 개혁을 진행해 나가기 위한 자본의 축적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재호 교수는 고종과 그의 관리들의 부패와 그 돈의 사용이 올바르지 못한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첨예한 갈등을 벌인다. 이후 대면논쟁에서도 이러한 논쟁거리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고종은 개명군주인가에 대해서도 이전에 일어났던 것과 비슷한 논쟁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도 이전에 일어났던 논쟁이 비슷한 양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고종과 대한제국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밝혀야 될 부분이 많으며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사회자의 정리로 이 책은 마무리를 짓는다.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전에 교과서에서 배우던 고종은 흥선대원군과 민비에게 가려져 빛을 못 보던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민비가 죽자 처음에는 무서워서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갔다가 일년이 지나서 자신의 권력을 휘둘러보려고 대한제국을 건국하고 스스로 황제를 칭하는 반근대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고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는 일제의 감독에 의해 쓰여진 고종실록이라던지 그 시대의 대외정세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건 얼마전의 일이다. 어떤 수업에서 고종은 과연 그렇게 무능력하고 자신의 권력만을 원했던 무지한 군주였을까라는 질문에서 고종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김재호 교수의 말보다 이태진 교수의 주장에 좀 더 공감이 갔다. 고종이 개명군주였다는 측면에서도 그가 보여주었던 수많은 청국으로부터의 독립의 의지라던지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개혁의 실행이라던지 근대적 토지의 의미를 부여하는 지계의 발행이라던지 하는 측면에서 고종은 이미 전근대적 군주가 아닌 근대를 지향하는 군주였다. 그가 임오군란이 일어났을 때 청국의 군대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던 것은 그때 조선의 힘이 한없이 약했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하면 자신의 폐위될지도 모르는 위기에서 그렇게 저항했다가 정말로 폐위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이 구상하는 개화정책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끝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세력을 구축해서 개화를 시도해려고 했던 점에서 고종을 재조명해 봤으면 한다. 확실히 일본의 감시가 심해지고 압력도 심해지는 을미개혁 이후에 고종이 행할 수 있었던 개혁은 그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종이 이룩하려 했던 광무개혁들은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특히 양전사업은 그것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지는 못했지만 지계의 발행을 통해 근대적 토지개념을 도입하려고 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된다. 또 고종이 대한국국제를 반포하고 전제군주제로 돌아가려고 했다는 측면에서 고종은 전근대적 군주라고 평가하고 심지어는 소중화 사상에 젖어있던 군주라고까지 평가를 내리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대한국국제가 일본이나 독일의 헌법을 차용해서 만든 것이며 민국의 이념이 그 바탕에 있다고 했을 때 고종은 근대로 나아가는 군주인 것이다. 그가 황제권을 강화하고 그것을 자신의 권위 신장을 위해서만 사용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만 고종은 이후에 독립협회와의 소통이라든지 광무개혁의 시행이라든지 하는 측면에서 개화를 통한 백성들의 개화에 힘쓰는 군주였다. 또 민국이념이 근대화의 이념으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런 이념을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의식의 발달이라고 주장한 주진오 교수의 말씀에 동의한다. 경국대전에는 언급되지도 않았던 이러한 의식이 생겨난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며 상당한 근대적 사상으로의 발전으로 볼 수 있다. 또 고종의 매관매직이나 예산의 문제에 대해서도 내 의견을 말하자면 매관매직은 그 인식이 관리들이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 관직을 돈을 주고 파는 행위이며 이러한 행위가 고종 시대에도 행해졌다는 것이 김재호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태진 교수는 이에 대해 이전부터 있었던 매관매직의 용도를 보면 그 원래 용도는 국고의 충당을 통한 백성들의 구제 사업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서 과연 매관매직이라고 해서 모두 나쁘게 볼 것이 아니라 좀 더 긍정적인 측면도 보아야 될 것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이런 타락한 매관매직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의 긍정적인 면이라면 양반중심의 사회를 무너뜨렸다는 측면이라고 말한 주진오 교수의 말씀에도 동의를 한다. 어찌됐든 고종이 매관매직을 한 것이 국익을 위한 일이었다면 그것은 정말로 그에게 찬사를 보내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사용된 것이라면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과연 고종은 그 막대한 예산을 모두 어디에 사용했으며 이러한 것들이 어떠한 결과를 나았는지 그리고 그 연장선 상에서 이러한 것들이 일제의 방해가 아니였다면 어느 정도로까지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 지에 대해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식민지 개화론자들에 대한 비판이 빠질 수 없다. 식민지 개화론자들은 일제의 식민통치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고 자멸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광무개혁의 성과에 대해 미흡하다고 하면서 그러한 주장을 펼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광무개혁은 진행 중인 개혁이었고 투자는 했지만 그에 따른 결과가 아직 제대로 나오지 않은 개혁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개혁은 일제의 탄압에 의해 중단되고 만다. 이러한 개혁을 그저 실패한 개혁으로 단정 짓고 자생적인 발전이 어려웠다고 결론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제의 식민통치에 의해서 우리나라가 근대화 될 수 있었다는 논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일제가 우리나라의 근대화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도되어서 일제의 식민지배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근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그 접근논리부터 이미 잘못되었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들이 우리를 근대화 시키는 목적에 있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살펴본다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의 목적을 위해 우리에게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했고 산미증식계획을 진행해 나갔다. 그들은 이후 그것들을 수탈해나갔다. 또 그들은 전쟁을 위해서 철도를 놓았으며 도로를 닦았다. 이러한 것들을 과연 우리의 역사 속에서의 근대화라고 주장해도 되는 것일까? 책에서도 언급되듯이 주체가 없이 일어난 근대화는 그 민족을 위한 근대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들은 다 우리 민족에게서 수탈을 용이하게 하게끔 일제가 만들어낸 것이지 절대 우리민족의 근대화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역사의 주체는 우리이다. 우리가 이룩한 것이 아닌 우리를 억압하기 위한 그들의 행동을 우리의 역사에 넣고 그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패망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우리나라가 자생적인 근대화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에 대한 근거가 이 논쟁에서는 너무 들어나지 않는다. 단순히 중단된 광무개혁과 이제는 다르게 인식되는 고종의 전근대적 성향만을 가지고 대한제국은 그렇게 멸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르다고 시기상조의 판단이라고 파악한다.
물론 나는 내재적 발전론의 완전한 지지자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외세의 압박 없이 근대화를 추구 했을 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과연 소중화를 자처하던 우리나라가 외세의 압박에 못 이겨 나라의 문을 열고 개화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외세의 이런 반강제적인 개항요구가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언제까지고 문을 잠그고 소중화 사상에 젖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기대를 거는 것도 고종이다. 만약 고종이 김태진 교수가 말한 것처럼 깨어있는 군주였다면 그는 이러한 국제정세를 잘 파악하고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나라를 맡기는데 노력을 했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힘에 의해서 발전이 이루어 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도는 분명히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다. 때문에 외세의 압박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 압박의 정도가 너무 심한 것도 탈이었지만 외세에 의해 초기개화정책이후 주춤주춤되던 개화정책이 갑오, 을미개혁으로 불붙었으며 이는 광무개혁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내재적 발전론이나 식민지 개화론의 입장이 아닌 좀 더 절충된 입장에서 이 부분의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은 고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키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학계 교수들의 생산적 논쟁을 통해서 고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책이 되었다. 지금 교과서에서 가르치고 있는 고종은 너무 일제의 식민사관에 의해 기술된 사료에 의존하는 면이 많다고 본다. 고종은 독립협회를 통해 백성과의 소통을 시도했으며 대한제국을 통해 여러 신분의 사람들을 자신의 측근에 두었으며 광무개혁을 통해 근대화를 이룩하려고 했던 인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지금 교과서에서 그려지고 있는 무능력한 고종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고종과 대한제국에 대한 설명과 자료가 교과서에 많지 않은 것은 그만큼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본다. 좀 더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서 고종이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모습의 현명한 개명군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들이 교과서에도 반영되어 앞으로 역사를 배우는 이들이 좀 더 자주적인 모습의 대한제국을 찾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단락별로 한줄씩 띠어서 읽기 편하게 하기 바람.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임. 포인트를 11로 하기 바람.